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가 2016-2017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개막하자마자 잔인해도 너무 잔인한 ‘승자의 저주’에 직면했다.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1순위 지명권을 얻어 이번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던 이종현을 품는 데 성공, 신인 드래프트 최고의 승자가 됐지만 시즌 개막전에서 팀의 대들보이자 에이스인 양동근이 손목 골절을 당하는 불운을 당하게 된 것.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지난 23일 서울삼성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양동근의 부상과 관련, "내일 입원해서 모레(25일) 수술을 받는다"고 전했다.

앞서 양동근은 22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시즌 개막전에 출전, 인천 전자랜드의 개막전, 3쿼터를 6분20초 남기고 전자랜드 정영삼의 역습을 저지하는 상황에서 수비 후 착지하다 손목을 코트 바닥에 잘못 짚으면서 부상을 당했다.

한동안 코트에서 일어나지 못한 양동근은 응급조치 후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모비스 관계자는 현장에서 “골절이 의심된다”고 전했다. 그리고 경기 후 확인한 결과 양동근은 손목 골절 판정을 받았다.

울산 모비스 양동근이 22일 인천 전자랜드와 홈경기에서 3쿼터 도중 왼쪽 손목을 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KBL사진제공=연합뉴스]

유재학 감독은 "재활이나 수술이나 걸리는 시간이 비슷하다고 한다. 그럴 바에는 수술을 받는 게 낫다. 또 수술을 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양동근은 앞으로 3-4개월 코트에 나설 수 없게 됐다. 팀당 총6라운드 54경기를 치르는 정규리그에서 모비스는 4라운드 또는 5라운드까지 양동근 없이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됐다.

모비스에서 양동근이라는 존재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치명적이다.

모비스는 코트 밖에서는 유재학 감독의 지휘로 돌아가는 팀이지만 경기 중 코트 안에서는 양동근의 지휘로 돌아가는 팀이다.

매 시즌 모비스가 꾸준히 선두권을 형성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우승도 차지하기도 하면서 시즌 초반 유재학 감독이 모비스의 팀 전력에 대해 ‘리빌딩’을 말했던 것이 엄살인 것으로 결론 나는 이유는 결국 양동근의 존재 때문이었다.

하지만 양동근의 장기 공백이 현실이 된 지금 유재학 감독의 한숨을 엄살로 받아들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신인 드래프트 당시로 돌아가면 모비스는 이번 시즌 우승을 예약해 놓은 듯했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이종현(고려대)이 1라운드 1순위로 울산모비스에 지명된 뒤 유재학 감독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비스가 전체1순위 지명권 확보하게 된 순간 유재학 감독이 체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어린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던 이유는 앞으로 10년은 소속팀은 물론 한국 남자농구를 먹여 살릴 선수로 평가 받아온 이종현을 품에 안을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시즌 초반 다소 부진하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위력적인 전력을 과시하면서 우승경쟁을 펼쳐온 ‘슬로우 스타터’ 모비스였지만 양동근과 이종현이 한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비는 그림을 만들어 낼 이번 시즌만큼은 ‘퀵 스타터’가 될 것임을 공언해도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승경쟁은 고사하고 6강 플레이오프도 섣불리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양동근 없이 치른 첫 경기에서 모비스는 이와 같은 현실을 실감했다.

모비스는 23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패배하며 개막2연패를 기록했다. 스코어 88-73, 15점차 완패였다. 삼성이 경기 내내 20점 차 안팎의 리드를 잡았고, 차례의 리드도 내주지 않은 일방적인 경기였다.

유재학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견디긴 견뎌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1번(포인트가드)이 없다. 동근이 포지션은 백업이 없다."라고 전한 말에서 그가 느끼고 있는 위기감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농구 서울삼성 대 울산모비스 경기. 88-73 승리를 거둔 삼성의 크레익과 주희정이 경기가 끝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양동근이 없는 상황에서 모비스의 1번은 이지원, 김주성 등이 번갈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선수 네이트 밀러도1번이 가능하지만, 1번이 전문인 선수도 아니고 매치업상 오랫동안 1번을 맡을 수도 없는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동근의 공백은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1순위’ 이종현도 현재는 발등이 좋지 않아 새해에나 되어서야 코트에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비스의 현실은 더더욱 암담하다.

유재학 감독은 일단 상무에서 뛰고 있는 이대성이 복귀하는 내년 1월 말까지는 4할 승률로 버티고, 이후 이대성이 팀에 합류하고 양동근이 재활을 마치고 팀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되는 정규 시즌 후반부에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승부수를 던져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대사항’이다.

최고의 신인을 뽑았지만 시즌 개막전에서 팀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를 잃은 모비스에게 이번 시즌이 끝났을 때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따라 붙을지, 아니면 ‘저주마저 잠재운 기적’과 같은 말들이 따라 붙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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