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용산참사 현장에서 단식기도를 올리고 있는 천주교 신부들에게 내리 3일 폭력을 행사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고령의 문정현 신부의 목을 조르는가 하면 이강서 신부의 팔을 뒤로 꺾는 등 '막가파식' 폭력을 행사했다. 전종훈 신부는 방패에 맞았다. 나승구 신부는 땅바닥에 얼굴을 눌려 안경이 깨지고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용산범대위 박래군 집행위원장은 "19일부터 21일까지 3일 내내 경찰의 막무가내식 폭력이 자행됐다"며 "이명박 대통령에 줄서기한 공권력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보여진 3일이었다"고 비판했다.

3일간 용산 참사 현장서 벌어진 경찰 폭력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용산범대위)'에 따르면 19일 오후 남일당 분향소를 사진 채증하는 사복경찰을 시민들이 붙잡아 카메라를 뺏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무력으로 이들을 제치고, 사진채증을 하던 경찰을 빼돌렸다. 이어 경찰은 불법 사진 채증과 폭력행위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하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나승구 신부를 완력으로 제압해 땅바닥에 엎드리게 했고, 팔을 꺾인 채 바닥에 눌려있던 나 신부는 안경이 깨지고 얼굴이 긁히는 부상을 입었다. 나 신부는 이날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단식기도 5일 째였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이강서 신부도 경찰에 양팔을 꺾였고, 전종훈 신부는 방패에 맞았다. 용산경찰서장은 "불법을 저지른 적이 없으니 사과는 할 수 없고, 사건의 경위에 대해 해명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용산범대위는 전했다.

▲ 경찰이 나승구 신부님의 팔을 꺾고 머리를 바닥에 강제로 숙이게 하고 있다.ⓒ 용산 범대위 제공
▲ 20일 용산참사 150일 추모대회 후 참사현장에서 용산역까지의 추모행진 과정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유족들이 들고 있던 영정 사진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했고, 유가족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종훈 신부가 실신, 탈진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용산 범대위 제공
다음 날 20일 오후 '용산참사 150일 추모대회'에선 참가자 3명이 연행되고, 전종훈 신부와 유가족들이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추모대회를 마친 후 용산역 방향으로 행진하려는 참가자들을 경찰이 막아서는 과정에서 고인들의 영정이 훼손됐고, 유족들과 참가자들은 훼손된 영정을 복구해 것을 경찰에 요구하며 남일당 빌딩 앞 서울역 방향 도로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이들을 인도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참가자 3명을 연행해갔고, 끝까지 저항하던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 고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씨,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씨가 실신해 구급차량에 실려 중대용산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 연행에 항의하던 전종훈 신부도 탈진해 강남성모병원으로 후송됐다. 전 신부는 6일 째 단식기도 중이었다.

경찰은 21일 날이 밝기가 무섭게 또 한번 남일당 건물에 들이닥쳤다. 이날 오전 9시께 경찰은 경찰은 남일당 건물 앞에 설치된 사제단 단식기도 천막에 붙어 있던 '대통령은 유족 앞에 사죄하고 용산 참사 해결하라'라고 쓰인 현수막과 분향소 앞에 사제단이 걸어놓은 '단식기도 6일 째' 피켓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용산4가 철대위 회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이에 항의하던 이강서 신부와 문정현 신부가 부상을 입었다.

용산범대위가 공개한 영상에서 경찰은 이강서 신부를 뒤에서 안아 양팔을 위로 꺾고, 허리춤을 붙잡은 채 4~50m를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이 신부의 상의 셔츠는 완전히 찢겨져 나갔다. 70세 문정현 신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찰 한 명은 문 신부의 뒤에 서 팔을 붙잡았고, 다른 한 명은 문 신부의 앞에 서서 손목을 움켜쥐고 밀어부쳤다. 심지어 한 경찰은 문 신부에게 "노인네가 노망났나"라는 등의 폭언을 퍼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치상황으로 83세 노인이 경찰 방패에 찍혀 눈 주위가 멍들고 팔에 찰과상을 입었고, 64세 회원도 팔이 비틀려 병원치료를 받았다.

▲ 경찰이 21일 오전 용산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 아래 설치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천막의 현수막을 강제 철거했다. 이에 항의하던 이강서 신부가 경찰에 팔이 꺾인 채 끌려가고 있다.ⓒ 용산범대위
▲ 21일 오전 경찰이 용사 참사현장인 남일당 건물 아래 설치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천막 현수막을 강제 철거했다. 경찰은 항의하는 문정현 신부의 목을 잡아 끌고 가는 등 무력으로 제압했다. 심지어 경찰은 문 신부에게 "노인네가 노망났나"라는 등의 폭언을 퍼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범대위
"청와대에 충성 급급한 공권력의 현주소 보여줬다"

3일간 벌어진 경찰들의 행위를 살펴보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종교인들에게까지 예외없이 폭력이 가해졌고, 사과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해 촛불정국 때까지만 해도 경찰들은 종교인들이 거리로 나서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우발적으로라도 물리적 마찰이 발생하면 사과를 하는 등 예의를 차리는 모습을 보였다. 적어도 '상식'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공권력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강압통치가 심해지면서 경찰도 막무가내식 폭력을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다. 특히 용산 참사 현장에선 '법과 원칙'이라는 명분 하에 유가족들과 철거민들은 물론 종교인들까지 경찰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용산범대위 박래군 집행위원장은 "과거엔 적어도 종교인들에 대한 폭력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만약 폭력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약속이 이뤄지곤 했지만 이번 3일의 상황을 보면 '신부든 유족이든 다 연행해가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라며 "청와대에 충성하기 급급한 공권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용산범대위 홍석만 대변인은 "용산 철거민들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돌아가셨는데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참사 현장에선 경찰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참사 현장에서 경찰 폭력이 중단되는 것에서부터 용산 참사 해결의 단초가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저도 해결이 안되는 상황 속에서 용산 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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