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결말과는 다른 선택을 한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박보검이라는 배우를 남겼다. 마지막 회 결말을 위한 결말을 만들기 위해 진행되는 듯한 이야기의 흐름은 아쉬움이 컸다. 꽃길만 걷길 바라는 시청자들의 바람처럼 두 주인공은 꽃밭에서 키스로 마무리했다.

보검매직은 마지막까지;
선한 자들을 위한 행복한 결말, 박보검이 보여준 성군의 길 현실풍자로 담아내다

독이 든 탕약을 마신 세자는 쓰러지고 만다. 그나마 세자비의 은가락지가 세자의 죽음을 막기는 했지만,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약용과 라온이 급하게 궁으로 들어와 세자를 구해낸다. 해독제를 통해 세자를 구해낸 정약용에 의해 세자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독은 탕약이 아닌 그릇에 발라져 있었다. 그래서 기미상궁도 눈치를 채지 못한 이 독살 방법은 이영의 어머니를 죽인 방식이기도 했다. 당시에도 독살이 되었지만 그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던 이유는 탕약에는 독이 없었기 때문이다. 10년 전 그 사건은 다시 세자에게 일어났고 진범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

깨어난 세자는 자신을 간호하고 있는 이가 라온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내걸고서라도 구하고 싶은 라온이 자신을 살렸다는 사실이 세자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지난 회에서도 라온을 구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내던져야 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마지막 회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던 영상, 그의 손자인 윤성이 그 대상이 되었다. 자신을 숨긴 채 세자를 간호하던 라온을 그들은 찾아냈다. 그리고 라온을 제거하기 위해 자객을 보내려던 영상에게 윤성은 자신이 그 일을 하겠다고 자청한다.

갑작스러운 자객들로 인해 놀란 라온. 그 중심에 윤성이 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던 라온은 그대로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윤성은 라온의 편에 섰다. 라온을 지키기 위해 자객들과 사투를 벌이던 윤성은 지독한 사랑만 확인한 채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세자비는 세자가 자신이 아닌 라온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스스로 물러난다. 한 번 왕의 여자가 된 이는 평생 수절하며 살아야 하지만 왕은 그녀에게 자유를 줬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라는 왕의 명에 따라 세자비는 다시 조하연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세자 못지않게 라온을 사랑했던 윤성은 그렇게 할아버지에 의해 죽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탐욕이 빚은 결과는 참혹하기만 했다. 기방에서 자란 중전 김씨는 영의정의 딸이었다. 영상이 아버지였지만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했던 중전 김씨 역시 철저하게 영의정의 탐욕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자신의 딸을 다시 내다버리려던 중전 김씨는 세자의 등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죽을 것이라 생각했던 세자가 자신 앞에 등장해 아이 울음소리라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는 냉정하기만 하던 중전 김씨를 흔들어놨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철저하게 권선징악을 이야기했다.

잘못을 저지른 자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는 식상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현실을 생각해보면 요원하게 느껴진다. 현실에서는 결코 권선징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악인이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이 황당한 현실은 드라마 속 결말에 동경을 느끼게 만들 정도다.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권력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생명도 우습게 보는 영상은 끝내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한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어머니 죽음에 대한 진실까지 밝혀낸 세자 이영은 왕이 되었다.

왕이 된 이영은 용상이 아닌 재상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높은 곳에서 지시를 하는 왕이 아닌 백성 곁에서 함께하는 왕이 되겠다는 이영의 모습은 강렬한 사회풍자로 이어진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황당한 사건들과 너무 큰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파란 집에서 보좌하는 이들에 둘러싸인 채 국민들과는 철저하게 괴리된 삶을 살며 자신과 측근들을 위한 정치만 하는 대통령의 행태를 이 드라마는 철저하게 비꼬고 있으니 말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성군의 역할이란 용포(미르)를 입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용포를 입어봤던 어린 윤성은 할아버지의 탐욕이 아닌 자신만의 삶을 원했다. 몸에 맞지 않는 용포는 그렇게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수밖에 없음을 드라마는 보여주었다. 이영의 강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정치는 부러움이 대상이 되었다. 그가 이야기한 성군이 되는 길은 의외로 간단했다. 백성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어울리며 정치를 하는 것이 곧 성군이 되는 길이라고 <구르미 그린 달빛>은 강렬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영은 라온과 꽃밭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열린 결말로 마무리했다. 행복한 결말을 위한 결말로 이어진 <구르미 그린 달빛>은 그렇게 박보검이라는 존재를 시청자들에게 남겼다. 드라마는 비록 끝이 났지만 박보검이라는 배우를 만들어낸 이 드라마는 많은 이들에게 오랜 시간 각인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