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의사와 좋은 의사 중 어떤 의사가 더 가치 있을까? 환자에게는 최고나 좋은 의사는 필요하지 않다. 자신에게 필요한 의사가 곧 최고고 좋은 의사인 것이다. 꼰대들의 횡포와 그럴 듯하게 척하는 세대 갈등 역시 흥미롭게 다가왔다.

최고가 아닌 필요한 의사가 되어라
돌담병원이 좋고 싫은 이유는 모두 김사부, 진짜 의사가 되기 위한 준비는 시작되었다

화상 환자들이 대거 들어온 상황에서 김사부 역시 엉망인 모습으로 병원으로 돌아왔다. 화상 환자를 치료해 본 적이 없던 동주를 위해 서정은 전화로 돕다 김사부와 마주하게 되었다. 김사부에 의해 병원 업무에서 쫓겨난 서정이 의료 행위를 간접적으로나마 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긴급하게 화상 환자를 치료하던 김사부는 위급한 환자를 화상 전문 병원으로 이송했다. 엉망이 된 채 돌아선 김사부 앞에 무릎을 꿇은 서정은 그렇게 다시 병원에 돌아올 수 있기를 부탁했다. 하지만 김사부의 마음이 그렇게 쉽게 돌아설 수준은 아니었다. 김사부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동주. 그런 그에 맞서 둘을 제압한 것은 수간호사 명심이었다. 조용하지만 모두를 제압할 정도로 파괴적인 명심의 역할은 흥미롭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서정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동주에게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마치 대단한 일이라고 하는 듯 포장하지 말라는 김사부의 독설이 쏟아졌다. 이런 독설에 맞서 동주가 내세운 논리는 '꼰대'였다. 동주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거대 병원에서 동주의 자리를 외부에서 영입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은 그는 폭발했다.

자신이 거대병원과 전체 수석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꼰대들이 만든 세상' 때문이라고 외치는 동주의 분노에 많은 이들은 공감했을 것이다. 현재의 엉망인 세상을 만든 것은 이제 사회에 나선 이들이 아닌 기성세대이기 때문이다. 반박할 수 없는 '꼰대들이 만든 세상'은 그렇게 이들의 관계를 완전히 붕괴시키는 듯했다.

김사부가 엉망이 된 이유는 카지노 주인 신 회장 때문이다. 마침 뇌졸중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가려내 급하게 병원으로 보낸 김사부. 이 모든 과정을 보고 있던 신 회장은 폭력으로 김사부를 제압한 후 마주하게 된다. 신 회장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김사부가 누구인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려내기 위함이었다.

모두가 벌벌 기는 신 회장 앞에서 당당하기만 한 김사부. 자신의 주치의가 되라는 신 회장에게 그의 재산 전부를 달라는 말로 거부한 김사부는 주방 화재 소식에 놀라 달려가 불길에 휩싸인 그들을 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신 회장 부하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화재 현장에서 불길에 휩싸인 사람들을 구하다 엉망이 된 김사부는 그런 의사였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신 회장이 직접 돌담 병원에 있는 김사부를 찾은 이유는 그가 진짜 의사라는 확신 때문이다. 돈에 흔들리지 않고 화마에도 위기에 처한 이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질 줄 아는 자라면 자신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라는 확신을 가졌다. 최소한 환자를 위한 의사라는 확신은 신 회장을 김사부에게 이끌었다.

심장 이식 수술을 해야 하는 신 회장은 몸 안에 있는 배터리를 교체하는 수술부터 해야 하는 처지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건강이 위태로운 신 회장으로서는 자신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감 높은 의사가 절실했다. 믿을 수 있는 의사가 바로 김사부라고 확신한 신 회장의 이 선택은 거대 병원의 도윤완 원장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도 원장은 신 회장 수술을 이용해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게 거대 병원 원장 자리를 유지했던 도 원장은 자신이 추천한 의사가 아닌 김사부에게 그 역할을 맡긴다는 말에 당황하고 만다. 더욱 그 김사부라는 인물이 다른 누구도 아닌 부용주였기 때문이다.

도 원장과 김사부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분명한 사실은 정치적인 의사인 도 원장과 필요한 의사가 되고 싶은 김사부는 마찰이 있을 수밖에는 없었을 거란 점이다. 예고편에서 제자를 죽인 의사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통해 어느 정도 언급이 되었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좋은 의사와 최고 의사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동주에게 명심의 질문은 그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최고가 되고 싶은 동주에게 김사부는 그 딜레마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확인한 김사부는 의사로서 실력은 최고다. 그 어떤 의사도 김사부보다 뛰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최고의 의사가 왜 이런 허술한 병원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환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치료하는 김사부는 그럼 좋은 의사인가? 그것도 혼란스럽다. 시간만 나면 카지노를 가는(물론 김사부가 도박을 하러 가는 게 아니지만) 김사부가 좋은 의사인지에 대해서도 동주는 혼란스럽다.

김사부에게 직접 당신은 최고 의사인가요? 좋은 의사인가요? 라고 묻는 동주에게 김사부는 우문현답을 던졌다.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라는 김사부의 답은 단순히 의료를 행하는 자들만의 몫은 아니다. 정치를 업으로 삼는 자들 역시 동일하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필요한 정치인이 되어야만 하지만 그들은 오직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치꾼들이 판을 치는 현실은 끔찍하다. 그런 점에서 김사부가 던진 "필요한 의사"는 우리 사회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외침이기도 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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