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포츠 소비일지

새벽 6시.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우선 현관문으로 나가 배달된 네 개의 신문을 집어 식탁에 펼친다. 모닝커피 한 잔과 더불어 각 신문의 1면 헤드라인을 대충 훑어보고 난 후 한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스포츠 면으로 넘어간다. 물론, 이미 지난 밤 인터넷과 TV뉴스를 통해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신문기사만이 가지는 세밀함과 분석의 정확성을 기대하고 또 한 번 스포츠 소식을 접한다.

6시 반. 컴퓨터를 켜고 네이버로 들어가 스포츠 소식란을 클릭하면서 신문에서 다루지 못한 최신 소식, 따끈따끈한 소식을 접한다. “오호라, 박지성이 밤새 열나게 뛰어다녔구먼. 더 뛰어야쥐, 살아남으려면…ㅋㅋ.” 혼자 축구해설위원처럼 자평도 주저하지 않는다. “호나우두 애인은 글래머”란 기사에 자연스럽게 커서가 다가가 클릭! 그런데 기사는 아무것도 아닌 그저 그런 것. 가끔은 낚싯밥에 낚이기도 한다. 이 뿐인가? 프로야구 경기를 뒤적이며 내가 보지 못했던 다른 팀들의 게임을 하이라이트로 즐겨주신다. 즐기면서 야구를 직접 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현실을 개탄하지만, 한편으로는 멋진 공격과 수비를 보며 “쩔어! 쩔어! 메이저야, 메이저”란 탄성을 질러댄다. 이 때 날아오는 와이프의 한 마디. “밥 먹고 학교가!”

▲ 네이버 스포츠 화면 캡처.
7시 반. 운전을 하면서 학교로 출근. ‘누가 돈만 대주면 직장 때려 치고 집에서 공부나 할 텐데’라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상을 하며 듣는 라디오의 스포츠 뉴스는, 눈으로 보았던 아침 신문의 기사나 인터넷 기사와는 또 다른 맛을 전해준다. 이 역시 아침 신문에서 읽었던 기사와 별 차이는 없지만, 책 읽어주는 남자의 달콤한 향기처럼, 활자로서의 스포츠 기사를 감미롭게 들려준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아침 바람과 함께 맞이하는 차 안에서의 라디오 뉴스 역시 출근길에 빼놓을 수 없는 멋진 경험이기도 하다.

하루의 일과를 마친 저녁 6시. 집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며 TV를 켠다. KBSNSports에서 MBCESPN으로, 다시 Xsports에서 SBS Sports로 종횡무진. 한창 야구시즌인지라 줄기차게 채널 바꿔가면서 야구경기를 본다. 개인적으로 한화이글스 팬인데, 요즘 너무 못해 경기관람에 흥미가 생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쩌랴. 한 번 팬은 영원한 팬인 것을. 두산도 좋고, 기아도 좋고, LG는 요즘 왜 그리 잘하는지. 채널을 바꾸는 손놀림은 멋진 플레이를 염원하는 어린 아이의 호기심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그런 나의 호기심을 작살내는 와이프의 한 마디, “밥 안 먹고 봐?”

야구가 모두 끝나는 시간대. 9시 반을 조금 넘은 그 시간은 각 뉴스 시간에 보내주는 스포츠 소식을 또 접한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소식임에도 왜 그 시간을 놓치면 하루의 완결이 뒤숭숭해지는지. 나도 모르게 MBC와 KBS를 번갈아가며 스포츠 뉴스에 귀를 기울인다. “KBS에서 보내주는 게 조금 더 세밀하고, 자잘한 것들이 더 있군”이란 자평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잠자리에 들기 전, 잠자고 있던 컴퓨터를 다시 한 번 깨워 스포츠 관련 소식과 더불어 내가 즐겨가는 각종 스포츠 관련 블로그를 방문하여 새로운 기사와 소식을 훑어본다. 야구, 축구, 농구, 스포츠와 관련한 사회적 문제 등등, 나름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멋진 글발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 블로거들의 대향연을 즐기고 있노라면 어느덧 시간은 새벽으로 흐르고, 침실에선 와이프가 마지막 한 마디를 외친다. “빨랑 자고 일어나.”

