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소녀가 에펠탑 이진성의 도전을 뿌리치면서 복면가왕 2연승을 기록했다. 팝콘소녀가 이번에 부른 노래는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였다. 팝콘소녀는 이 노래 역시 가왕에 처음 올랐을 때의 <그대는 어디에> 속편처럼 노래를 했다. 너무도 충격적이었던 <그대는 어디에>의 감동이 조건반사처럼 반응한 만족감은 매우 컸던 동시에, 그래도 조금 다른 모습은 어땠을까 하는 욕심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노래를 잘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미안하게도 이번 주 복면가왕의 주인공은 팝콘소녀가 아니라 아무래도 우비소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연기, 노래 그리고 예능 등 모든 분야에 갑자기 떠오르기 시작한 이선빈을 누르고 2라운드에 오른 우비소녀는 지난주부터 그 정체에 대해서 다양한 추측이 오갔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

결국 끈질긴 네티즌 수사대의 결론은 벤 아니면 박진주라는 것에 도달했다. 그렇지만 벤은 정말 아니었다. 벤보다는 키가 좀 더 크고, 음색도 맑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진주라고 편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기도 쉽지는 않았다. 박진주가 드라마에서 <거위의 꿈>을 부른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의 적은 표본으로 우비소녀의 정체를 단정 짓기는 확신이 부족했다.

그래서 다른 어느 때보다 3라운드 결과가 궁금했다. 정상적이라면 우비소녀가 가왕전에 오르기를 바라야 하는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떨어지기는 바랐다. 노래도 노래였지만 매 라운드마다 우비소녀가 보여준 발랄한 모습에 팝콘소녀를 이기는 파란보다는 빨리 우비소녀의 정체를 알고 끓는 애간장을 달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만큼 우비소녀의 정체가 그 어느 때보다 궁금하고, 간절히 알고 싶었다는 의미에 불과했다. 정작 우비소녀가 3라운드에 떨어지자 이제 그 정체를 알 수 있다는 쾌감과 동시에 떨어지기를 바랐던 이기적 생각이 후회스럽고, 미안스러워지기도 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

어쨌든 귀여운 우비소녀의 가면을 벗고 그보다 더 귀엽고 깜찍한 박진주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어쨌든 다음 한 주를 마음 편히 보낼 수 있게 한 결정적 장면이었다. 그런데 막상 우비소녀 아니 박진주의 얼굴을 확인하자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됐다. 1988년생인 박진주. 올해 29살로 곧 서른이 된다. 우린 이 대목에서 여러 번 놀라야 한다.

우선 엄청난 동안이 놀랍다. 동안은 얼굴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에서 보이는 노련한 연기력은 그녀의 나이 덕을 보겠지만 <복면가왕>에서 모든 행동들로 보면 박진주는 딱 스무 살 즈음이어야 했다. 그래서 또 놀란다. 그러나 진짜 놀란 것은 우비소녀가 가수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명이라는 것도.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

스타가 된다는 것은 분명 실력순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나 찾아온다는 기회와 운을 잘 타야만 그 실력도 빛나는 법이다. 그렇지만 박진주에게는 그 기회가 참 늦게 찾아온 것만 같다. 또한 박진주가 웃으면서 말한 말도 예리하게 뇌리에 들어왔다. 박진주는 가면을 벗고 난 후에 “키도 작고 예쁘지도 않아요”라고 했다. 어쩌면 이처럼 연기, 노래, 예능까지도 다 잘할 재능에도 아직도 무명인 이유일지도 모른다. 박진주가 3라운드에서 부른 노래 <Ugly>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전적이라고 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그녀의 긴 인고의 시간이 담긴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비록 짧은 두 주간의 시간이었지만 가면을 쓰고 보여준 박진주의 다양한 재능과 끼는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배우라는 부분은 정말 박진주의 말처럼 “키도 작고 예쁘지도 않은” 것이 문제일 수는 있겠지만 노래와 남을 즐겁게 해주는 긍정 매력이 필요한 곳은 얼마든지 많다. 비록 <복면가왕>에서의 우비소녀는 더 이상 볼 수 없겠지만 조만간 티비에서 자주 볼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복면가왕>이 찾아낸 진짜 진주 박진주의 비상을 기대해 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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