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전하기에도 민망한 추문들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최순실 씨 일당들의 온갖 국정농단행위들은 병원들까지 등장하는 황당무계한 스토리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의혹들은 결국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 문제에 대한 대중적 의문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야흐로 사태가 ‘클라이막스’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다.

성형외과 시술을 전문으로 한다는 모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이렇다. 청와대가 최순실 씨 일가들이 단골로 다니던 병원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컨설팅업체를 연결시켜주고 일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이 업체에 대한 전방위적 탄압을 가했다는 거다. 성형외과 전문의도 아닌 것으로 밝혀진 이 병원의 원장은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서창석 교수가 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서울대병원의 강남센터 외래교수로 위촉됐다. 또 이 병원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길에도 동행했다고 한다. 이 사람의 처남이 운영하는 화장품 업체 역시 당시 일정에 동행했다는 보도 역시 나왔다. 사실이라면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일이다.

이런 반응은 언론 뿐 아니라 같은 업계에서도 나온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권영대 홍보이사는 11일 CBS라디오를 통해 청와대가 해당 의원에 특혜를 준 이유가 중국의 고위급 인사에 대한 성형 시술을 했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한다며 이 병원 자체가 최순실 씨 일가의 ‘패밀리 비즈니스’였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 병원이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대장을 파쇄했다는 의혹이 세월호 참사 당시의 ‘대통령의 7시간’과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선 청와대와 대통령이 직접 밝히는 것만이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문을 갖게 한다. 첫 번째는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청와대 권력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완전히 사유화됐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드러낸다는 것이다. 해당 병원의 해외진출은 당시 경제수석이던 조원동 씨가 컨설팅업체에 직접 전화해 추진한 걸로 알려져 있다. 조원동 씨는 이 병원의 해외진출 무산이 자신의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다녔다고 한다. 실제로 조원동 씨는 경제수석에서 물러난 이후 박근혜 정권에서 어떤 공직도 다시 맡지 못했다.

조원동 씨는 경제기획원이 배출한 이른바 ‘천재’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강봉균 전 경제부총리가 재직 당시에 지나치게 편애(?)를 해 고속 승진을 시켜 뒷말이 나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그런 사람이 고작 수준 미달 병원의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CJ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 압력을 압박하는 일이나 떠맡아야 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조원동 씨 측은 이 병원을 대통령이 직접 지목해 해외 진출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차라리 없는 게 국정에 도움이 됐을 거란 주장을 안 할 수가 없다.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번째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문제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거다. 여러 매체들은 그간 박근혜 대통령이 성형외과 시술을 받았다거나 프로포폴 주사 등의 영향에 의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적절한 지시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 있었을 것으로 추론하였다. 이러한 추론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며 이러한 식의 인식에는 일견 여성혐오적 맥락 역시 포함돼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상식과 합리를 통하면 대통령이 어떤 종류의 미용 시술을 받는다는 것은 절차와 과정만 투명하고 공정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미지 등 여러 측면에서 ‘관리’를 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도 있다. 국민적 감정은 이런 일을 껄끄러워할 수도 있으나 오히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이 당당히 사실을 밝히고 진솔한 설명과 사과를 하였다면 이 문제가 이렇게 눈덩이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일 여러 정치적 맥락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면 비공개를 택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만이라도 진실을 설명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과 청와대는 온갖 모호한 발언으로 일관하였고 결국 사태는 여기까지 오고야 말았다. 청와대는 11일 대통령이 당시 정상적으로 집무를 보고 있었다고 또 다시 설명했으나 이는 2014년 당시 내놨던 설명의 재판일 뿐이며 의혹을 해소해주는 내용이 아니다. 그간 우리의 의문은 그 7시간에 대한 온갖 음모론적 발상에 대한 게 아니라 대통령과 청와대가 왜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논란에 최순실 씨의 존재가 엮여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그 ‘설명’이 왜 불가능했는지에 대해 우리는 또 다른 추측을 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의혹에 등장하는 또 다른 병원인 차움병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은 최순실 씨가 단골로 다니는 곳으로 대통령을 위한 주사제를 최순실 씨가 대리처방해갔으며, 여기서 최순실 씨를 주로 진료했던 ‘안티에이징’ 전문 의사는 대통령의 자문의로 위촉됐고, 이후 이 병원을 갖고 있는 차병원그룹이 상당한 특혜를 받았다는 게 제기된 의혹의 핵심 내용이다.

이 의혹 역시 제기된 내용과는 달리 차병원그룹에 특혜를 주지 않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이며 누구도 현행 법률을 위반한 일이 없다면 굳이 문제 삼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덕분에 이 역시 세월호 참사 7시간 동안에 일어난 일들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 역시 계속 부풀려지고 있다.

대통령이 밝히면 모든 게 해결될 일이 순리대로 풀리지 않는 것은 결국 최순실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앞서의 성형외과 관련 병원이나 차움병원이나 모두 최순실 씨가 중간에 모종의 역할을 했고, 이를 통한 이득을 얻었을 거라는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이 의료적 조치를 받은 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것은 이 의혹이 공론화될 경우 최순실 씨와의 관계나 그간 있었던 전횡이 드러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물론 이런 병원들과 관련한 의혹이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이라는 문제와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혹은 이 대목에서만 등장하고 있는 게 아니다. SBS는 10일 최순실 씨의 전 남편이자 당시 또 다른 ‘비선실세’로 지목됐던 정윤회 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서울 평창동에서 역술인 이세민 씨를 만나 대통령과 관련한 일로 만났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SBS는 이세민 씨가 20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입문 당시 지역구를 선택하는데 영향을 줬고,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정윤회 씨를 통해 박근혜 모종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과거 같으면 대다수 국민들은 신경쓰지 않았을 이야기이나 대통령이 직접 자신이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게 아니라고 수차례 해명까지 하는 상황에선 이 역시 또 다른 의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통령이 직접 어떤 방식으로든 이 문제에 대한 성의있는 해명을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도리의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제 자리에서 물러날지 모르는 백척간두의 상황을 겪고 있다. 아직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 아직도 시퍼런 파도를 보며 슬픔을 삼키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해원(解冤)을 시도해야 한다. 정부에 의해 사실상 무력화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소속 조사관들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7시간’ 의혹 규명을 위한 출석요구서를 공개했다. 또 이들은 이 의혹을 검찰 조사로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 업보를 풀어야 한다. 대통령의 마지막 인간적 결단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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