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 여자프로농구(WKBL)가 지난29일 개막, 첫 주말 두 경기를 소화했다. 이들 두 경기에서는 한국 여자농구의 두 ‘레전드’ 이미선(용인 삼성생명)과 변연하(청주KB스타즈)의 은퇴식이 함께 열려 뜻깊은 개막 첫 주말이 됐다.

2016-2017시즌 개막을 알리는 첫 주말에 펼쳐진 두 경기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아산 우리은행과 청주KB스타즈가 각각 용인 삼성생명, 구리 KDB생명을 제압하고 산뜻한 출발을 했다.

이렇게 무난하게 시작한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지만 어딘지 허전한 기분을 지울 길이 없다. 새로운 시즌이 새로이 개막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WKBL 코트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막전으로 펼쳐진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경기만 하더라도 양팀 합쳐 무려 4명의 주축 선수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삼성생명에서는 허윤자, 유승희, 박하나, 그리고 우리은행에서는 이승아, 양지희의 모습을 코트에서 볼 수 없었다.

KB스타즈 강아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들 가운데 우리은행의 통합4연패의 주역인 가드 이승아의 경우 이번 시즌 개막에 임박한 시점까지 팀 훈련을 소화했지만 장기간 부상으로 인한 피로감을 이기지 못하고 잠시 팀을 떠나기로 결심, 임의탈퇴 선수가 됐다. 따라서 이번 시즌 안에는 이승아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삼성생명의 박하나는 개막 직전까지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했으나 갑작스런 손가락 골절 부상으로 8주 진단을 받았다. 팀의 대표 슈터로서 박하나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매우 뼈아픈 전력 공백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0일 홈구장인 청주실내체육관에서 홈개막전을 가진 KB스타즈의 주장이자 대표 슈터 강아정도 이날 KDB생명을 상대로 14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지만, 다음 경기에는 물론 잔여 시즌 출전 여부도 불투명하다. 현재 강아정은 오른쪽 발목 외측 인대 두 개가 파열됐고, 내측 인대도70% 정도 손실된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KB스타즈 안덕수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강아정을 스타팅 멤버에 포함시키면서 “일단 넣어 보고 컨디션이 안 좋다고 생각되면 바로 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주장인 강아정 대신 부주장인 김가은이 참석한 이유 역시 부상 때문이었다. 당시 강아정은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발목이 부어 있는 상태였다는 것이 안 감독의 설명이다.

31일 경기를 펼치는 인천 신한은행과 부천 KEB하나은행의 경기에서도 팬들이 기대하는 스타팅 라인업을 코트에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시즌 개막 시점에서 가장 많은 부상 선수들을 가진 두 팀의 경기이기 때문이다.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2016-2017시즌 여자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각팀 대표 선수들이 우승트로피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신한은행의 경우 정상 가동된다면 WKBL에서 가장 훌륭한 가드진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누가 출전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리는 최윤아를 비롯해 윤미지, 김규희, 신재영, 이민지가 모두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에 선발한 외국인 선수 모건 턱마저 부상으로 팀 합류가 불발됐다.

KEB하나은행의 사정은 더욱 더 심각하다. 팀의 간판 김정은이 무릎 수술 후 재활 중이어서 개막전 출전이 어렵고 십자인대 파열로 지난 시즌 전체를 날렸던 신지현은 이번 시즌 맹활약을 기대했지만 이번에는 발목 수술을 받게 되면서 복귀가 미뤄졌다.

또 9월 중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가드 김이슬은 재활 막바지에 발등 피로 골절 진단을 받으며 코트에 설 수 없는 상태다. 그리고 KEB하나은행 역시1라운드에서 선발한 외국인 선수 에어리얼 파워스가 고관절 부상으로 팀 합류가 불발됐다.

흔한 말로 ‘차, 포 뗀다’는 말이 있는데 신한은행이나 KEB하나은행의 경우 ‘차, 포에다 상, 마’까지 떼고 시즌 개막전을 치러야 할 판이다.

프로 스포츠가 하나의 상품이라고 한다면 가장 좋은 상태의 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시점인 개막전에서 이처럼 모든 팀들이 온전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분명 오랜 기간 시즌 개막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미안해야 할 일이다.

2015-2016시즌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선수들의 부상 정도가 개인별로 다르고, 그에 따른 복귀 시점 역시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시즌이 진행되면서 현재의 상황은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인해 각 구단들이 온전한 전력을 한 번도 가동해 보지도 못하고 시즌 폐막을 맞게 되는 악순환이 매 시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이 통합4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 관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은행의 통합5연패 도전에 있어 가장 큰 위험요소 역시 부상관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선수가 다치고 싶어 다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구단 입장에서도 부상 선수가 나오는 것이 온전히 구단 책임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또 선수의 부상은 프로 스포츠에 있어서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허용된 위험’ 같은 것이다.

하지만 WKBL 구단들의 부상 악순환은 ‘프로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결국 리그 전체의 가치를 저하시킬 것이다.

선수 각자, 또는 구단 차원에서 부상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철저히 실천하지 않는 이상 WKBL은 매 시즌 농구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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