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가 초반부터 타선이 터지며 클리블랜드 홈에서 치러진 6차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초반 터진 홈런은 그동안 문제로 지적되던 컵스 타선이 활발해졌다는 점에서 마지막 7차전이 기대된다. 투타 조화로 가을 더욱 강력해졌던 인디언스는 중요한 5, 6차전을 모두 내주며 위기에 처했다.

저주 시리즈 마지막 7차전, 과연 누가 승자가 될까?

와후 추장과 염소의 저주에 빠진 채 우승과 멀어져 있던 두 팀이 월드 시리즈에서 만났다. 의도적으로 만들어도 쉽지 않은 상황, 대표적인 저주 받은 두 팀이 월드 시리즈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기대치는 급격하게 높아져 있었다.

시즌 최다승인 103승으로 가장 완벽한 팀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시카고는 저주를 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한 해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내년 시즌 염소의 저주를 풀기 위해 준비하던 그들은 시즌 내내 워낙 좋은 경기력으로 상대를 압도하자 그 계획을 앞당겼다. 뉴욕 양키스에서 마무리 채프먼까지 데려오며 그렇게 준비를 한 시카고 컵스는 준비된 우승 팀이었다.

시카고 컵스 1908년 월드시리즈 우승 기념 사진 [시카고 컵스 온라인 화면 캡처]

그에 비해 클리블랜드는 우승 후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꾸준한 경기력으로 지구 우승을 하더니 가을 야구에서는 더욱 탄탄한 전력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인디언들의 강력한 힘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혼란으로 이끌었다.

우승 영순위라고 생각했던 시카고보다 클리블랜드가 더욱 강력한 우승후보가 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클리블랜드 홈구장에서 치러진 1차전은 그 바뀐 기대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시즌 19승 투수인 클리블랜드의 클러버가 완벽하게 컵스 타선을 제압했다. 클러버와 레스터의 대결 구도에서 그 무게감은 레스터가 더 우위에 있었다. 가을 야구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한 선수들 중에는 레스터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경기의 승자는 인디언스였다.

클러버는 완벽한 투구로 6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고, 레스터는 3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9번 포수 페레즈의 홈런 한 방은 첫 경기를 가져가는 신호였다. 의도하지 않은 선수의 한 방은 단기전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해왔다는 점에서 첫 경기 페레즈의 한 방은 월드 시리즈를 단순하게 정리하는 듯했다.

월드시리즈 2승째를 챙긴 컵스 선발 제이크 아리에타. [EPA=연합뉴스]

하지만 컵스는 약하지 않았다. 에이스 아리에타가 나선 2차전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선 컵스는 바우어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컵스의 타선은 전날 무득점과 달리 1회부터 터지며 바우어를 빠르게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초반 분위기를 압도한 컵스는 부진한 타선이 터지며 5-1로 승리했다.

컵스는 부상으로 시즌 거의 대부분을 쉬었던 슈와저를 선발로 내보내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슈와저 카드는 성공했고, 브라이언트, 리조와 조브리스트로 이어지는 타선이 폭발하며 반격을 시작했다. 그렇게 원정에서 1승1패를 거두고 시카고 홈으로 향한 컵스였지만 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톰슨과 헨드릭스 선발 대결에서 컵스의 완승이 예상되었지만 의외로 헨드릭스가 부진했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서며 불펜이 총 가동되었지만 7회 인디언스 크리스프가 결승타를 치며 3차전을 1-0으로 가져갔다. 원정이자 1승1패 상황에서 3차전은 중요했다. 상대적으로 선발에서 밀린 인디언스가 헨드릭스 카드를 잡았다는 사실은 중요했다. 다음 카드가 바로 클러버였기 때문이다.

1차전 완벽한 투구를 한 클러버는 4차전에서도 1실점만 한 채 6이닝을 막아내며 월드 시리즈 2연승을 이끌었다. 마운드에서 클러버가 완벽하게 컵스 타선을 막자 인디언스 타자들은 홈런 3개를 앞세워 렉키를 시작으로 불펜 4명의 투수들을 공략하며 7-2로 가볍게 제압하며 시리즈 성적 3승 1패로 앞서가게 되었다. 한 경기만 이기면 저주 시리즈는 인디언스의 승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클리블랜드 에이스 클루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위기 상황에서는 언제나 팀의 에이스들이 그 몫을 해준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나온 레스터는 1차전의 아쉬움을 달래는 호투로 상대를 제압했다. 레스터가 비록 2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컵스 타선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에서 집중력을 보이며 선발 바우어를 상대로 3득점을 하며 승리를 거뒀다.

