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승객이 열차 출입문와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인력 추가 배치’와 낡은 시스템 개선을 위한 ‘예산 집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 도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회공공연구소 박흥수 철도정책연구위원은 20일 YTN라디오<신율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도시철도공사 5호선의 경우 기관사 혼자 승차하는 1인 승무체계이기 때문에 기관사가 타지 않는 반대쪽 뒤편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감시를 잘못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안전을 위해 인력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하차 승객이 승강장 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진 사고가 발생한 19일 오전 사고현장이 통제돼 있다. 2016.10.19 mon@yna.co.kr

이번 사고는 지하철 스크린도어와 관련해 올해 발생한 세 번째 사망 사고다. 사고 당시 자동차 운전석 계기판의 출입문 끼임을 알리는 경보등이 울리지 않았고, ‘사람이 끼었다’는 승객의 인터폰 신고를 받은 기관사 출입문 상황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 1인승무제라는 현실에서 기관사가 운전석을 떠나 신고 현장까지 갔다 오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도시철도 공사 측의 주장이었다.

박 위원은 “일본 지하철의 경우, 러시아워 시간에는 상당히 많은 역무원들이 나와 2인 1조로 순회도 하고, 승강장 곳곳에 배치해 몰려든 인파를 조절하기도 한다”면서 “그런데 한국은 인력 효율을 명분으로 역무원들을 계속 감축해왔다. 그래서 이런 문제가 생기면 시민들이 알아서 대처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철도사고는 사실 크로스체킹 시스템이 중요하다. 시스템이 설치됐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판단해 사람을 빼면 안 된다”면서 “시스템과 사람이 서로 크로스체킹 해서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스크린도어 설치가 돼 있고 자동운전방식이 도입돼, 차장 승무원도 생략하고 역무원도 빼버리면 기계가 오작동할 때 위험이 배가 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동양대 박정수 교수(철도운전 제어학과)는 KBS라디오<안녕하십니까 윤준호>와의 인터뷰에서 “김포공항역은 2005년도에 최초로 시험을 위해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역”이라며 “오래됐기 때문에 서울시에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감사를 받아 시스템 교체를 해야 되는 역이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5월 구의역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 관내 지하철 모든 스크린도어에 대해 전면 조사를 실시했다. 사고가 난 김포공항역은 스크린도어 고장사고가 잦아 ‘스크린도어 전면교체 대상’으로 분류됐다. 다른 역 스크린도어에도 문제가 많아 교체 요구가 많았지만, 서울시는 예산 문제로 순차적으로 교체한다는 방침이었다.

박 교수는 “서울시가 예산 집행이 어렵다고 한다. 안전은 중요하기 때문에 빨리 예산집행을 해야 한다”면서 “서울시가 안 되면 중앙정부에서 지원을 하든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서울여성공예페어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6.10.17 leesh@yna.co.kr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대권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같은 날 SBS라디오<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한 의제와전략그룹 더 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스크린도어 사고가)반복됐다는 점, 그리고 5호선부터 8호선을 관리하는 도시철도공사 사장이 공석이라는 점에서 단기간 대선주자로서의 행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이)당장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행보는 어려울 것”이라며 “여기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박 시장이)스크린도어 문제만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무조건 해결하고야 만다는 입장으로 접근해야 될 것”이라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지. 여기서 삐끗하면 말만 앞서는 이미지가 각인돼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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