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100만 여 명의 국민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1987년 이후 6월 항쟁 이후 최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 같은 국민의 퇴진 요구를 사실상 물리쳤다. 청와대는 13일 한광옥 비서실장 주재의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하고 “대통령은 어제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었으며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또한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으로 박 대통령은 자진 퇴진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마디로 민심에 맞서겠다는 의지로 판단되며 이에 대한 저항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왼쪽)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에서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조만간 수습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의 퇴진 요구를 반전시킬 카드가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이 이번 주 15, 16일 박 대통령의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다. 설령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국민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청와대의 수습책이라는 게 혐의를 가리기 위한 검찰의 박 대통령 수사인지도 관심이다.

결국 공은 여의도로 넘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는 경찰 버스 벽을 국민이 뛰어넘게 되는 것은 전적으로 야당의 책임이 될 게 뻔한 상황이다. 12일 광화문의 100만 촛불을 확인한 야3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13일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 가운데 ‘한 지붕 두 가족’ 신세를 견디기 힘들게 된 새누리당 비박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선 새누리당의 ‘한 지붕 두 가족’이 임계점에 다다랐다. 이날 비박계 비주류는 비상시국회의를 구성, 읍참마속의 심정이라며 "새누리당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고 당 해체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국정정상화를 위해서는 거국내각 구성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는 13일 "사태가 심각하고 수습이 어려운 이유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께서 헌법 위배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2016년 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걸음도 발빠르다. 그는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3단계 퇴진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첫 번째로 대통령이 즉시 퇴진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정치적 퇴진을 선언하고, 두 번째는 여야 합의로 총리를 선출해야 한다"며 "나머지는 여야 합의 총리가 대통령의 법적인 퇴진날짜를 포함한 향후 대한민국 시간표를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최고위원·중진의원 회의를 열었다. 이날 나온 발언은 추미애 대표의 “정국정상화에 결자해지하라”, 김부겸 의원의 “국민과 국가에 대한 예의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등이 있다.

다만 이석현 의원은 “촛불민심은 하나같이 한목소리로 하야하라는 것이었다”며 “하야하라는 국민의 무거운 요구를 귓전에 흘리면서 제1야당인 우리가 언제까지나 2선후퇴만 주장해야 할 것인지 이제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는 계속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이 경찰 차벽을 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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