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최측근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비롯해 국민들까지 나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별검사제 실시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25일부터 주요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로 ‘하야’, ‘탄핵’ 등이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26일 한국경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최순실 씨 문제에 박근혜 대통령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이 몸담았던 한국경제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 씨만의 문제”라면서 박 대통령을 위한 ‘선 긋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독신인 대통령으로선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서 누구든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동생 부부와 조카도 청와대에 얼씬도 못 하게 할 만큼 가족·친족과도 거리를 뒀던 대통령이다. 그런 결벽증 탓에 과거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최순실 씨를 더 가까이 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사적인’ 연민을 드러내며, 독자의 동정을 유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이 업무에 사인이 관여를 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의견을 적더라도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글을 써내려가야 할 언론사가 감정에 호소하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세간의 소문처럼 최순실 씨가 국정을 농단하고 인사에 개입할 정도까지 대통령이 용인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최순실 씨가 대통령과의 친분을 무기로 호가호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복수의 언론으로부터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이 아닌 최순실 씨 개인의 잘못이라는 취지다.

만약 한국경제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온정의 시선을 보낼 것이 아니라, 직접 취재현장에 뛰어들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사실을 근거로 최순실 씨의 단독 행각이었다는 것을 밝혀내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

사설 말미에서 한국경제는 “최순실 씨 문제로 인해 앞으로 닥칠 대내외 위기 대처까지 흔들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국내 상황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초유의 위기에 빠져있다. 지금 눈앞에 닥친 최대 위기 상황부터 극복할 방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이며, 그 중에서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공무원이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국정 운영의 자격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표라는 권력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대통령이라는 직은 그 어느 직책보다 공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최순실'이라는 사인을 동원했다.

지금 이 순간 고민해야 할 것은 국정운영 전반을 일개 사인에게 의존한 능력 없는 대통령과 그 대통령을 감싸고 돈 새누리당에 어떤 책임을 물을 지, 아직도 이들을 옹호하는 일부 세력들을 어떻게 심판하고 바로잡을 것인지의 문제다. 본질을 흐리는 사설은 작금의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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