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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민이 지하철 출입문 열게 했다시민안전 생각한다면…성과연봉제 노사협의부터 다시
전혁수 기자 | 승인 2016.10.19 09:13

17일 오전 8시 4분 경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 인천행 열차가 멈춰섰다. 원인은 출입문 표시등 고장. 전동차 출입문이 10분 이상 닫혀있자, 한 승객이 수동으로 출입문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열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아 1시간 30분 정도 운행이 지연됐고, 많은 시민들은 출근 시간 불편을 겪어야 했다. 열차를 운행한 인원은 코레일이 투입한 대체 기관사로 군인 신분이었다. 사고 원인은 운행 미숙이었다.

출근시간대 전철 운행 지연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와 코레일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법처리와 징계를 운운하며 노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복수의 언론은 '시민불편' 프레임을 공고히 하며 정부와 코레일 측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노조의 현장 복귀를 요구하는 이들의 말 속에서 성과연봉제에 대한 말은 찾아보기 어렵다.

17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 술 더 떠서 "성과연봉제는 법적 의무로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서울시 산하기관이든 서울대병원이든 모든 공공기관이 국민이 준 의무를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정부와 사측은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돌아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사법처리와 징계를 내리겠다는 협박은 보너스다.

▲18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성과연봉제 강행 중단 사회 각계각층 시국선언에서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지하철 운행 지연 사고로 무작정 철도노조의 파업 중단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코레일 측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사측의 초강경 대응이 이와 같은 결과를 낳은 근본적인 원인이다. 정부와 사측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철도노조의 파업을 '귀족노조'의 '밥그릇 지키기'로 매도하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철도노조가 오히려 사측에 시민의 안전문제를 거론하며 무리하게 대체인력을 투입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무자격자를 투입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레일 측은 채용 탈락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대학생들에게 출석 인정을 대가로 대체근로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삼은 것은 철도노조가 아닌 사측인 셈이다.

또한 이기권 장관의 '성과연봉제가 법적 의무'라는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이 장관의 발언은 고용 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정년을 연장할 경우 노사는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2013년 4월 이 법이 개정될 당시 이것이 의미하는 것는 성과연봉제가 아닌 임금피크제를 의미한다. 이마저도 야당의 반대로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돼 있다. 고용부 장관이 나서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지난달 27일 코레일 측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당초 노사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합의에 의해 진행하기로 했었는데, 사측이 돌연 이사회를 개최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는 노사협의 없는 부당한 임금구조 개편에 맞서기 위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발동했다. 오히려 파업의 원인 제공은 사측이 했으며,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에 있다.

또한 철도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고 정규직화 할 것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라 지급 예정인 인센티브를 정규직 전환에 사용할 것 ▲지나친 외주화를 중단할 것 등이다. 정부와 보수언론이 말하는 귀족노조의 밥그릇 지키기와는 거리가 멀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지난달 27일자 철도파업 관련대책 관계기관 회의 결과보고 일부. (사진=정재호 의원실 제공)

심지어 현재 강경대응에 나선 정부도 철도파업에 관련된 관계기관 회의에서는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을 꺼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철도파업 관련대책 관계기관 회의 결과보고' 문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불법성 여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고용노동부도 "불법 파업"이라면서도 "보충교섭, 중노위 조정결과 등 법리상 문제가 일부 있어 고용부가 강력 대응하기는 곤란한 입장"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전철 운행 지연 사고의 책임을 단순히 철도노조 파업의 장기화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철도노조 파업이 장기화 되도록 상황을 만든 정부와 코레일 측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에서 찾아야 하는게 수순일 게다. 진정으로 시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정부와 코레일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짓밟아가며 성과연봉제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노사협의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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