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디펜딩 챔피언’ 아산 우리은행이 2016-2017시즌 개막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제압하고 5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향한 순조로운 첫 발을 내디뎠다.

우리은행은 지난 29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과의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개막전에서 외국인 센터 존쿠엘 존스가 22득점에 리바운드를 무려 19개나 잡아내며 골밑을 지배, 팀 승리를 이끌었고 ‘에이스’ 박혜진이 13득점, 임영희가 12득점, 그리고 외국인 선수 모니크 커리가 13득점을 올리며 뒤를 받쳤다.

우리은행은 이날 통합 4연패의 주역 이승아, 양지희 등 2명의 주축 선수가 없는 가운데 경기를 치렀다. 이승아는 계속된 부상 후유증으로 잠시 팀을 떠나겠다고 결정, 이번 시즌에는 코트에서 볼 수 없고 양지희 역시 부상 후유증의 여파로 경기에 투입되지 않았다.

20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MVP로 선정된 우리은행 박혜진이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1·2차전에 이어 이날 3차전에서 승리해 챔피언이 됐다. Ⓒ연합뉴스

시즌 개막전을 홈개막전으로 치르게 된 삼성생명 역시 이날 주전 선수 가운데 박하나와 유승희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었고 베테랑 가드 이미선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 이날 은퇴식을 가짐으로써 지난 시즌과 비교할 때 세 명의 주축 선수가 빠진 셈이었다.

특히 외국인 선수 나타샤 하워드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소속팀이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 입국이 늦어지면서 선수등록을 미처 하지 못한 관계로 엘리사 토마스 한 명의 외국인 선수만을 투입한 가운데 경기를 펼쳤다.

두 팀 모두 완전하지 못한 멤버 구성 속에 개막전을 치러야 했지만 우리은행과 삼성생명 모두 비시즌 충실한 훈련을 이어왔고 이번 시즌 우승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팀인 만큼 좋은 내용의 경기를 치를 것이라 기대가 됐다.

그리고 그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양팀은 1쿼터부터 일진일퇴의 재미있는 공방을 펼쳤다. 우리은행은 박혜진(7점), 임영희(6점), 존쿠엘(6점)이 득점에 가담하며 배혜윤(8점), 토마스(6점), 고아라(2점)가 응수한 삼성생명에 19-16, 3점을 앞선 채 1쿼터를 마쳤다.

하지만 2쿼터 들어 우리은행은 커리(13점)의 화력이 폭발한데다 ‘비밀병기’ 최은실의 3점슛 2방이 터져 나오며 삼성생명과 격차를 벌린 끝에 44-29, 15점차로 앞선 가운데 2쿼터를 마쳤다.

29일 경기도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개막전 용인 삼성생명과 아산 우리은행 경기에서 우리은행 존쿠엘 존스가 슛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198cm의 장신 센터 존쿠엘 존스와 4시즌째 WKBL 무대에서 활약하는 ‘지한파’로 득점에 관한 한 최고라는 평가가 과언이 아닌 커리가 우리은행에 가세, 실제 전력에 구현된 모습은 가히 위력적이었다.

아직 우리은행에서 기존 국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춘지 불과 열흘 안팎 밖에 안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랬다.

특히 존쿠엘 존스의 기량은 인상적이었다. 지난 시즌 사샤 굿렛과 비교할 때 한 단계 높은 기량의 선수임은 분명했다.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발이 빠르고 공을 다루는 스킬과 야투 능력도 수준급이었다. 체력적인 부분만 정상적인 수준으로 올라와 우리은행 특유의 빠르고 악착같은 수비 조직에 녹아든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우리은행은 이날 3쿼터에 다소 느슨한 플레이를 펼치며 8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는데 그 사이 삼성생명에 추격을 허용하면서 52-50, 두 점차까지 쫓겼고 4쿼터 시작 1분여 만에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이후 존쿠엘 존스의 골밑 플레이가 살아나고 박혜진의 야투가 뒷받침 되면서 70-62, 8점차 승리를 거뒀다.

삼성생명은 4쿼터 들어 토마스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전체적인 팀플레이가 저하된 부분이 아쉬웠다.

경기 직후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운이 좋았다”고 했다. 맨날 하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4쿼터 초반 역전을 허용한 이후 존쿠엘 존스의 성실한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다시 흐름을 되찾아 오지 못했다면 자칫 내줄 수도 있는 경기였다.

박혜진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추격을 허용한 상황에 대해 점수차가 많이 벌어지면서 선수들이 스스로 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주고 움직이지 않은 데서 원인을 찾았다고 했다. 상대방이 잘해서가 아닌 우리은행 선수들 스스로에게 원인이 있었다는 말이다.

존쿠엘 존스는 미국에서 팀 메이트인 전 우리은행 선수 쉐키나 스트릭렌으로부터 우리은행과 위성우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팀에서 원하는 플레이를 맞춰 나가다 보면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 더 좋은 선수로 발전되어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했다. 팀과 위성우 감독에 대한 믿음을 드러낸 말이었다.

우리은행이 이날 개막전에서 보여준 전력은 완전하지 않은 전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에 이어 독주를 이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 전력이었다.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제 컨디션을 되찾고 우리은행의 팀플레이에 녹아든다면, 그리고 주전 센터 양지희까지 컨디션을 회복해서 돌아온다면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전력을 구축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통합 5연패에 도전한다. 개막전 상대였던 삼성생명이나 ‘슈퍼루키’ 박지수를 품은 청주 KB스타즈가 우리은행의 목표 달성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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