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지난 10월 28일부터 창사 특집 자연사 다큐멘터리 < SBS 스페셜 >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편을 방송 중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인간을 자연 속에 재 위치시켜 진화의 역사와 의미를 짚어보는 자연사 다큐멘터리로, 5년간 15개국을 취재해 유인원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인류 진화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 1,2부가 이미 방송됐고, 마지막 3부작은 11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됩니다. 미디어스의 독자 김명수씨가 1,2부에 대한 감상평을 보내왔습니다. 김명수씨는 임상병리학을 전공했고, 중앙대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입니다. 미디어스는 이처럼 독자 여러분들의 활발한 참여를 기다립니다. 프로그램 리뷰와 캡쳐에세이 코너에 참여하고 싶은 독자는 nabts@mediaus.co.kr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침팬지는 다른 영장류에 비해 유달리 인간과 닮은 부분이 많은 종이다. 식습도 다양하고(식물부터 곤충까지), 도구를 사용하며, 사회적 관계와 예의(禮意)까지 닮았다. 그 수많은 침팬지 연구는 바로 이런 인간과 너무나도 비슷한 모습들 때문에 진행되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침팬지라고 하면 어떤 모습을 먼저 떠올릴까? 인간 아이 정도 크기에 허리를 약간 굽힌 채 직립으로 서 있고, 검은 털에, 툭 튀어나온 입(하얀 이도 같이)과 독특한 귀를 떠올릴 것이다.

▲ SBS 스페셜 '침팬지 사람을 말한다'의 한장면. 침팬지들은 서로 협동해서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이 있었다.
또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를 한다면, 바로 머리 좋은 원숭이. 그래 그거다. 머리 좋은 원숭이다. 시선을 피하는 속임수라던가, 협동을 통한 먹이 사냥, 기호의 이해에선, 우리 인간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인간과 침팬지가 서로 갈라지게 된 시기는 대략 500~700만 년 전 이라고 한다. 그다지 오래전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세대로 따져서 25만 세대정도라고 한다면 실감이 좀 날지도 모르겠다. 상상이 가는가?

우리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의 조상의 모습을. ‘루시’나 ‘호모 에렉투스’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와 침팬지의 공통 조상이 아니다. 이들은 침팬지와 갈라진 후에 등장하는 인간의 조상들이다.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미해결된 문제인데, 그 이유는 인간 종의 조상은 화석이 풍부한 편이지만,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이라 말할 수 있는 화석은 아직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공통 조상의 서식지가 밀림과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밀림처럼 나무가 많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죽은 사체가 빨리 썩어버리기 때문에 화석화 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여기가 이 다큐멘터리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우리와 침팬지를 갈라놓은 벽에 대해 생각해보자. 살아가는 장소.

▲ SBS 스페셜 '침팬지 사람을 말한다'의 한장면. 관찰 카메라를 통해 침팬지가 스스로 도구를 만들어 먹이를 찾아 먹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인간의 조상은 환경의 변화로 인해 밀림보다 위험한 사바나에 노출이 되었고, 그로인해 직립보행으로의 변화를 더 가속화 시킬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침팬지는 조상의 서식환경에서 계속 진화를 해왔다. 인간이나 침팬지나 서로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하지만 그 정도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도 어쩌면 서식지의 차이에서 연유할 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인간과는 비슷한 면을 많이 보이면서도 우리보다 더 발달된 능력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숫자를 세는 실험을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더 우월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능력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결과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환경에 맞춰서 필요한 능력은 더욱 키우고 덜 필요한 능력은 축소시킨 것이다.

물론 나중에라도 사는 환경이 바뀐다면 예전에 사용하지 않던 능력을 다시 키울 수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행동양식이나 개체의 특징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 유전자마저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니까(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적 차이는 1% 내외 정도일 뿐이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미래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 SBS 스페셜 '침팬지 사람을 말한다'의 한장면. 숫자를 연상해 기억해 내는 실험에서 침팬지는 과제를 무난하게 수행한 반면, 사람들은 아주 낮은 정답률을 보였다. 인간이 진화를 하는 과정에서 사라진 능력들이 무엇인지 증명하는 실험이다.
자~ 그럼 우리 인간과 침팬지 사이에 어떤 우열을 가릴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인간도 침팬지, 보노보에 이은 제 3의 침팬지일지 모를 일이다. 그만큼 인간과 침팬지는 가깝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가까운 친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고 있을까.

돌아오는 일요일에 최종회인 3부가 방송될 예정이다. 예고편을 보니 3부에서는 인간에게 살육당하고, 서식지도 빼앗겨가는 침팬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침팬지 뿐만 아니다. 우리가 즐겨먹는 인스턴트 커피 때문에 수많은 유인원이 멸종되어 가고 있다!) 1, 2부에서 침팬지들에 대한 놀라움과 그들의 재미난 행동에서 즐거움을 느꼈다면 3부에서는 더불어 살아가야 할 지구 친구인 인간과 침팬지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기존의 다큐와는 다르게 지루하거나 무거운 느낌의 내레이션이 아니어서 오히려 느낌의 전달이 더 잘되었다고 생각한다. 3부에서도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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