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전환이 무서워서, 또는 저들의 국면전환에 이용당할 것을 우려해 박근혜 대통령을 안 만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현재 국면은 당분간 전환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드러난 사건이 부끄럽고 드러날 사건이 두렵다는 누구의 말처럼 아직도 부끄럽고 두려운 사건들이 매일같이 언론에 의해 밝혀지고 있고,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르고 있다. 그리고 특별검사를 채택하면 지금의 검찰 수사보다 훨씬 많은 것을 국민들이 알 수 있을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분노와 실망은 깊어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 관련 대국민 담화를 마친 뒤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어제의 제2차 대국민사과도 외려 국민들의 분노를 키운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수습책이 없다. 수습책을 기획하는 자들이 고작 김기춘 정도의 '박정희 수하들'이다. 40대 이하는 불가능하고 50대 이상의 국민들도 설득할 능력이 없는 이들이다. 심지어 대구경북, 부산경남조차 설득할 수 없는 자들이다. 이들 실력으로 국면을 전환하겠는가.

하지만 이들보다 조선일보류의 보수언론과 새누리당 비박계 등 공범자이지만 아닌 것처럼 분장하고 있는 이들을 여전히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현재의 모든 혼란은 '박근혜, 최순실' 두 사람의 개인적 일탈로 한정할 것이고, 이 둘을 꼬리 자르듯이 버림으로써 보수세력의 진지를 정비할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오히려 민주당이 현 국면을 이용하고 있다고 역공을 취하고 강도 높은 반격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그래서 우려하는 것이다. 굳이 당분간 별로 바뀔 것 없는 국면에서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로 단정하고 보수재결집의 계기를 줄 이유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동정, 애증이 교차하는 많은 이들로부터 비난을 자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박근혜 지지율 5%는 민주당에게 유리한 수치가 아니라 보수세력 내의 쇄신과 혁신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유리한 수치다. '정치의 아이돌그룹'을 교체하고자 하는 이들이 태도와 행위를 변경하는 데 필요한 위력적인 수치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관석 수석 대변인에게 받은 개각 내용이 담긴 쪽지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미워도 다시 한번'을 생각하는 국민들에게, '미워도 다시 한번'을 요구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전에서 당당히 요구하라. 내치도 외치도 맡길 수 없다고. 김병준 총리내정을 철회하라고 국회가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그러면 그대로 임명하겠다고 선언하라고. 그리고 국정이 안정되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발표하라고.

국민들은 지금 분노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분노보다 불안이 더 커질 것이다. 국정의 안정을 위해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의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들의 분노는 박근혜 대통령에서 정치권으로, 정치권의 제1야당 더민주당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보수언론들이나 중량감 있는 보수세력들은 언제든지 야당을 공격하는 '역공'을 취할 것이다.

특히 현재의 청와대회동을 거부하고 무산이 확정되면 박근혜 게이트로 인한 국정혼란을 방치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제1야당의 무책임한 정략적 행위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보수세력 결집의 기회로 이용할 것이다.

혹시나 해서 사족을 붙인다.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서 당당히 하야를 요구할 용기가 없는가. 왜 하야해야 하는지 설명할 실력이 없는가. 아니면 도대체 뭐가 무섭고 뭐가 부족해서 저들의 의도에 말리지 않겠다는 수세적 자세를 붙들고 주저주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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