6일 331억원 기부가 발표된 후, 주요 외신들도 일제히 재단설립추진위원회의 발표를 차분히 받아 적거나, 또는 은근히 띄워주는 수준으로 한국 대통령의 재산 출연에 대한 기사들을 내보냈다.

일단 속보를 전하는 통신사답게 AP와 AFP 등은, 청와대 관계자들에 의해 간접 인용된 이명박 대통령의 심경 소개와 간략한 그의 이력 등을 위주로 기사를 타전했다.

AP는 이 대통령이 대학 시절 환경미화원으로 일했다는 칭찬성의 문장도 덧붙인 한편, 최초 보도(1보)에서 그가 35세의 나이에 “현대그룹 대표”의 자리에 올랐다고 잘못 보도한 뒤 후속 보도에서 “현대건설 대표”로 수정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신화통신> 등도 청와대발 발표 위주의, 대체로 무리없이 건조한 문장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그런 와중, <워싱턴포스트>가 나름의 전망을 내놓았는데 제목은 “기부한다” 식으로 평범하지만, “기부가 한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개선시킬 수 있어”라는 부제목 하에 기사 본문이 이어진다.

▲ 워싱턴포스트 7월7일자 인터넷판 캡처

얼핏 봐선 워싱턴포스트 역시 이번 사안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피력한 것 같아 보이지만, 기사의 ‘가지들부터 숲까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대선공약에 대한 국민에의 신의·성실” 혹은 “기부의 순수성” 논란을 독자로 하여금 제기하게 만드는 톤이 여실히 느껴진다.

이 신문은 북한 방송이 하루에 열 번 가까이 이 대통령을 ‘(미국의) 꼭두각시’ ‘(미국에) 아첨하는 사람’ ‘파시스트’ ‘독재자’ 등으로 부르는 모욕을 일삼았고 이 대통령이 올해 들어서만 총 1700회 정도 북으로부터의 멸시를 당해왔다고 전했다.

또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고 응답자의 70% 정도가 이 대통령은 부자들의 요구에만 부응하고 있다고 여긴다면서, 그가 대북관계에서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자국민들한테도 거의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게 이러한 두 가지 등의 이유로 “이 대통령이 (실제로는) 자선하고픈 기분이 아니다”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또한 이번 기부를 “요란한 처방”에 비유하면서 2620만불(331억원) 출연은 이 대통령이 국내에서 처한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바라봤다. 신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방조해서 결론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바위에서 뛰어내리게 만들었다는, 애도자들의 맹비난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그래도 기부로 인한 이미지 쇄신은 가능할 것”이라고 신문은 기사 뒷부분에서 조심스레 전망했지만, 이 대통령 “선물(기부)”의 가치가 세계 정치사에서 유례없다고 극찬한 이동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서는 “그런 주장에 대해서 지금 바로 증명할 방법은 없다”고 조롱하면서 기사는 대략 마무리됐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 대통령이 부정한 방법을 통해 재산을 축적했다는 의혹을 받던 지난 2007년 말 대선 당시 재산 헌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부분에 초점을 두어 보도했다.

▲ 뉴욕타임스 7월6일자 인터넷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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