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수애하면 떠오르는 것은 우아함, 진지함 그래서 어떤 처연한 아름다움에 다다르게 된다. 그런 수애가 모든 걸 다 내던지고 망가졌다. 24일부터 시작된 KBS 새 월화드라마 <우리 집에 사는 남자> 첫 회는 수애의 넘어지고, 구르고, 망가지는 아주 귀한(?)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빨랐다.

시작부터 반전이었다. 항공사 승무원인 홍나리는 수애가 아니었다. 홍나리와 결혼을 약속한 남자 조동진(김지훈)이 하필 같은 회사, 그것도 같이 근무를 하는 도여주(조보아)와 바람이 났다. 그것도 조동진이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관계였다. 아무리 드라마 속 설정이라고 해도 웬만하면 개연성을 갖지 못할 것이다.

KBS 새 월화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

그런데 그 대상을 보자 왠지 납득이 갔다. 도여주 역의 조보아가 전보다 훨씬 예뻐졌기 때문인지 수애가 망가지는 역할 때문에 미모를 죽여서 그런지는 모를 일이다. 아무튼 약혼자의 외도를 목격한 홍나리는 비련보다는 코믹함으로 감정을 표출했다. 조동진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면서 홍나리 수애는 아낌없이 망가졌다.

드라마 내용이 어떻든지 간에 일단 <우리 집에 사는 남자> 첫 회는, 그런 수애의 낯선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면서 다 지나가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애는 수애인지라 여전히 미모가 빛났다는 것이 존재의 위엄일지 아니면 몸을 사린 것인지는 판단을 좀 미뤄야 할 것이다. 더 봐야 9년 만에 로코를 하는 수애의 진심과 각오를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KBS 새 월화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

그렇게 망가진 수애를 감상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이 드라마가 좀 이상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딱 봐도 홍나리보다 어린 남자가 말도 안 되게 아빠라고 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이란다. 고난길(김영광)은 법적으로 죽은 홍나리의 엄마와 결혼을 한, 세 살 어린 아빠가 맞다.

이 드라마의 원작이 웹툰이라는 점에서 이런 파격적인 설정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드라마라면 다소 꺼림칙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도 문제다. 아빠인데 연하인 남자와의 관계. 뭔가 상상을 이어가기가 민망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주말 드라마도 아닌 이상 막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 이 드라마의 정체는 아직 뭐라 말할 수 없는 상태이다.

KBS 새 월화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

그 문제를 잠시 보류하고 잠시 시선을 돌린다면 아주 중요한 이슈를 찾아내게 된다. 바로 김영광이 처음 드라마 주연으로 나섰다는 사실이다. 김영광은 이미 스타덤에 오른 이종석, 김우빈 등 모델 출신 배우들과 절친이다. 절친이라고 해서 꼭 뜨란 법은 없지만 김영광이 스타로서의 모든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아한 일이었다.

마침내 이번 <우리 집에 사는 남자>로 김영광에게 기회가 온 셈이다. 또한 운도 좋아 보인다. 대중이 일단 관심을 갖게 되는 수애를 파트너로 만났고, 동시간대 경쟁작들이 부진한 상태라 얼마든지 시선을 독차지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이 드라마의 성공여부는 수애에게 더 달려 있지만 파트너인 김영광이 존재감을 키우지 못 한다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될 수밖에 없다.

수애가 전적으로 끌어간 첫 회였기에 김영광의 존재는 크지 않았고, 느낌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아마도 초반은 수애의 힘으로 버틸 것이다. 이후가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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