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최순실 씨가 30일 오전 극비 귀국했다. 최 씨의 귀국으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검찰이 최 씨를 즉각 소환하지 않고 있어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 씨의 귀국에 대해 "30일 오전 7시30분 경 브리티시에어라인 항공편으로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자진 귀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순실 소환에 대해 "오늘 소환 조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주변 조사 후 최순실 씨를 소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최순실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오전 9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최 씨의 입장에 대해 밝혔다. 이경재 변호사는 "최순실 씨는 변호인과 상의해 검찰 수사팀과 소환일정 등에 대해 연락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 검찰에 최 씨의 건강이 좋지 않고, 장시간 여행에 시차 등으로 지쳐 있어 하루 정도 몸을 추스릴 수 있는 여유를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에 대해 검찰은 "최순실 씨를 오늘 소환 조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은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관련자였던 고영태 씨에 대해서도 2박3일에 걸친 조사를 마친 후 29일 귀가시켰다.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도 현재 국내에 있다. 게다가 그 동안 중요 사건의 핵심 관련자의 경우, 말 맞출 시간을 주지 않았던 게 검찰의 수사 관행이었다.

검찰의 최순실 씨 '봐주기' 수사 의혹은 지난 외교부 브리핑에서도 등장했다. 한 기자가 "최순실 씨를 귀국시키려면 비자를 취소하면 될 일이 아니냐"고 묻자, 외교부 관계자는 "검찰의 요청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검찰에서 요청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순실 씨 귀국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경재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게 된 경위에 대해 "최순실 씨가 귀국하느냐 안 하느냐에 대해 본인의 확고한 각오를 얘기했음에도 (의혹이 많아) 이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최 씨 측은 "수사당국이 소환을 하면 출석할 것"이며 "수사를 회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최순실 씨 덴마크, 벨기에 등 소재설에 대해서는 "제가 최순실 씨 관련해 덴마크, 벨기에 온갖 소문이 다 돌았다"면서 "독일에서 바로 영국 런던으로 가서 비행기를 탔다"고 전했다. 그는 "최 씨는 독일 현지에서도 본인이 견디기 어려워 했다"고 말했다.

런던으로 이동한 것이 도피를 위한 행각이 아니었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 귀국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경재 변호사는 "아시다시피 최순실 씨는 너무나 큰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다.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 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면서 "런던에서 온 것이 도피하기 위해 그런 것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최순실 씨의 소재를 묻는 질문에는 "그 점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며 "저도 사실 최 씨와 구체적 사안에 변호인 접견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는 검찰 수사에 적극 순응할 것이며, 진실을 그대로 진술하고자 한다"면서 "자신으로 인해 국민에게 좌절과 허탈감을 가져오게 한 것을 깊이 사죄드린다는 심경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법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을 드릴 수 없다"면서 "이 사건은 철저히 수사해서 진상을 듣고,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의혹 증폭은 막아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운영 의혹에서 시작된 최순실 씨 논란은 현재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로 번진 상황이다. 29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집회에 3만 여명의 군중이 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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