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인 창조경제 예산의 향방을 결정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예산안 심의가 25일 시작된다. 24일 박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창조경제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요구대로 창조경제 관련 예산이 대폭 증액될지 관심이다.

야당 미방위 위원들은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창조경제 핵심 예산에 대한 현미경 심의에 들어갔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더불어민주당의 2017년도 미래창조과학부 예산안 검토안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가운데)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왼쪽). 오른쪽은 황창규 KT 회장. (연합뉴스)

우선 더민주는 미래부가 요청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활용한 '지역 혁신생태계 구축 지원' 예산 472억2500만 원에 대해 153억9000만 원을 삭감한 316억4600만 원을 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316억4600만 원은 2016년 예산과 같은 금액이다.

더민주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설치의 법적 근거가 부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초 미래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설치의 법적 근거를 '창조경제 민관협의회 등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들고 있는데, 이 규정이 위임명령이라면 상위법이 없는 것이고, 집행명령이라면 법률의 집행을 위한 행정입법이므로 이 또한 집행할 상위법이 없어 위법이 된다.

더민주의 위법성 지적에 미래부는 지난 2015년 12월 과학기술기본법 제16조의 4를 신설해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의 근거라고 내세웠으며 지난 6월 21일부터 시행됐다. 결국 더민주가 지적했던 상위법이 없는 규정에 의해 올해 예산이 집행된 셈이다.

또한 더민주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존재 의의가 상실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겉으로는 화려한 것 같지만 실질적 성과는 없다는 말이다. 더민주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대통령의 치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대기업을 끌어들여 전국에 17개 센터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벤처기업 지원에 사용하겠다면서 투자펀드 7614억3000만 원, 융자펀드 5650억 원, 보증펀드 4120억 원을 모집했는데, 조성된 펀드 중 운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각각 27.4%, 21.2%, 19.5%에 불과하다.

더민주는 각 지역별로 이미 활동이 왕성한 테크노 파크나, 클러스터 및 고용노동부 산하 각 지방청의 고용지원센터 등이 역할 이상을 수행하고 있어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역할의 유사·중복으로 존재 의의가 없는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창조경제혁신센터 증액분 153억9000만 원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업비 중 미래부가 12억 원 증액을 요청한 '아이디어 사업화 교육', 30억5000만 원 증액을 요청한 '교류협력프로그램' 등 두루뭉술한 사업을 증액하거나, 기존 운영비 성격을 띠면서 50억 원 증액을 요청한 '거점센터기능 강화', 17억 원 증액을 요청한 '정책기획' 사업 등은 신규 사업으로 제시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고용 관련 각 센터별 일자리 사업 추진을 위해 편성된 17억 원은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신산업맞춤형 일자리 창출지원', '직업안정기관운영' 사업을 통해 수행되고 있어 불필요한 예산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2016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지역·신산업맞춤형 일자리 창출지원 사업 중에는 이미 '창조경제혁신센터 연계 지원 사업'에 20억5000만 원이 편성돼 있기 때문에 중복으로 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2017년도 예산안에 미래부가 신규 제출한 '지역특화사업 활성화 지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미래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지역별 전략산업 분야의 창업·중소기업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이 사업에 대한 예산을 신규로 요구했는데, 이미 테크노파크가 해당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민주는 더 나아가 전국 18개 지역에서 테크노파크와 분야별 지역 클러스터들이 지역특화사업 활성화에 역할을 담당해 왔기 때문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민주는 해당사업을 위해 미래부가 요청한 145억6000만 원의 예산을 모두 삭감할 계획이다.

이 밖에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관련된 '혁신형 일자리 선도사업'에 대한 28억 원을 고용노동부 중복 예산으로 보고 전액 삭감할 예정이며, 미래부의 '벤처 1세대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과 유사한 '통합멘토링 지원체계 구축사업' 9억7900만 원 전액을, 실적이 저조한 '6개월 챌린지 플랫폼 구축 운영 사업' 131억7000만 원 중 '아이디어 사업화 지원' 51억500만 원을 삭감한다는 계획이다. '엑셀러레이터 연계 지원 사업' 109억2000만 원 중 '창업자금 지원금' 58억8000만 원도 삭감할 예정이다. 2016년도 '창업자금 지원금'으로 편성된 49억 원이 아직도 미집행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최근 미래부로부터 부당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기업 출자 민간연구소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에 지원되는 3개 과제에 대해서도 삭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IRI는 미래부로부터 90억 원 규모의 'ICT융합산업원천기술개발'과 '첨단융복합콘텐츠기술개발' 30억 원, 'SW컴퓨팅산업원천기술개발' 30억 원 등 총 3개 과제 15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지정받았다.

더민주는 미래부가 AIRI에 3개 과제를 정책지정하는 과정에서 최양희 장관이 정책지정을 할 수 없었음에도 권한을 남용했고, 정책지정의 요건에도 위배된다면서 3개 사업 중 AIRI에 배정된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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