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갈등을 빚고 있는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 간의 재송신 협상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14개월 만에 나왔다. 그러나 법적 강제성이 없는 데다 대가 산정공식에 대한 부분도 빠져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20일 지상파방송의 원활한 재송신 협상을 위해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 간에 방송 프로그램 공급 대가로 주고받는 가입자당 재송신료를 올리거나 내리고자 할 때는 수익구조와 송출비용 등 근거자료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간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케이블TV방송, IPTV, 위성방송) 간의 재송신 협상은 당사자 간의 자율협상으로 진행돼 왔으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블랙아웃(지상파 재송신 중단으로 검은 화면 출력)이 발생하는 등 국민의 시청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와 미래부는 재송신 분쟁으로 인한 시청권 보호를 위해 자율협상을 원칙으로 하되 재송신 협상 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그 결과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의체’를 지난해 8월 공동으로 구성해 재송신 협상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재송신 협의체는 그간 총 12회에 걸쳐 회의를 개최했으며 2회에 걸쳐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해 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난 9월에 확정·의결해 양 부처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와 미래부는 각각 위원회 보고와 내부보고를 거쳐 이 가이드라인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에 마련된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은 ▲재송신협상의 원칙과 절차 ▲성실협상 의무 위반여부 ▲정당한 사유없는 대가를 요구하는지 여부(대가 산정 시 고려요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특히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과정에서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 환경 또는 시청자 권익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방송법 제85조의2 제1항’ 및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제17조 제1항’, 즉 금지행위 판단 여부에 대한 법 해석 지침으로 활용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직접적으로 법적 효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관련 법령의 해석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어 사업자 간 협상이 합리적으로 진행되도록 하는데 기여하는 한편 명확한 법 집행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며 추가적인 제도개선 방안도 발굴·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와 방통위-미래부 관계자 간의 질의응답.

1년 넘게 끌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실망스러운데, 합의가 안 돼서 빠진 내용은?

다양한 분야의 해외사례를 연구했고 국내 대가 산정 연구모델을 분석하면서 시간이 걸렸다. 모든 요소들을 감안해서 담합성이 높은 모델은 제외됐다. 유료방송 발전방안 연구반을 가동하고 있고, 27일 다양한 제안들이 나오게 될 텐데 이해관계자 사업자 입장이 다를 거 같아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구체적인 자료 제출을 원칙으로 한다는데, 이런 자료들이 있나? 사업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국정감사에서 담합 의혹을 제기했는데, 지상파 3사 대가가 똑같을 때 어떻게 판단하나.

담합 여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해야 될 거 같다. 사업자들이 자기들끼리 자료를 주고받는데 공개가 되지 않는다. 별도 협의체를 꾸려서 방통위에 자문을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 말하는 협의체가 현재 존재하는가. 실효성이 있는 부분은 금지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는 부분인데 가이드라인에서 말하는 '필요할 때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가.

향후에 미래부와 협의해 다양한 전문가로 협의체를 구성하게 될 텐데, 구체적인 계획은 안 나와 있다. '필요한 조치'는 방송법에 금지행위로 규정한 부분을 위반했을 때 시정조치 등을 따른 것이다.

대가 산정 가이드라인 만들 생각은 없나.

대가 산정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빠진 것이다. 우리 연구반에서 발표할 때 콘텐츠의 가치에 대해 잣대를 만드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재송신료 갈등이 수익구조 때문에 빚어 졌다고 볼 수 있는데 유료방송 발전방안에서 이런 부분에 개선 사항이 있나.

14개월 동안 실효성 부분에서 지켜볼 부분이 있다고 본다. 실제 유료방송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가 정체가 돼 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한 가지 방법으로 속이 시원해지진 않겠지만, 어쨌든 긍정적인 제안들이 나올 것이다.

내부적으로 이 가이드라인의 실효성 부분은 어떻게 보는지.

분쟁 규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이것에 따라 판단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법적으로 규정 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사업자 간의 협상에 의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법제화가 필요하다면 나중에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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