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대기업 경영권에까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실세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며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지난 3일 MBN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해인 지난 2013년 말 CJ 최고위층 인사와 전직 청와대 핵심 수석비서관의 통화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CJ E&M. (연합뉴스)

MBN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재현 CJ 회장이 구속된 이후 CJ 그룹의 경영을 맡고 있던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CJ 최고위층 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 전 수석이 이미경 부회장이 버틸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며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재촉했다는 것이다.

MBN이 입수한 녹음 파일에서 청와대 전 핵심 수석은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이) 너무 늦으면 진짜 저희가 난리가 난다"면서 "지금도 늦었을지 모른다"고 강요했다. CJ그룹 최고위층 인사가 "그럼 VIP(박근혜 대통령) 말씀을 저한테 전하셨냐"고 묻자, 청와대 전 핵심 수석은 "그렇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요구에도 이미경 부회장은 버텼던 것으로 보인다. MBN이 공개한 녹음파일에서 CJ 최고위층 인사는 "부회장이 외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여름 해당 수석비서관이 경질된 얼마 후, 이미경 부회장도 건강검진을 이유로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다. 이를 두고 결국 청와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따라서 청와대가 CJ 경영권에까지 개입하게 된 배경을 두고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CJ E&M의 tvn 프로그램인 'SNL 코리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내용이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한 재계 관계자는 "당시 보수세력이 'CJ가 좌파 문화의 숙주'라고 공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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