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영애씨의 후예가 나타났다! <막돼먹은 영애씨> (10월 31일~11월 1일 방송)

역대 tvN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영애(김현숙)와 라 부장(라미란)을 제외한 신입 여직원 캐릭터는 늘 ‘예쁜 여우’였다. 물론 캐릭터마다 차이는 있었다. 예쁜데 술까지 잘 마시고, 예쁜데 털털하기까지 하고, 예쁜데 거짓말까지 잘 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의 역할은 비주얼 담당이었다. 남자 상사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성희롱의 대상이었고, 여자 상사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최근 시즌에 등장했던 신입 여직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시즌 14의 조현영은 중국어 실력을 갖춘 인재로 등장했으나, 정작 극 중에서는 중국어 실력보다 키스 실력으로 이름을 떨친 주당이었다. 시즌 13에서 사장님의 아는 친구 딸로 등장한 김선아는 낙원사 취직이 창피한 나머지 친구들에게 해외여행 중이라고 거짓말하는 허세녀였다. 시즌 12의 강예빈은 돈이 많다는 이유로 산호를 좋아했다가 결국엔 접촉사고로 우연히 알게 된 탤런트와 결혼해서 자신의 빚을 갚았다. 시즌 10의 하연주는 실력 있는 경력직 직원으로 등장했으나, 그녀가 가장 임팩트 있게 나왔던 순간은 백수 남자친구에게 헌신하다가 헌신짝이 되던 순간이었다.

강예빈과 김선아는 실력이 부족하거나 아예 일할 의욕이 없는 캐릭터였다. 조현영과 하연주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이긴 했지만, 일하는 모습보다는 술을 마시거나 남친에게 헌신하는 모습이 더 비중 있게 나왔다. 실력보다 비주얼을 앞세우는 수동적인 캐릭터로 활용된 셈이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

그러나 이번 시즌의 이수민은 달랐다. 물론 역대 뉴페이스들처럼 예쁘장한 외모와 몸매로 눈길을 끌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오히려 얼굴과 몸매를 잊게 만드는 화려한 언변이 눈길을 끌었다.

영애도 쉽게 대들지 못하는 천하의 라 부장에게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할 말을 다한다. 수민이 전날과 똑같은 옷을 입고 출근하자 라 부장은 “혹시 어제 남친 집에 잔 것 아니냐”고 따지며 물었다. 기존의 뉴페이스들이었다면, 억지웃음으로 넘겼을 상황. 그러나 이수민은 “유부녀가 남친 집에서 자는 게 이상하지, 싱글이 남친 집에서 자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당당하게 받아쳤다.

남자 상사들의 성희롱에도 기죽기는커녕 고소문까지 작성했다. 이수민은 밤새 남자 친구와 싸우다가 깜박하고 코트 속에 옷을 입고 오지 않았고, 윤 과장과 정 대리는 이수민에 대한 성희롱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들통이 났다. “애초에 코트 속에 옷을 안 입고 온 수민 씨 잘못”이라고 떠넘기는 정 대리에게, 이수민은 “두 분 이상한 상상하라고 일부러 안 입고 온 거 아닌데”라며 고소장까지 작성했다. 결국 두 남자는 사과문을 써서 읽고 무릎까지 꿇고 사과했다. 시즌 15까지 숱한 성희롱적인 발언을 했던 두 남자지만, 이렇게까지 고개 숙여 사과한 적은 처음이었다. 상사들 커피에 침을 뱉는 것으로 소심한 복수를 일삼던 영애보다 한 수 위다.

실력은 또 어떻고. 라 부장을 능가하는 실력과 센스 덕분에 머지않아 실세 디자이너로 오를 기세다. 일도 잘하고 바른 말도 잘하는, 영애만큼 강하고 어떻게 보면 영애보다 더 똑 부러지는 캐릭터다. 얼른 낙원사와 영애 회사가 합쳐서 영애와 수민의 강한 투샷을 보고 싶다.

이 주의 Worst: 루머와 의혹으로 먹고 사는 <풍문으로 들었쇼> (10월 31일 방송)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는 비겁하고 위험한 방송이다. 아무리 프로그램 제목에 ‘풍문’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더라도, 각종 의혹과 루머를 무차별적으로 풀어놓아선 안 된다. 그리고 나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 ‘한쪽의 주장이다’, ‘잘은 모르지만’ 같은 비겁한 전제조건을 달아놓는다.

이날 주제는 톱스타들의 불륜이었다. 연예인이 사생활 공개를 감내해야 하는 직업이긴 하지만, 불륜이라는 것은 연예인에게도 굉장히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풍문으로 들었쇼>는 말 그대로 ‘풍문’으로 떠도는 소문들과 의혹들을 전혀 거르지 않은 채 뒷담화처럼 꺼내놓았다.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첫 번째 대상은 최근 이혼 사실이 밝혀진 이영범-노유정 부부였다. 신혼 초 노유정이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이영범이 동료 탤런트와 외도한 것 같다는 화두를 꺼냈다. 외도 의혹을 밝힌 것도 모자라 “상대 여자가 당시 미혼이었고 현재는 많은 사랑을 받는 유부녀 여배우다”라는 구체적인 사실까지 덧붙였다. 심지어 이준석 패널은 “동료 여배우였다면 후보가 압축되는데 상대가 누구인지 아직 추적이 안 됐냐”면서 ‘네티즌 수사’를 촉구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미 이영범의 외도를 확신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더니, “진짜 외도인지 오해인지 모르겠다”, “노유정 씨의 주장이다”라는 발언으로 한 발 빼는 모양새를 취했다.

방송 주제인 ‘불륜’에 대해서만 언급한 건 그나마 양반에 속한다. K사 A 회장과 전격 결혼 발표했다가 3년 뒤 이혼한 O 씨에 대해 언급할 때는,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비디오 사건’부터 다시금 설명하기 시작했다. 당사자에겐 또 한 번의 상처가 될 테고, 이혼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건인데 말이다.

“A 씨가 O 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풍문도 있었다”는 발언도 나왔다. 스테파니는 “그 상황을 잘 모르지만, 이용하려고 접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했다. 이 사건을 잘 모르는데 어떻게 A 씨의 접근 이유에 대해 단정할 수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의견을 넘어 억지에 가까운 발언이다.

각종 의혹이나 루머를 전혀 얘기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굳이 얘기를 해야 한다면, 최소한 그것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는 점은 확실하게 알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 시간 남짓 되는 방송에서 의혹과 루머가 어느새 팩트로 와전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현미의 전 남편이었던 故이봉조 씨가 과거 20대 가수였던 김추자 씨와 일본 여행을 떠난 것에 대해 얘기한 대목에서였다. 처음엔 “바람이었던 것인지 다른 일행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면서 조심스럽게 말하더니 잠시 후엔 아예 “밀월여행”이라고 단정 지었다. 심지어 “그때는 유부남이어도 (외도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용인됐던 분위기였다”면서 외도를 합리화하려고까지 했다.

방송 내내 그 누구도 ‘그건 확인된 팩트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얘기가 많이 떠돌았다”면서 부추기는 모습만 보였다. 그저 루머나 의혹에 불과했던 것들도 방송에서 내뱉는 순간, 자칫 팩트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10명에 가까운 출연자들 중 누구도 그런 위험에 대해 인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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