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행사를 EBS가 후원하고, 총 5차례에 걸쳐 뉴스 프로그램에서 보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7일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EBS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행사를 3차례에 걸쳐 후원했다. EBS가 후원한 행사는 지난해 12월 26일 과천빙상장에서 개최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스케이팅 체험교실'과 지난 1월 5~8일까지 4일간 용평리조트에서 개최된 '제1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스키캠프 및 스키영재 선발대회', 2월 24~26일까지 춘천의암빙상장 등에서 개최된 '제2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빙상캠프' 등이다.

EBS 외에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재정적으로 지원한 곳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삼성이었다. 문체부와 삼성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거액을 지원한 것 역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일부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EBS는 "문체부가 지원한 행사이며 행사 참가자가 EBS의 주 시청층인 학생" 등이라는 이유로 후원했다고 밝혔다.

EBS,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요청 받자마자 승인

그러나 EBS의 후원 과정이 자발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들이 발견된다. EBS는 최명길 의원실에 동계스포츠영재센터측에서 후원을 요청하고 공식적으로 승인한 행사는 올해 1월에 개최된 스키캠프 하나 뿐이라며 주고받은 공문을 제출했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서 EBS에 후원 요청 공문을 보낸 것은 행사 개최일로부터 불과 2주 전인 2015년 12월 22일이었다. EBS는 같은 날 곧바로 후원을 승인하는 공문을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발송했다. 후원 요청을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후원 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EBS 승인없이 무단으로 EBS후원명칭을 사용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진=최명길 의원실 제공)

2월 24일 개최된 빙상캠프의 경우에는 후원 요청은 받았지만, 1월 스키캠프에 대한 후원 조건을 어겼기 때문에 후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EBS가 밝혔음에도 동계스포츠영재센터측이 무단으로 후원 명칭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스키캠프의 행사 결과보고서를 제출해달라고 했는데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또한 지난해 12월 개최된 '스케이팅 체험교실'의 경우에는 EBS에 아무런 요청조차도 없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서 마음대로 '후원 EBS'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측에서 후원조건을 어기고, 공영방송 EBS의 명칭을 자신들 마음대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EBS는 항의를 하거나 책임을 묻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행사에 대한 홍보성 리포트를 제작해 뉴스프로그램에서 보도하는 행태를 보였다.

'EBS 후원명칭' 무단사용해도 책임은커녕 홍보리포트 거듭

EBS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행사 홍보성 리포트는 모두 5건으로 지난해 12월 28일과 29일, 지난 2월 26일, 8월 24일과 25일에 걸쳐 각각 1건씩 보도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 29일 리포트와 지난 8월 25일의 리포트는 전날 저녁뉴스에 보도된 내용을 정오뉴스에서 다시 한 번 내보내는 형식이었다.

▲EBS의 2015년 12월 28일, 2016년 2월 26일, 8월 24일자 보도. (사진=최명길 의원실 제공)

EBS는 이같은 보도 이유에 대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서 후원명칭 사용공문이 왔고, 회사 차원에서 해당 행사를 후원했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보도는 스케이팅 체험교실 소개 리포트였고, 올해 2월의 보도는 빙상캠프 소개리포트였으며, 8월의 보도는 GKL사회공헌재단과 함께하는 빙상캠프 소개리포트였다.

EBS가 동계스포츠영재센터측의 요청을 받고 후원명칭 사용을 승인한 행사는 1월에 개최된 스키캠프였는데, EBS가 정식으로 후원한 행사는 보도하지 않고 EBS 후원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한 행사와 EBS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행사를 소개한 것이다. EBS는 자신들의 후원명을 무단으로 사용한 행사를 이틀 연속으로 홍보하는 보도를 했고, 지난 8월에 또 다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행사를 홍보했다.

아울러 EBS는 리포트하게 된 과정을 묻는 최명길 의원실의 추가 질의에, 누가 어떻게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문체부의 보도자료 등을 근거로 제시하는데 그쳤다.

최명길 의원은 "장시호 씨 측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기반으로 유령회사를 세워 평창올림픽 관련 이권을 챙기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EBS를 자신들의 활동 홍보에 이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EBS 역시 생긴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단체의 행사를 자발적으로 후원하고 보도했다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고 밝혔다.

최명길 의원은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EBS의 명칭이 무단으로 사용됐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활동을 홍보해줬다"며 "압력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압력의 실체가 문체부인지, '최순실·장시호'인지, 후원과 리포트에 대한 결정권자가 EBS 사장인지 아니면 다른 누구인지, 명백히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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