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이 정부 용역에 대해 허위로 된 보고서를 작성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정부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언론법 경제효과 분석 보고서’가 날조,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7일 오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언론법 경제효과 분석 보고서’가 날조,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노조
언론노조가 지적한 KISDI 통계 조작의 핵심은 2006년 GDP 규모를 부풀려 방송시장 규모를 축소한 점이다.

언론노조는 “KISDI는 우리나라의 ‘2006년 GDP 중 방송시장 비율’을 축소하기 위해 2006년 GDP를 8880억 달러에서 1조2949억 달러로 부풀렸다”며 “이를 근거로 GDP 대비 방송시장 비율이 선진국 평균인 0.75%에 못 미치는 0.68%로 축소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부풀린 GDP 수치를 바로 잡으면 우리나라 GDP 대비 방송시장 비율은 0.98%로, 선진국 평균을 넘게 된다. 이는 GDP 대비 국내 방송시장 규모가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 시장 포화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KISDI가 설정한 통계 대로라면 방송시장의 규모가 작게 산출돼 방송시장에 대한 다른 정책 판단이 가능하게 된다.

언론노조는 “이런 상태에서 방송 소유 규제를 완화하면, 생산 유발효과나 취업 유발효과가 나타나기보다 과당경쟁으로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며 “KISDI의 청부 용역 보고서는 이를 숨기기 위해 국제기구의 통계를 날조하여 사실과 전혀 다른 결론을 도출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KISDI는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 6월 29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미디어법 근거 통계, 조작됐다’는 글에 대해 ‘인용한 국제기구 ITU의 유료 데이터 통계가 ITU 홈페이지 통계와 달라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언론노조는 “세계은행과 한국은행, IMF 등 모든 주요 기관에서 2006년 우리나라 GDP 수치를 ITU 홈페이지 통계와 같은 8800억 달러 규모로 제시하고 있다”고 확인, 유료 데이터 통계의 인용이 조작임을 재확인했다.

언론노조는 또한 “국제조사기관 PWC의 방송시장 산출 방식과 구 방송위원회의 방송산업실태조사 산출 방식은 엄연히 다르다”고 짚었다. 언론노조는 “KISDI 보고서에 담긴 PWC의 2006년 우리나라 방송시장 수치가 8조3천억원 규모인 반면, 구 방송위원회의 수치는 5조9천억원 규모”라며 “구 방송위원회 수치에는 한국은행 GDP(ITU 홈페이지 수치)를, PWC 수치에는 ITU 유료데이터라 주장하는 부풀려진 수치를 임의로 대입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KISDI가 “영국이 미디어 규제를 완화했더니 GDP 대비 방송시장 비중이 커졌다”고 보고한 내용에 대해서도 “2005년 영국의 방송시장 규모까지 허위로 확대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2003년 2차 방송법 개정 이후 방송시장 규모가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했다는 이야기다.

언론노조는 KISDI가 이 문제를 보도한 언론에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적반하장에 후안무치”라고 일갈하고 “KISDI는 지금이라도 보고서 조작 사실을 고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그것이 국책연구기관 KISDI가 거듭나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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