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앞으로 닥칠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제일주의'를 기치로 자국 보호무역, 주한미군의 방위금 분담 등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9일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하향곡선을 긋고 환율이 20원 가량 상승하는 등의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그러나 미국 대선발 위기에 앞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국면전환 시도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한국의 국정 공백사태를 '트럼프 리스크'로 무마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보수언론도 혹시 있을지 모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트럼프 물타기'를 경계하고 나섰다.

▲10일자 중앙일보 사설.

10일자 중앙일보는 <트럼프 승리로 이중 위기 빠진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에 대해 "악몽이 현실이 됐다"라면서 "미국의 신고립주의 파장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일보는 외교, 북핵, 경제 문제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국정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대처가 쉽지 않은 국면이지만 지금 한국은 리더십조차 공백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가 위기 대응의 출발"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이 모든 위기 극복의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또 중앙일보는 "혹시라도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외적 도전을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설상가상의 이중 위기를 극복하는 첫 걸음은 '게이트'의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2선 후퇴와 국정 이양 의사를 명확히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선 결과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회생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식물 대통령에 무책임 야당, 트럼프 충격 감당할 수 있나>라는 사설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당선에 대해 "북핵과 동북아 정세, 한·미 동맹, 경제 위기 등에 어떤 파장이 덮쳐올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엎친 데 덮친 국가 위기 속에서 대통령은 식물 상태이고 여당은 지리멸렬, 야당은 무책임한 정략에만 빠져있다"고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일보는 혹시 있을지 모를 박근혜 대통령의 트럼프 물타기를 강하게 경계했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이 행여 트럼프 쇼크를 위기 탈출의 기회로 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빨리 버려야 한다"면서 "되지도 않을뿐더러 위기를 더 악성으로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이중 삼중의 국가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으로서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자세에서 한 치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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