마지막일 수도 있는 경기라는 점에서 컵스는 마무리 채프먼을 7회 1사 상황에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위기는 있지만 채프먼은 염소의 저주를 막기 위해 온 절대 카드였다. 마무리는 1이닝이라는 공식을 제거한 채 1점차 승부에서 경기를 마무리한 채프먼으로 인해 컵스는 기사회생했다.

다시 리글리 필드에서 퀵큰 론즈 아레나로 향한 6차전에서 컵스는 그동안 답답했던 타선이 폭발했다. 아리에타와 톰린이 선발로 나선 오늘 경기 역시 치열한 마운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타선이 제대로 터지지 않는 양 팀이라는 점에서 승부가 쉽게 나지는 않을 것이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나 변수는 존재하고 이번에는 컵스가 그 주인공이 되었다. 선발 톰린을 초반부터 밀어붙이며 1회에만 3득점을 한 컵스는 경기를 지배했다. 시즌과 가을 야구 모두 꾸준한 타격감을 보여준 브라이언트가 기선을 제압하는 홈런을 터트리며 톰린을 흔들었다. 이어진 연속 안타 상황에서 인디언스 외야수비가 흔들리며 무기력해지고 말았다.

컵스 애디슨 러셀이 만루포를 터트린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AP=연합뉴스]

벼랑 끝에 몰렸던 컵스는 1회에만 3득점을 올리며 선발 아리에타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의외로 주무기인 커브가 밋밋하면서 컵스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다. 3회에도 연속 안타를 맞으며 만루 상황을 만들고 마운드에서 내려서고 말았다.

마운드를 물려받은 오테로는 러셀에게 가운데 몰리는 실투를 던지며 오늘 경기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주무기인 싱커가 제대로 먹히지 않고 가운데로 몰린 공을 러셀이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터진 만루 홈런은 초반부터 7-0으로 앞서가게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터진 러셀의 만루 홈런으로 인해 컵스는 7차전을 바라보게 되었다.

점수 차는 9-3으로 컵스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과정은 그리 쉽지는 않았다. 아리에타가 홈런을 포함해 2실점을 하고 내려간 6회부터 불안은 가중되었기 때문이다. 인디언스가 선발보다 불펜이 강력한 것과 달리, 컵스의 최대 약점은 불펜이었다. 마무리 채프먼은 강력하지만 이를 연결하는 불펜 투수들이 제 몫을 못해주었기 때문이다.

채프먼은 다시 7회 만루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7차전을 위해선 점수 차가 큰 상황에서 채프먼을 아껴야 했지만 궁지에 몰린 컵스로서는 여유가 없었다. 이기지 못하면 월드 시리즈는 끝나기 때문이다. 채프먼이 만루 상황에서 나와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지만 그 상황에서 발목을 약간 접질리는 모습을 보이며 우려를 사기도 했다.

채프먼은 강했다. 8회도 완벽하게 막은 채프먼을 위해 9회 2사 상황에서 리조가 투런 홈런을 쳐내며 완승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9-2로 앞선 9회 채프먼을 쉬게 해줘야 했지만 9회 터진 홈런으로 인해 불펜 준비가 덜 된 컵스는 다시 채프먼이 올라와야 했다.

월드시리즈 6·7차전이 열릴 프로그레시브 필드. [AP=연합뉴스]

볼넷을 내주고 스트롭에게 마운드를 내줘야 했지만 컵스는 1실점을 하며 우드가 마무리를 하며 마지막 7차전까지 끌고 갔다. 오늘 분위기 자체는 컵스가 주도했지만 마지막 이닝에서 득점을 하며 7차전을 대비한 인디언스는 최고의 투수들을 대거 등판시킨다.

선발 클러버에 이어 최강의 불펜 자원들인 밀러와 알렌이 충분히 쉬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3일 쉬고 계속 선발로 나서는 클러버가 마지막 7차전에서도 마법과 같은 공으로 컵스를 막아낸다면 인디언스의 우승 가능성이 높다. 첫 등판에서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아쉬웠던 헨드릭스가 다시 최강의 제구력을 찾는다면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풀어낼 수도 있다.

108년과 68년 동안 월드 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던 컵스와 인디언스. 염소와 와후 추장의 저주에 걸린 두 팀의 대결은 이제 딱 한 경기만 남겨두게 되었다.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경기는 막강한 인디언스 마운드와 뒤늦게 터지기 시작한 컵스 타선의 대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어떤 예측도 불가능한 2016 월드 시리즈 7차전은 과연 어떤 팀의 승리로 이어질까? 그건 어쩌면 신도 알지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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