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나오나 싶었다. 축구 대표팀 감독 경질론 말이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 대표팀 감독이 경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7일 스포츠서울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지난 14일 이란 원정 귀국 직후 회의를 열고 내달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서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기술위원 전원이 사퇴하기로 결의했다. 이 경우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도 경질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 논란에 휩싸이게 된 이유는 우선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 나선 대표팀이 부진에 빠져있는 상황 때문이다.

이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에서 0-1로 패한 축구 국가대표팀이 13일 낮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입국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지난 12일 새벽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 대표팀과의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이란에 0-1로 졌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예선 전적 2승 1무 1패, 승점 7을 기록했다. 이란(3승 1무, 승점 10)과 우즈베키스탄(3승 1패, 승점 9)에 밀린 한국(2승 1무 1패, 승점 7)은 조 3위로 떨어졌다.

다음 달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색경보가 켜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과는 달리 최종예선에 나서고 있는 대표팀의 경기 내용은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과의 경기에서 세 골을 먼저 넣고도 갑작스런 수비 난조로 두 골을 내주면서 이기기는 했지만 찜찜한 뒷맛을 남겼고, 시리아와의 경기에서는 시리아 선수들이 펼친 ‘침대축구’에 말리면서 비겼다.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의 전력으로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단 한 골을 넣지 못해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비판이 나왔다.

또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도 역전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여전한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한때 카타르에 리드를 허용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일었다.

이란과의 원정경기는 불씨처럼 피어오르던 슈틸리케 경질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대표팀은 이란을 상대로 유효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수비는 우왕좌왕 했고, 전체적인 조직력도 허술했다. 일부 선수들의 기용 형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슈틸리케 경질론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슈틸리케 감독이 최근 대표팀의 부진과 팀 분위기와 관련, 부진의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리고 일부 선수의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대표팀 감독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슈틸리케 경질론의 진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 패배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었다. 이란 피지컬보다 약한 것은 플레이로 극복했어야 했는데 앞으로 유소년 단계부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김신욱 투입에도 효과가 없었다. 피지컬 차이인지 또 다른 문제가 있는지 나 역시 궁금하다”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4차전에서 대표팀 손흥민이 이란 라민 레자에이안을 개인기로 제치고 있다. Ⓒ연합뉴스

상대가 우리 관중들을 향해 ‘주먹 감자’를 날린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이란이었던 데다 졸전을 펼친 끝에 패배한 상황에 팬들이나 언론 모두 화가 나 있는 상황에서 패배의 책임을 특정 선수에게 돌린 것으로 비쳐지는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이 이날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에 대해 언급한 내용으로 인해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손흥민은 한 인터뷰에서 "여기에 대해 말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선수를 거론하며 말씀하신 건 아쉽다. 모든 선수들이 잘해보려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선수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얼마나 이기고 싶었겠나. 그래서 감독님 말씀이 아쉽다"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 서운함을 내비쳤다.

앞서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태도 문제에 대해 지적하면서 쓴소리를 던진바 있다.

이때 손흥민은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에 대해 수긍하면서 고칠 것은 고치겠다고 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손흥민과의 대화가 아닌 공개석상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손흥민이 이란전 직후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에 대해 서운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은 그때의 앙금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쯤 되면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현재의 대표팀의 팀 분위기 내지 팀워크에 균열이 발생했다고도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이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지금까지 언급된 여러 이유로 인해 일각에서 그에 대한 경질을 이야기 하는 것은 ‘그럴 수도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축구협회 차원에서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경질을 이야기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특히 특정 경기를 지목해서 그 경기의 경기결과에 따라 거취를 결정한다는 기술위원회의 태도는 그 절박한 입장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대단히 부적절한 행태라고 보인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 나서기 전까지 우리 대표팀과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신뢰는 확고했다.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경질론이 제기된 것은 어찌 보면 갑작스럽다.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4차전에서 대표팀 손흥민이 공격에 실패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술 부재라거나 K리그 선수들에 대한 홀대라거나 하는 지적은 어찌 보면 그에 대한 경질론이 불거진 이후 일부러 찾아서 가져다 붙인 이유들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슈틸리케 감독의 ‘소리아 발언’은 못 할 말을 한 것도 아니다. 이란전 한 경기로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것이 아닌 만큼 앞으로 장기전이 될 월드컵 본선행 과정에서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하기 위한 충격 요법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런 충격 요법을 썼던 것이 처음도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발언과 선수기용 등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충분히 설명하기도 했다. 과거 언론과 노골적인 대립각을 세웠던 외국인 감독들과는 다른 태도다.

논란은 그저 논란으로 끝나야 한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고, 아직 약속된 과업을 모두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최근 몇 경기의 경기 결과와 논란이 된 언행만으로 감독을 평가하고 거취를 결정짓는 것은 후진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결과를 놓고 슈틸리케 감독을 평가해도 늦지 않는다. 그러다가 월드컵 진출이 좌절되면 어쩌냐고? 월드컵 한 번 못 나간다고 대한민국에서 축구가 사라지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고, 그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문제점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 그것도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이라는 업적만큼이나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스포츠 전문 블로거, 스포츠의 순수한 열정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 임재훈의 스포토픽 http://sportopic.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