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디어위)의 활동이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의 ‘국민 여론조사’ 거부로 파국을 맞은 가운데, 야당 추천위원들이 22일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안과 이에 대한 표결처리에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자체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결과는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안을 발의한 뒤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난 바 있다.

▲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추천 미디어위원들이 지난 17일 오후 1시40분 기자회견을 열고 ‘미디어위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미디어스
미디어위 야당 추천위원들은 지난 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만 19살 이상 성인 1천명을 성별, 연령별, 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로 뽑아 전화 면접조사를 벌인 결과, 언론관계법안 표결 처리와 관련해 응답자의 58.9%가 “국민여론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으므로 국회에서 표결처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국회와 전문가간 충분히 논의됐으므로 표결처리해야 한다”는 응답(18.0%)보다 3배 이상 높은 결과다. 이는 한나라당이 이른 시일 안에 국회를 열어 언론관계법안을 표결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잘 모르겠다”는 23.1%였다.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뉴스채널 진출이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46.2%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데 비해 25.7%만 “동의한다”고 답했다(“잘 모르겠다” 28.1%).

또, 경제위기와 관련해 가장 민감한 내용인‘방송계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43.0%)가 “동의한다”(31.9%)보다 11%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잘 모르겠다” 25.0%).

특히 응답자들은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 진출이 여론다양성을 높일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과 달리 여론장악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뉴스 채널 진출의 여론장악 가능성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대기업 63.0% △신문 58.1인 데 반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각각 17.6%와 18.9%에 그쳤다. 반대로, 여론다양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30.6%), “동의하지 않는다”(47.5%)였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민들은 “언론자유가 위협 받을 것”(55.6%)이고 “민주주의의 기반이 약화될 것”(50.1%)이라고 우려하고 있었다. 반대 의견은 각각 23.3%, 29.7%에 불과했다.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뉴스 채널 진출 유형을 세부적으로 나눠 물은 결과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소유·운영에 대해서는 찬성이 17.6%, 반대가 68.5%였으며, 신문의 지상파 방송 소유·운영에 대해서도 찬성 17.0%, 반대 66.8%로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종합편성채널 소유·운영에 대해서는 대기업이 찬성 23.8%, 반대 59.8%였고, 신문은 각각 20.4%와 62.7%였다. YTN 같은 뉴스전문 채널 소유·운영에 대해서도 찬성(대기업 22.9%, 신문 25.8%)보다 반대(대기업 61.8%, 신문 57.5%)가 훨씬 높았다.

이밖에 인터넷상의 게시물이 특정인에게 모욕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당사자의 고소 없이도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사이버모욕죄’에 대해서도 찬성(37.0%)보다 반대(49.1%)가 우세했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내용에 불법이나 허위 정보가 있는지를 포털사가 직접 확인하고 감시하도록 책임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64.8%)이 반대(20.0%)보다 크게 높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국민들은 언론관계법안에 대해 잘 모르므로 여론조사를 통한 의견수렴은 타당하지 않다”는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추천 미디어위원들의 주장과 관련해 응답자의 56.6%가 이들 법안에 대해 “알고 있다”(잘 알고 있다 13.9%, 조금 알고 있다 42.7%)고 답한 반면 43.4%가 “모른다”(잘 모른다 35.2%, 들어본 적도 없다 8.2%)고 답했다.

미디어위가 국민여론 수렴을 잘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14.4%가 “잘했다”(매우 잘했다 3.2%, 대체로 잘했다 11.2%)고 답한 데 비해 48.%가 “잘못했다”(대체로 잘못했다 25.8%, 매우 잘못했다 23.%)고 답해, 미디어위 활동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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