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주최한 ‘흔들리는 방통심의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는 회의록의 분석을 통해 방통심의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 6월 23일 열린 '흔들리는 방통심의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나난
“특별위원회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여러 가지 건의를 검토해서 이런 저런 의견을 주면 소위원회가 그것을 폭넓게 검토해서 의견을 모으도록 만드는 자문기구다. 표결할 필요가 없으며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다” 2009-01차 회의록의 ○○○ 위원.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김영미 팀장이 그동안 진행된 방통심의위 회의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려스러운 점을 발견했다. 위 내용이 그것이다. 그는 “특별위원회는 방통심의위 내부에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본위원회가 특별위원회의 논의 내용을 숙고하고 긴밀한 관계를 가져가야 심의의 합리성과 정당성을 높이는 길”이지만 위 발언은 “자칫 특별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무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김영미 팀장
김 팀장이 우려한 점들은 방통심의위의 ‘심의’ 과정 곳곳에서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 제재 수위가 소위원회, 전체회의를 단계적으로 거치면서 변경되는데, 그것에 일정한 ‘경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정부와 정부 추진 사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공정성’ 위반으로 전체회의에 올라가면 제재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러나 간접광고에 대한 엄격한 심의는 상대적으로 제재수위가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즉 방통심의위는 상업적 표현에 대해서는 낮은 수위의 제재를, 정치적 표현에 대해서는 반대로 높은 수위의 제재를 내리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김 팀장은 “보도교양 심의에서 본위원회는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YTN <뉴스오늘 1, 2, 3, 4부>와 <YTN 사태 100일…희망의 노래>에 대한 심의는 ‘방송사의 편성권 침해’로, MBC <뉴스데스크 ‘김포한강신도시’>에 대한 심의는 ‘방송사 자율조치를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 KBS1TV 이른바 제야의 종소리 <가는해 오는 해 새 희망이 밝아온다>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재규정하면서까지 편집권을 인정한 심의’라고 비판했다. 낮은 제재수위인 권고로 의결하면서 방통심의위는 “시사교양프로그램이 아닌 쇼 오락 장르인 공개 음악쇼”로 프로그램의 성격을 변경했다는 지적이다.

다음 발제를 맡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소장은 방통심의위의 1년 평가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성숙한 민주사회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심의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면서 “그런데 방통심의위는 정반대의 행보를 걸었다”고 말했다. 방송 통신의 모든 영역에서 정치적 논란을 가져왔고 그 결과 6대3의 모습으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이는 방송프로그램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켜 온라인상의 공론장을 붕괴시킴은 물론 결국에는 사이버 망명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강 소장은 방통심의위에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표결은 즉각 중단 ▲특별위원회의 위상 강화 ▲심의 대상 범위 축소 ▲상시적 관리 감독의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 강혜란 소장
또한 그는 “이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려면 위원 선임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심의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 3인, 여당 3인, 야당 3인씩 추천하고 있는데 이것은 필연적으로 정부여당의 절대적 영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은 방통심의위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 그 초점이 맞춰졌다.

첫 번째 토론을 맡은 심미선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문방송학 교수들 중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언론의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다”면서 “그러나 기관으로 들어가니까 ‘언론의 자유가 필요없다’,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희생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고 우울했다”고 말했다. 그는 (방통심의위원들이) 말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방통심의위는 많은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회의록마저 잘 남기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또 그는 프랑스의 경우 70% 이상이 찬성하는 경우에만 징계할 수 있도로 되어 있다며 여당에 6명을 챙겨주는 것은 인정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표결에서는 공정성을 담보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피해당사자’가 피해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함께 제출했을 때에 한해 심의대상에 넣고,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의 경우는 방송사에 민원을 제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방통심의위가 (말로는) 최소규제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최대규제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점수를 매긴다면 ‘빵점’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통신 분야 심의를 보면 개념도 없고 의지도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방통심의위가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회의공개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방통심의위 회의를 ‘간담회 모드’라고 꼬집었다.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의 경우 투명성이 중요하고 국민들의 감시가 필수적이라 회의는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간담회 모드’는 MBC <PD수첩>의 심의 의결 당시 문제가 된 것으로, 당시 야당추천 위원들이 퇴장한 후 ‘간담회 모드’로 회의를 진행하고 이후 방통심의위는 중징계를 결정한 바 있다.

또 그는 6대3으로 제재가 결정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정족수’를 제안했다. 예를 들면 시청자 사과에 대한 징계를 내리기 위해서는 과반이 아니라 최소 8명이 동의를 하도록 하는 등 징계 수위별로 정족수를 다르게 하자는 것이다.

이남표 MBC 정책협력팀 전문연구위원은 “‘회의록 공개’, ‘위원 선임절차 변경’, ‘민원 개념 적용’, ‘특별정족수’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더라도 현재와 같은 심의규칙이라면 정치적 독립성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심의규칙’에 대한 변경을 요청했다.

그는 “우리(언론인)들의 임무는 ‘진실추구’지만 공정성 및 객관성의 심의규정이 진실추구의 목적을 방해할 수 있다”며 시청자에 대한 사과는 할 수 있지만 그것이 ‘행정처분’으로 내려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피해당사자의 헌법소원”을 독려했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문의한 결과 PD연합회나 기자협회에서 내는 헌법소원은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라고 볼 수 없어 기각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도 방통심의위의 심의를 문제삼았다. 그는 “조중동광고불매운동의 경우 1심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져 유감이지만 판결문에는 광고불매운동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되어 있다”면서 사법부의 판단과 그 이전에 내려졌던 심의위 판결의 차이를 들어 “불법성을 방통심의위에서 심의하는 것이 온당한가”라고 물었다.

그는 “방통심의위의 불법성 심의는 네티즌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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