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에 연극 무대에 선 이후 4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있다. TV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연기자 정영숙이 그 주인공으로,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로 첫 2인극에 도전한다. <고모를 찾습니다>는 캐나다의 올리비에 상인 ‘리터러리 어워드 포 드라마’ 상을 두 번 수상한 작가 모리스 패니치의 작품으로, 26개국에서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캐나다대사관 스코필드홀에서 열린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 제작발표회에서 정영숙은 “74년에 연극을 처음으로 했는데 그 후 바빠졌다. 시간을 갖고 몰입해서 작품에 빠지고 싶은 바람이 있었는데, 그동안 시간을 갖지 못하다가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연극을 하게 됐다”고 4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게 된 동기를 밝혔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캐나다대사관 스코필드홀에서 열린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 제작발표회 Ⓒ박정환

이번에 정영숙은 조카 켐프(하성광 분)의 고모인 그레이스를 연기한다. “무언의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정영숙은 “연습하기 전에는 연기를 참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부딪혀 보니 고민이 많다. 작품에 푹 빠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품이라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TV와는 다른 연극 무대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정영숙은 “TV는 흘러간다. 순간을 놓치면 모른다. 순발력으로 작품을 그려야 해서 어려움이 많다”면서 “하지만 연극은 안 되는 인물이라도 만드는 시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영숙은 “안 되는 역할을 만들 때 쾌감이 있다. 안정된 시간 가운데서 나를 다 보여주는 묘미가 있다. 습관적으로 하는 연기 속에서 몸을 던져 훈련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 연극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모를 찾습니다>는 노인의 고독에 대해 고찰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정영숙은 “시아버지를 십 년 모셔왔다. 시아버지의 외로움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바쁜 생활 속에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식사와 담화 시간 정도로 적었다. 노인의 고독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도 바쁜 생활에 쫓기다 보면 외롭다. 이 작품을 보며 자기 삶을 되짚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캐나다대사관 스코필드홀에서 열린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 제작발표회 Ⓒ박정환

<고모를 찾습니다>는 고모 그레이스가 얼마 안 있어 임종을 맞이할 것이라는 소식에 조카가 30년 만에 고모를 찾아가면서 전개되는 연극. 정영숙은 죽음에 대해 “죽음을 순응하고 받아들인다. 아픈 것도 순응하고, 죽는 것도 순응한다”라며 “살다가 갑자기 없어지는 게 죽음이다. 사는 게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걸 느낀다”라고 밝혔다.

캐나다 원작의 제목은 ‘임종’인데, 우리나라 제목에는 원작에 없는 ‘고모’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구태환 연출은 “고모는 자식도 있을 텐데, 왜 많은 친척 중 조카에게 편지를 보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는 이모, 엄마 등 모계사회에서 길러지는 반면에 고모는 가까이하기 어려운 분이다”라며 “우리 사회의 혈육인 조카가 고모의 임종을 맞이하러 간다는 설정이 시사하는 바가 클 텐데, 우리 사회의 해체와 고독, 고립화된 모습을 두 배우가 보여줄 것이다”라고 상술했다.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는 오는 11월 22일부터 12월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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