이렇게 하여 나의 스포츠 소비일지는 그 하루를 마감한다. 내일 새벽, 또 다시 신문으로 맨 먼저 만날 그 순간을 기대하면서.

스포츠를 담는 미디어, 같이 즐겨보지 않으시겠어요?

이처럼 하루의 일과 중 적지 않은 시간을 차지하는 스포츠는 그 대부분이 직접적이기 보다는 미디어를 통한 ‘간접적’인 경우가 다반사다. 미디어를 통한 스포츠 소비. 그것이 오늘날 미디어 사회를 사는 미디어니쿠스들의 숙명인 듯싶다. 전통적인 종이신문에서 라디오와 TV, 그리고 인터넷에서의 블로그와 핸드폰. 이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스포츠를 소비시켜주는 전달자이다. 우리의 일상은 이들과 함께 이루어져 왔고,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다.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는 이처럼 우리의 일상을 점유하는 미디어를 통해 스포츠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이름하야 “미디어, 스포츠를 말하다”로 기획되는 여름강좌! 기대되지 않는가? 단순히 스코어만을 말하는 스포츠 보도를 넘어서, 스포츠를 둘러싸며 숨겨진 많은 뒷얘기들. 나아가 스포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유포하는 방법.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나름의 잣대로 해석하고 특별한 의미로 재생산하는 기술. 이러한 모든 것들을 다루는 유익한 강좌가 바로 이번에 기획된 ‘미디어, 스포츠를 말하다’이다.

▲ '웹포스터'
가장 먼저 “TV가 말하는 스포츠”(7월 16일)로서, KBS 미디어비평의 김상협 기자가 TV와 스포츠를 매개한다. 특히 이 강좌에서는 국제스포츠이벤트와 관련한 탐사보도가 집중적으로 다루어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TV는 스포츠를 어떻게 비판하고 조명해야 하는가를, 현장의 목소리로 전달해줄 것이다.

두 번째로(7월 23일)는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으로서의 인터넷, 특히 블로그가 스포츠를 구성하는 방식을 1인 미디어 ‘스포츠춘추 편집장’인 박동희씨가 설명해줄 것이다. 모두들 블로그를 하고 있을 텐데, 과연 블로그에서는 스포츠를 어떻게 다룰 수 있고, 그러한 스포츠는 또한 어떠한 전파력과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최근 대안미디어로 등장한 블로그의 힘을 스포츠를 통해 보여주실 것이다.

세 번째 시간(7월 30일)으로, “한 컷의 순간만이 스포츠는 아니다”란 주제로 신문이 다루는 스포츠를 한겨레 하어영 기자가 다루어줄 것이다. 특히 최근 한국 스포츠에서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스포츠 인권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다루어줄 것인데, 이러한 신문의 보도 이후 바뀐 한국 스포츠 지형을 점검하고, 앞으로 스포츠의 변화를 위해 신문이라는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볼 것이다. 어떻게? 명랑하게!

마지막 시간(8월 6일)은 최근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KBS N 스포츠의 진행자 이광용씨와 함께 스포츠토크쇼라는 독특한 장르를 짚어보고, 나아가 단순히 스코어로만 대변되는 스포츠가 아닌,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TV방송, 특히 인터넷 방송의 면모를 함께 얘기할 것이다.

보고 즐기는 것 그 이상의 무엇을 위해

이번 기획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 즐겨왔던 스포츠에서, 분석하고, 생산하며 비판하는 스포츠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시공간의 제약 상황 모두 제쳐두고, 이번 여름, 미디어가 말하는 스포츠의 세계에 한 번 푹 빠져보자. 어떻게? 명랑하게!

문화연대는 문화권리 앞에서 예민하고 당당한, 당신의 불온한 상상력과 진보적 감수성을 위한 동반자이자 놀이터입니다. 국민 모두가 문화권리를 실현하고 문화민주주의가 확대되는 문화사회를, 문화연대는 고민하고 실천합니다. ‘억압이 아닌 자유’, ‘차별이 아닌 평등’, ‘경쟁이 아닌 평화’가 우리 삶에 보장되고, 문화를 둘러싼 사회적 공공성과 다양성이 확대되고 시민과 민중의 일상적 삶의 권리가 마침내 실현되는 그 순간을 위해 문화연대는 문화사회를 향한 무모한 도전과 발칙한 행동을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