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관계법과 함께 비정규직보호법의 개정이 6월국회의 최대 쟁점사안이다. 그런 와중에 KBS 내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량해고가 논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KBS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420명의 비정규직 사원 중 380여명을 자회사로 이관시켜 간접 고용하거나 해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이사회는 24일 오후 이 문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는 분명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경우에 사측은 해당 노동자를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비정규직보호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이에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행동)은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BS에 ‘비정규직 대량해고 방침 철회’와 ‘정규직전환’을 요구했다.

▲ 6월 24일 오후2시에 진행된 'KBS는 비정규직 대량해고 방침을 철회하고, 정규직 전환에 나서라!" 기자회견ⓒ나난

김영호 미디어행동 대표는 “KBS는 그동안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통분담이 경제살리기라고 많은 방송을 해왔다”며 그 말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또 “KBS는 공기업으로 모범적으로 일자리를 나누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먼저 나서서 비정규직을 몽땅 다 자르겠다고 한다”며 KBS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KBS 관제사장이 경영실적을 위해 힘없는 비정규직에게 칼자루를 들이대는 것”이라며 “그러나 비정규직을 자회사로 떠넘기면 자회사도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결국 KBS의 경영실적을 높이기 위한 것은 이병순 사장의 자기영달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만약 해고를 단행한다면 수신료를 거부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KBS 비정규직 싸움의 당사자인 KBS 기간제 사원협회 김효숙 회장도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의무가 있다.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일하고 싶다”며 비정규직 해고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또 “비용의 문제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고통분담하겠다는 서명을 하고 있다”며 “비정규직보호법을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데 사용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병순 체제 1년간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무너지고 공공성은 사라졌다”며 “오늘의 KBS 비정규직 문제는 시청자들과 시민들에게 KBS의 공영성을 가늠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시험대”라고 밝혔다. 또한 “겉으로는 사과하고 뒤에서 탄압하는 이명박 정부의 악행을 따르지 말라”고 경고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KBS는 비정규직 대량해고 방침을 철회하고, 정규직 전환에 나서라!

오늘 KBS이사회에서 비정규직 구조조정안이 논의된다고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KBS는 420명의 비정규직 사원 중 380여명을 자회사로 이관시켜 간접 고용 노동자로 만들거나, 해고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수년을 KBS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이 쫓겨나게 된다.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KBS사측의 비정규직 대량해고 추진을 깊이 우려하며, 일방적 해고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정규직 전환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KBS의 비정규직 대량해고는 공영방송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다. 특히, 경영악화의 책임을 가장 힘없는 비정규직 사원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 동안 KBS의 한 구성원이면서도 임금과 신분상의 차별을 감내해 온 비정규직 사원들이 왜 모든 고통을 전담해야 하는가?

KBS측의 비정규직 대량해고 방침은 오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제정된 비정규직 관련법의 기본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다. 비정규직법의 입법 목표는 비정규직 보호와 차별시정에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2년 이상 고용한 비정규직 사원의 정규직 전환은 KBS의 당연한 의무다. 공기업인 KBS에는 더욱 막중한 사회적 책무가 주어진다. 그러나 KBS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을 앞두고 대규모 계약해지 및 자회사 이전이라는 편법을 부리며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모범사례가 되어야 할 공영방송이 앞장서서 실업자와 비정규직을 양산하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량해고가 이 사장의 연임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고 의심한다. 오는 11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실적을 포장하고, 이명박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에 적극 부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연임을 보장받으려는 속내라는 것이다. 이병순 씨가 취임한 후 보여준 공영방송 파괴행보를 보면 이런 의심이 전혀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다. ‘이병순 체제’ 1년간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무너지고, 공공성은 사라졌으며, ‘청부사장’의 영달만 남았다. 때문에 시청자와 시민들은 이번 사건을 KBS의 공영성을 가늠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시험대로 보고 있다.

‘청부사장’ 이병순 씨와 KBS 사측에 촉구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지금이라도 비정규직 대량해고 방침을 스스로 철회하라. ‘일자리가 희망’이라고 방송하면서 정작 뒤에선 자사의 비정규직 사원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행위다. 겉으론 사과하고 뒤에서 탄압하는 이명박 정부의 악행을 따르지 말라. 당장 당사자들과 대화에 나서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라. 이는 공영방송의 당연한 사회적 책무다. 만약 이명박 정부와 같이 눈과 귀를 막은 채 일방 강행한다면 국민들은 가혹한 심판에 나설 것이다. 이것이 민심이 KBS에 꺼내든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KBS노조에도 촉구한다.

국민들은 지금 함께 땀 흘려 일해 온 비정규직 동료들을 지켜낼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힘을 모아 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투쟁에 나설 것을 명령하고 있다. 스스로 알다시피 지금 KBS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KBS에 대한 분노에 기름을 부을 것인가, 신뢰를 되찾는 계기로 삼을 것인가, 갈림길에 섰다. 만약 이번에도 사태를 방관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이제 시민들은 KBS를 되찾기 위한 직접행동에 돌입할 것이다. 공영방송의 생명인 시청자의 신뢰를 끝내 져버리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 바란다.

2009년 6월 24일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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