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방송사들이 인터넷방송사업자의 단독 영상을 허가 없이 사용했다가 일부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해당 인터넷방송사업자가 제작한 20개 영상 중 8개 영상에 대해선 저작물성이 없다는 판단이어서 의문이 제기된다.

▲주권방송 영상이 포함된 KBS 뉴스 보도. (사진=KBS 보도 캡처)

영상 저작권을 둘러싼 이 재판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재판의 결과에 따라 향후 매체들의 방송 영상 저작권에 대한 중대한 판례가 성립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TV조선 등 7개 방송사 주권방송 영상 무단사용

인터넷방송사업을 하고 있는 <주권방송>은 지난 2013년부터 2014년에 걸쳐 황선 씨와 북한 관련 초청 강연을 수차례 진행한 신은미 씨가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한 '통일토크콘서트'를 영상에 담았다. 아울러 황선 씨가 진행한 '채널615'와 '천기누설 이마팍도사(38선을 두 번 넘은 사람-황선 편' 등의 영상을 제작했다.

문제는 지난 2014년 11월 19일자 통일토크콘서트 이후 보수단체들이 해당 콘서트에서 황선 씨와 신은미 씨가 북한을 찬양했다며 수사기관에 고발하면서 발생했다. 수사기관은 2014년 11월 경 '채널615', '통일토크콘서트' 등에 대해 국가보안법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황선 씨와 신은미 씨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TV조선>, <채널A>, <MBN>, <KBS>, <MBC>, <YTN>, <연합뉴스TV> 등 7개 방송사는 황선 씨와 신은미 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무렵인 2014년 11월 24일부터 황선 씨가 출연한 채널615와 황선, 신은미 씨가 진행한 통일토크콘서트 등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내용을 뉴스, 시사프로그램 등으로 제작·방송했다.

그런데 KBS를 제외한 방송사들은 영상을 제작한 주권방송의 이용허락을 받지 않고 해당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했다. 이들 방송사는 각 영상물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거나, 편집해 삽입했다. KBS의 경우에도 주권방송으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아 각 영상물을 사용한 뉴스를 제작하다가, 주권방송이 이용 허락을 철회했음에도 뉴스 한 편을 추가로 제작했다.

▲MBC 교양PD로 27째 근무 중인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의 사실확인서 일부. ⓒ미디어스

주권방송은 7개 방송사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영상을 무단 사용했다며, 저작권침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의 소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MBC 시사교양 PD로 27년째 근무 중인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방송언론계에서 타사 혹은 타인의 영상저작물을 사용하려고 할 때, 원칙적으로 해당사의 동의를 얻고 구매 후 사용한다"며 "구매하겠다는 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해당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잘못한 것 없다는 방송사들, 손 들어준 법원

7개 방송사들은 주권방송의 영상물이 통일토크콘서트 등이 진행되는 동안 당사자들과 진행자의 대화 내용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촬영된 것이거나, 단순한 사실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에 해당해, 원고의 창작성 있는 기여가 없으므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권방송의 영상물을 사용한 것이 '공표된 저작물을 보도를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하는 행위'라고 했으며, 설사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대항하므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주권방송이 자신들의 영상 사용으로 손해를 입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 KBS의 경우에는 주권방송의 영상물이 사용된 KBS의 영상물들은 광고를 하지 않는 KBS1에서 방송된 것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방송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작권침해에 해당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KBS 보도 일부. (사진=KBS 보도 캡처)

KBS의 경우 법원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연합뉴스TV는 주권방송이 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문제는 주권방송이 제작한 20개의 영상 중 8개에 대해 저작물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독창적 창작물이 아닌 단순 시사보도를 위한 영상이었다는 이유다. 또한 상당수의 방송사 보도에 대해 공정인용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TV조선이 방송한 주권방송 영상 102건 중 14건, 채널A는 58건 중 17건, MBN은 43건 중 4건, MBC 17건 중 4건, YTN 13건 중 6건에만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할 것을 명령했다. 이들 방송사가 주권방송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TV조선 1360만 원, 채널A 1020만 원, MBN 340만 원, MBC 450만 원, YTN 350만 원에 불과하다.

지상파·종편 보도영상 마음껏 써도 되나

이에 대해 권오혁 주권방송 대표는 조정의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이런 걸 저작물이 아니라고 해버리면 제가 노력을 들여서 취재를 할 의미가 없다"면서 "공정한 인용의 정확한 기준을 제시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오혁 대표는 "공정한 인용의 기준도 정확히 제시를 해주기 바란다"며 "판사가 얘기한 대로 허락을 받지 않아도 출처 표시와 로고를 유지하면 공정한 인용이기 때문에 저작권 위반이 아니라고 추정을 했다면, 그것을 명시적으로 얘기해 달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판의 1심 판결이 판례화되면 각종 매체들이 지상파, 종편 등의 보도영상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판결에서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으므로, 특정 현장을 촬영한 방송사들의 보도영상 역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없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향후 매체 방송보도의 지형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주권방송과 지상파·종편 등 7개 방송사의 저작권 침해 소송에 수많은 매체들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7개 방송사가 사용한 주권방송의 영상 목록. 음영 부분은 법원이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은 부분. 현장보도가 대부분이다.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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