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수요일 KBS <못말리는 결혼>의 한장면이다.

심사장 : "뭐라구? 지금 뭐라고 그랬어?"
차지배인 : "근무수칙 당장 철회해 주십시요."
심 : "그게 다 고객을 위한 건데 왜 철회해?"
차 : "그 수칙 때문에 지금 호텔이 엉망이 되고 있습니다"
심 : "지배인이 호텔일 어쩌고 저쩌고 하는건데 왜 엉망이 돼?"
차 : "사장님!"
심 : "이게 눈을 어디서 부라리고 사장님해!"
차 : "그 말도 안되는 근무수칙 당장 철회해 주십시요."
심 : "왔? 너 나랑 한판 붙자 이거냐 너!"
차 : "흠. 저 때문에 기분 나빠서 이러는 거라면 제가 그만두겠습니다."
심 : "어쭈구리."
차 : "대신, 직원들 호텔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 주십시요."
심 : "관둬. 관둬. 관둬. 어휴. 야. 가. 관둬. 너 없으면 호텔이 안굴러가?"

KBS <못말리는 결혼>은 지난 5일 심말년 여사(김수미 분)가 졸부 소리가 듣기 싫어 호텔을 인수하는 이야기로 첫 방송을 시작했다. 사장으로 권위를 내세우다가 차 지배인에게 몇번 무안을 당하자 괜한 생떼를 쓴다.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고객들이 체크아웃을 할때마다 자신에게 보고를 하라고 명령했다. 거기에다가 사장을 보는 즉시 반드시 달려와서 인사를 하란다.

이에 차 지배인은 심사장의 말에 굴복하지 않고 대응하다가 사표를 내버린다. 심 사장은 자신의 별명이 단칼이라며 바로 사표를 수리해버렸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호텔은 정말 안 굴러갔다. 차 지배인이 없다는 걸 알고 예약은 줄줄이 취소됐고, VIP룸 예약도 꼬이는 등 호텔은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심말년 사장은 미안하다는 말 세번과 돌아와달란 말 네번, 차 지배인이 잘못 들었다고 해서 다시 첨부터 도합 열 네번의 사과를 했고, 그렇게 십년은 늙어버렸다고 한다.

이게 바로 직장인의 로망이다.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굴러간다는 말이 착각이 아니라니!

사표를 내며 겉으로야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이제 제가 다니는 회사는 아니지만, 함께 일했던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상사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으며, 앞으로도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제발 내가 없는 자리가 몇달이라도 티가 났으면 하고 바라는게 인간이다. 동네방네에 "우리 회사는 내가 없으면 안돌아가!"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내가 나와도 멀쩡한 회사를 보면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아마 차 지배인은 호텔꼴이 엉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10년만에 일기장을 꺼냈을지도 모른다. "앗싸!"라고 크게 열네번쯤 써야 한다.

앞으로도 차 지배인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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