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끝난 가운데 트럼프의 승리라는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미국 대선 결과를 지렛대 삼아 반전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연합뉴스)

미국 대선기간 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당선 자체를 국가 위기로 재해석해 내려는 분위기가 현재 정부 여당 내에 팽배하다.

9일 정부 여당은 당정회의를 열어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미국 국민들이 변화를 선택한 것을 존중한다"면서 "먹고사는 문제가 성추문을 이겼다"고 선언했다. 그는 "트럼프의 언행은 막말이라고 비난받았지만 미국 국민들은 자신이 직면한 빈곤과 실업의 원인을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발로로 받아들였다"면서 "역시 선거는 민생과 경제, 일자리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미국 대선 결과를 계기로 반등을 시도하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즉 민생, 먹고사는 문제를 내세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넘을 수 있다는 말로 풀이될 수 있다. 향후 새누리당의 행보를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9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미국 대선 결과 대책 논의에 들어간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진행되는 NSC 상임위에서 미국 대선이 미칠 외교·안보·국방 등 대외 정책과 경제 상황 등에 대한 영향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하지만 트럼프 미 대선 승리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외교부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 대선 양측 캠프의 외교·안보 자문그룹 등 특성에 따라 맞춤형 접근을 추진해왔다"면서 "현 오바마 정부 인사를 제외하고 접촉 회수를 산출하면, 올해 들어 클린턴 후보, 민주당 인사와는 86회, 트럼프 후보, 공화당 인사와는 106회 접촉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힐러리 진영보다 트럼프 진영에 공을 더 많이 들였다는 것이다.

또한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접촉한 트럼프 후보 인사들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방위비 분담에서 한국의 기여를 인정하고 있었다"면서 "그 점은 안심해도 되지 않겠냐고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더구나 "미국 대선 캠프 양측과 꾸준히 접촉,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미 관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문제, 대미외교, 미국의 보호무역 등에 대해 대비책이 마련돼 있으며, 크게 우려할 필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 대선 상황을 이용해 국가적 위기감을 조성하면서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을 돌파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 대선 발 정국 위기가 현실화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무능이 드러나는 셈이고, 없는 위기가 만들어진다면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공세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국면전환용 위기 상황 조성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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