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개헌 정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개헌론 제기를 '최순실·우병우' 등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24일 오전 국회 시정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과 지금은 사회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면서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개헌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며 개헌 의지를 피력했다.

▲24일 오전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박근혜 대통령,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에 대해 야권 3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발언에 대해 '국면전환용' 발언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관석 수석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시정연설에서 나온 갑작스러운 개헌 논의 제안은 난데없다"고 황당함을 드러냈다. 윤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2년 전 '개헌 논의 때는 경제 블랙홀이 될 것'이라면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심지어 금기시했다"며 "그런 점에서 180도 입장을 바꾼 개헌 논의 제안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관석 대변인은 "최순실, 우병우 등 측근 비리를 덮으려는 정략적 개헌, 국면전환용 개헌 논의 제안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최순실 게이트, 우병우 수석 등 측근비리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없었고, 검찰의 엄정 수사에 대한 약속조차 없었다. 개헌 논의 제안으로 이 모든 것을 덮고 가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더민주는 권력세력 중심이 아닌 국민 중심의 개헌 논의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뒤늦게나마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 추진 입장을 표명한 것에는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개헌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손금주 대변인은 "개헌론을 던진 현 시점도 문제"라며 "누가 봐도 최순실, 우병우 등 대통령 측근의 국정농단을 덮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손 대변인은 "더군다나 그동안 새누리당에서 제기해왔던 개헌론에 제동을 걸어왔던 박근혜 대통령이기에 개헌론을 던진 의도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개헌으로 최순실 게이트를 덮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개헌은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대한민국에 필요한 개헌은 오늘 우리 국민이 목격하고 있는 부패하고 불의한 권력의 후안무치를 더 이상 허락하지 않는 개헌이며, 공권력을 빙자한 국가폭력을 영원히 추방하는 개헌이며, 국민 모두가 존엄을 인정받는 정의로운 개헌"이라고 밝혔다.

추혜선 대변인은 "이런 식으로 정권의 정치적 기회주의에 이용되는 개헌은 안 된다"며 "깜짝 개헌 제안으로 결코 최순실 게이트를 덮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김성원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논의를 환영한다며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포장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대통령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개헌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부터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시기적으로도 매우 적절하다"고 밝혔다.

김성원 대변인은 "야당도 정파적 시각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개헌논의에 임해주기 바란다"면서 "대통령의 간절한 호소에 국회도 책임 있는 자세로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간헐적으로 개헌문제에 대해서 정치권 안팎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저도 깜짝 놀랐다"면서 "이번 개헌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 문제를 포함해 헌법체제 전반을 시대상황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대한민국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애국의 결단"이라면서 환영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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