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6·10의 서울광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선봉대로 나서면서 열렸다. 그동안 민주당이 국회 안을 고집하며 일부 의원들만 거리에서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주까지도 장외투쟁에 대해서 회의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가 아주 의미있는 결단을 내린 것이 바로 지난 월요일이었다.

원내활동과 장외투쟁을 동시병행하겠다는 결정이 그것이다. 민주당은 지체없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 나왔고, 지난 화요일에는 급기야 수십 명의 의원들이 서울광장을 ‘점거’하며 ‘행동하는 양심으로서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6·10 당일인 수요일 오전 경찰들과 맞서며 결코 밀리지 않고 서울광장을 지켜내는 데 모범적인 투쟁을 보여줬다.

▲ 민주당 의원들이 9일 '6·10 범국민대회'를 경찰과 서울시가 불허한 데 반발해 시한부 장외투쟁에 돌입, 광장 개방을 요구하며 서울광장 사수를 위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동안 ‘탄핵으로 먹고살고 서거만으로 먹고사는 민주당’이라며 격렬하게 비판해 왔는데, 이번 6·10을 앞두고 더 이상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산’으로 먹고사는 정당이 아니라 스스로 뚫고 스스로 만들어내는 민주당임을 입증했다.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민주당은 그 어떤 발언기회도 얻지 못하는 초라한 정당이었고, 오로지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만 발언할 수 있는 사회심리적 분위기가 존재했었다. 집회를 준비하는 쪽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발언 기회를 줬다지만, 지난해처럼 가만 앉아서 촛불정국의 과실만 따먹으려 했다면 시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며 야유했을 것이고, 6·10의 현장에서 그 발언기회는 박탈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노숙자’처럼 민주당 의원 자격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상주’ 역을 자임한 최문순 의원과 더불어 수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시민들과 슬픔과 아픔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등을 돌렸던 민주당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던 것이고, 이런 민주당은 비록 좌고우면은 있었으나, 끝내는 시민들과 함께 하는 정당의 모습으로 이번 6·10에 나섰던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민주당이 선봉대로 나섰는데, 등 돌린 시민들이 과연 선봉대가 치켜든 깃발 아래 모일 것인지 확신이 없었던 그 고민. 그리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지난 10년 동안 상실한 야성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채 여전히 ‘여당관행’을 갖고 있어 장외 활동 자체를 기피하게 했던 그 고민.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에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깔끔하게 날려버렸다. 또한 여전히 좌고우면하며 장외로 나오기 꺼려하는 의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야당은, 국회 내에서 소수정당인 야당은 원내 활동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정치사가 굳건히 증명하고 있는 진실이다. 야당은 한편으로 원내 활동을 통해서, 다른 한편으로 직접민주주의의 상징인 장외 활동을 통해서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장을 열고, 그 장을 통해서 힘을 받아 원내 활동에 연결시킴으로써 산적한 현안에 대해 여당의 일방통행식 원내 운영을 제어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6·10을 통해서 민주당은 다시 한국 민주주의의 중심에 섰고, 그 힘을 바탕으로 원내 활동에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 또한 언제든지 밖과 안을 동시에 고려하는 전술을 배치함으로써,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민주당이 아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치하에서 시민들과 국민들에게 진정한 희망을 보여주는 현재진행형 정당으로 민주당을 자리매김해야 한다.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그리고 서울광장을 굳건히 지켜낸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적어도 6·10을 전후해 보여준 시민들 앞에서 서서 깃발을 치켜들었던 그 모습으로 원내 활동에서도 활력을 되찾기를 바란다. 시민들은 이런 바람을 담아 정세균 대표의 연설 후 그렇게 열렬히 박수치고 환호했던 것이다. 이런 시민들의 간절한 소망과 열망을 민주당 지도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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