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이 또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AIRI는 정책지정이라는 방법으로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아 'IT계의 미르재단'으로 불리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AIRI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제 선정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홈페이지. (사진=AIRI홈페이지 캡처)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미래부는 AIRI에 매년 150억 원씩 5년간 750억 원을 '정책지정'을 통해 지원한다는 방침었다. 그러나 절차 상의 '위법'으로 야당의 반대에 부딪히자, '지정공모'로 변경했다. 문제는 지정공모 공고가 AIRI와 미래부가 미리 합의한 내용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 2일 '2016년도 정보통신·방송 기술개발사업 7차 신규지원 대상과제 공고'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홈페이지 사업공고란에 게재하고, 2016년 플래그십 프로젝트사업 예산 150억 원에 대한 과제 수행자 선정절차를 공개했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2016년 지원 금액은 150억 원이며, 2017년 예산안이 통과되면 계속과제로 2020년까지 5년간 총 750억 원이 지원된다는 내용이다. 총괄과제명은 '자율지능 디지털 동반자(Autonomous Digital Comparion) 기술 연구'로 세부과제로는 ▲자율지능 디지털 동반자 프레임워크 및 응용연구 ▲자율지능 동반자를 위한 적응형 기계학습 기술 연구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는 지능형 인터랙션 기술 R&D ▲대화 상대의 감성 추론 및 판단이 가능한 감성 지능 기술 R&D 등 4개 과제다.

▲지난 2일 미래부가 게재한 '2016년도 정보통신·방송 기술개발사업 7차 신규지원 대상과제 공고' 주요내용.

미래부가 제시한 신규과제 과제제안요구서(RFP) 상의 총괄과제로 제시된 '자율지능 디지털 동반자 기술 연구'는 김진형 AIRI 원장의 첫 번째 추진과제다. 김진형 원장은 지난 7월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설립기념 기자간담회'에서부터 10월 개원식을 겸한 인공지능 국제컨퍼런스에 이르기까지 해당 연구를 수차례 AIRI의 첫 번째 과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진형 원장이 내세웠던 과제명과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일치한다.

총괄과제에 따라 제시된 4개의 세부과제 또한 평소 김진형 원장이 말해왔던 것으로, 당초 AIRI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지능기술, 요소기술, 응용서비스의 내용이다. 현재 AIRI 홈페이지에는 기존의 AIRI 소개 자료가 없어진 상태다.

또한 AIRI 홈페이지의 소개 자료에는 AIRI의 초기정착을 위해 정부가 매년 150억 원씩, 총 750억 원 규모를 지원하는 '플래그십 과제 준비 현황'이 있다. 해당 자료에는 <제목-자율지능 디지털 동반자 기술연구 / RFP 사업 심의 단계 / 8월 중 제안요청서 확정 예상>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를 풀이해보면 결국 사전에 김진형 원장과 수행과제에 대해 공고 전까지 미래부가 확정적 합의를 완료했으며 그 내용이 고스란히 공모에 반영된 셈이다.

안정상 국회 미방위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미래부가 국회의 반대를 의식해 정책지정을 포기하고, 지정공모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위법한 정책지정을 지정공모로 변경해 어떻게 해서라도 AIRI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편법을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형식적인 지정공모 절차를 진행하면서 미래부는 AIRI에 2016년도 예산 150억 원을 부여해 향후 2020년까지 750억 원을 지원하려는 꼼수가 명확해 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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