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피디는 이번 득량도 편을 통해서 초심을 찾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초심을 찾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다. 삼시세끼는 엄격히 말하자면 이서진의 프로그램이다. 다시 말해서 자연주의에 입각한 자급자족이라는 대주제 아래 예능적으로는 세끼는커녕 한 끼도 자기 손으로 해먹지 못할 것 같은 요리 파괴자들의 각론이 바로 삼시세끼의 초심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삼시세끼 만재도 편부터 차승원이 등장과 함께 차줌마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어떤 요리도 척척 해내는 바람에 삼시세끼의 의미는 사실상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서진과 택연의 조합은 쿡방, 먹방인 삼시세끼를 하면서도 요리 솜씨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불성실하다고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3>

몇 시간 걸려서 겨우 반찬 한두 개 만들어 참 소박한 한 끼 식사를 소화해냈던 그들. 그래서 이서진은 특히나 게스트가 반갑고 절실했었을 것이다. 이번 득량도에 와서도 이서진의 첫 마디는 게스트 안 오냐는 것이었다. 물론 에릭의 음식솜씨를 아직 몰라서 한 말에 불과하다.

그런데 에릭은 생각 외로 요리에 능숙했다. 삼시세끼에서 요리를 잘하는 것이 처음도 아니지만 에릭이 잘하는 것은 차승원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놀라운 일이었다. 차승원은 일찍 결혼생활을 시작해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구력이 붙어 그렇다고 이해를 할 수 있겠지만 에릭은 그도 아닌 총각이 언제 이렇게 요리 실력을 쌓아뒀나 그 정체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처음 에릭이 어떤 요리를 하기 전에 골똘히 생각하는 것에 약간의 의심도 가질 법 했다. 몸에 배지 않은 레시피를 기억해내기 위한 버퍼링이 아닌가도 싶었지만 그것은 그저 에릭의 요리하는 루틴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요리사라 할지라도 식당에서 매일 일정한 메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잠시 생각을 통해 레시피를 정리할 잠시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에릭이 배워온 것이 아니라 생활요리인 것의 가장 확실한 증거는 이서진의 말이다. 이서진은 에릭에 대해서 특히 찌개나 국을 잘 한다고 칭찬했다. 이서진의 칭찬이 거기서 끝이 난 것은 본인이 요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알았다면 더 놀랐을 것이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3>

정확하지는 않지만 과거 한식대첩에서 국이 요리의 끝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실제로 한국 사람이라면 매 끼니 국이나 찌개가 있어야 하는데, 그나마 찌개는 다양한 재료와 강렬한 맛을 내는 재료 덕분에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이라면 사정이 좀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에릭이 끓인 콩나물국이 그렇다.

멸치 몇 마리와 마늘, 파 그리고 콩나물과 간장. 이 간단한 재료와 양념으로 시원한 콩나물국 맛을 낸다는 것은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콩나물국에 황태도 좀 더하고, 홍합 등도 넣어 그 맛을 더 내려는 것도 그런 이유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 콩나물국을 먹고 이서진이 에릭의 국 끓이는 솜씨를 칭찬했다. 만들지 못해도 입맛은 고급일 이서진의 칭찬은 그래서 심상치 않다. 게다가 처음 끓여본 것이라니 이쯤 되면 손맛이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 손맛은 타고난다는데, 에릭은 진정 요리천재인 걸까? 아무튼 점점 더 에릭의 요리가 궁금해지기만 한다.

또 다른 요리천재 에릭의 등장에 삼시세끼의 초심은 차승원에 이어 또 실종됐다. 물론 생고생을 시킨다는 측면에서라면 얼마든지 초심 찾기가 가능하겠지만 요리초보를 넘어 요리 파괴자들의 좌충우돌 삼시세끼는 이제 기대할 수 없다. 이제 정선에서의 그 삼시세끼는 떠나보내야 할 것이다. 여전히 맷돌에 커피를 갈아 마시던 정선의 아침이 그립기는 하지만 변화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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