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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죽음과 기억, 관계에 관한 성찰적 질문[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6.10.28 12:32

다른 나라 문화와는 달리 유독 일본에서 강세를 보이는 문화 코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죽음’일 것이다. 이전부터 할복 문화가 군주에 대한 절대 복종을 드러내는 표상이긴 했어도, 할복이 거의 사라진 요즘에도 <엘리자벳>처럼 타나토스 내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 서구권에 비해 인기몰이를 하는 건 일본 특유의 죽음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영화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지라 영화 <굿`바이> 또는 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나 <1리터의 눈물> 등은 죽음 또는 죽음과 관련된 소재로 세인에게 찬사를 받았던 일본 작품들이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스틸 이미지

오늘 소개하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역시 죽음을 소재로 일상의 소중함을 돌아보도록 만드는 작품이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인공 ‘나’는 어느 날 악마에게 제안을 받는다. 주위에서 악마가 제안하는 물건 하나씩이 사라질 때마다 내 수명은 하루씩 연장된다는 악마의 제안에, 나는 그 제안을 수락하고 내 주위에 있는 사물들은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마음껏 숨 쉴 때는 몰랐지만 물에 빠져 허우적댈 때 숨 쉬는 것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 것처럼, 주인공은 악마가 사물을 하나씩 없앨 때마다 사라지는 사물에 대한 소중함을 뒤늦게나마 깨닫기 시작한다. 영화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관객으로 하여금 되돌아보게 만들어준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스틸 이미지

전화기나 영화, 시계와 같은 사물이 단지 없어지기만 하면 좋겠지만 악마의 제안에는 사물이 사라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사라지는 사물과 관련된 인물과의 추억이나 기억도 송두리째 사라진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나는 목숨이 하루씩 늘어나는 대신에 지인, 친구와의 좋았던 인연을 잃는다.

그렇다면 이쯤해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니다. 사회적 동물이 인간이다. 타인에게 도움을 받고 주는 상호 관계 가운데서 생존을 영위하는 동물이 인간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하루를 더 살 수 있는 대신에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잃어버리는 삶, 생물학적인 수명은 연장할 수 있을지언정 사회적인 맥락을 하루마다 하나씩 잃어버리는 삶이 과연 가치 있는 삶인가에 대해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하는 셈이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스틸 이미지

하지만 영화는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확연하다. 주인공은 영화가 이 세상에서 사라짐으로 대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절친과의 인연을 잃는다. 주인공이 친한 친구를 잃을 때에는 감정의 변화가 없다가 고양이를 세상에서 없애겠다는 악마의 제안을 들을 후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사라졌을 때에는 미친 듯이 빗속을 달리며 절규한다.

고양이가 가족과 연관된 애묘라 주인공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관객에게 고양이와 관련된 주인공의 사연을 먼저 나열하지 않은 채 주인공의 격한 감정의 변화를 먼저 보여줌으로 말미암아 영화는 친구가 고양이보다 못한 존재라는 걸 은연중에 보여주고 만다. 주인공과 친하게 지내던 형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다음에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폭포에서 절규하는 장면도 감정선의 이음새가 부드럽지 못하다.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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