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뉴스에서도 최순실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죄를 지었으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부터 달라졌다. 범죄자가 이미 독일로 도주한 뒤 갑작스럽게 이어진 그 교감은 우리 사회 언론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JTBC가 보여준 언론의 힘;
탐사보도로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에 접근하고 있는 JTBC

한겨레, 경향, 뉴스타파, 미디어스, 미디어오늘, 뷰스앤뉴스, 오마이뉴스, 고발뉴스 등 진보적 매체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파헤쳐왔다. 그리고 최순실 보도와 관련해서도 누구보다 발 빠르게 기사화하며 국민들의 알권리에 충실해왔다.

신문과 온라인 매체가 최순실 게이트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던 것과 달리, 지상파 뉴스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특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한 것은 그들이 누구를 위한 언론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미있게도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최순실 문제를 언급했다. 청와대의 역습에 잠시 멈칫했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표면화되기 시작하자 다시 조선일보는 날선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손석희 사장이 진행하는 JTBC는 뉴스만큼은 지상파 뉴스 이상의 공정성을 보여 왔다. 종편이 지상파보다 공정한 보도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그런 날은 진작 왔다.

JTBC 뉴스룸 보도 화면 갈무리

손석희 사장이 진행하는 JTBC 뉴스와 중앙일보의 논조는 달랐다. 그동안 JTBC 뉴스에 지상파도 언급하지 않던 권력에 대한 비판이 가득해도 중앙일보는 수구적 논조를 지켜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두 곳의 호흡이 완벽할 정도로 이어지고 있다. 수구언론의 변화는 현 정부가 고사 직전이라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10월 24일 <JTBC 뉴스룸> 보도 내용은 박 정부가 더는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최순실이 도주를 하며 급하게 처리하라고 버린 물건 중 PC에서 중요한 문건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최순실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PC에는 청와대에서 받은 것으로 나와 있는 문건 파일이 대량 담겨 있었다.

최순실 PC에 있던 200개의 파일 중 <JTBC 뉴스룸>은 대통령의 연설문, 국무회의 자료, 대통령 당선 소감문 등 44개의 파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록 그 파일들이 2012년 6월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한정되어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대선 시기 TV 토론회 내용도 사전에 최순실이 검토했었고,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드레스덴 선언문'까지 사전에 최순실에게 보내졌다는 사실이 이번 보도로 드러났다. 전날 사전에 확인했다는 사실과 빨간 색으로 바뀐 내용이 실제 반영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JTBC 뉴스룸 보도 화면 갈무리

<JTBC 뉴스룸>의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이 뜬금없이 '개헌'을 들고 나온 이유 역시 간단하게 해명된다. 2016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해왔다면 과연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잃어버린 10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언론은 사망했다. 그 사망한 언론 속에서 종편 JTBC의 행보는 지상파 언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이야기하고 있다.

진보 언론들은 엄청난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비판 정신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접근력이 지상파 언론에 비할 바가 못하다는 점에서 진보 언론은 국민들에게 진실을 전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JTBC의 역할은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JTBC 뉴스룸>을 칭찬해야 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그들의 보도는 과거와 같았다면 특별한 보도가 될 수 없었다. 언론이 권력의 시녀로 변하기 전에는 모든 언론이 비슷한 취재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JTBC가 특별하게 취급받을 정도로 우리 시대 언론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종편 JTBC가 언론의 기준처럼 여겨지는 현실은 참혹하다. 공영방송인 KBS도 과거 가장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던 MBC도 이제는 언론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언론은 언론이라고 부를 수는 없으니 말이다. JTBC는 손석희 사장이 이끄는 뉴스룸을 중심으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통해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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