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네이버의 편집 전략은? 좋게 말해 ‘양비론’이고 좀 직설적으로 말하면 ‘무난한 보도 전진배치’인 것 같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삼성 이건희 회장 등을 업무상 횡령,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6일 검찰에 고발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오늘자(7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와 경제지 등이 주요 뉴스로 보도한 내용이다.

‘신경전’ ‘갈등확산’ … 양비론적 시각의 뉴스를 메인에 배치

사실 이번 고발 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 한겨레 11월7일자 10면.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른바 ‘로비 대상 검사 명단’ 제출이 반드시 필요하며, 명단 확인 없이는 공정한 수사주체를 정해 사건을 배당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검찰의 공식입장이다. 그런데 이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될 때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195조를 검찰 스스로 부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 경향신문 11월7일자 1면.
게다가 명단 확인 없이 사건 배당 자체가 어렵다는 검찰의 주장은 ‘떡값 검사’의 존재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논란의 여지가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고발인에게 ‘떡값 검사’ 리스트를 공개하라는 대목은 좀 황당하다. 고발장에 담긴 삼성의 뇌물공여 혐의는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사안이지 고발인이 공개할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것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수사배당을 할 수 없다는 검찰의 주장은 ‘궤변’에 가깝다.

하지만 오늘자(7일) 대다수 신문은 이 같은 점을 주목하지 않았다. 많은 신문이 참여연대와 검찰의 주장을 ‘갈등’ 형식으로 보도하는데 주력했고, 일부 신문의 경우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흠집내기’에 치중하는 듯한 보도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 비자금 보도 적극적인 언론사 뉴스는 메인에서 ‘제외’

국내 최대 포털사인 네이버 역시 대다수 신문이 택한 ‘양비론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아니 좀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동안 삼성 비자금 관련 의혹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해왔던 경향신문과 한겨레 기사는 메인화면에 배치하지 않고 있다.

▲ 경향신문 11월7일자 5면.
참여연대 고발에 대한 검찰의 공식입장이 얼마나 궁색한 지는 오늘자(7일) 한겨레가 지적했지만 이 기사는 네이버로부터 ‘외면’ 받았다. 삼성 비자금 파문이 대선 정국의 주요변수로 등장하고 있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후보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는 내용도 경향신문이 보도했지만 역시 ‘외면’ 받았다.

편집과 관련한 ‘권한’이 네이버에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 이 사안과 관련한 네이버의 편집방침을 묻고 있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네이버는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는 언론사 뉴스는 ‘후방에 배치’한 채, 양비론적 시각을 보이거나 소극적 보도태도를 유지해왔던 언론사 기사는 ‘전진 배치’를 하고 있다.

▲ 네이버 뉴스 메인화면 (11월7일 오전 10시30분)
오늘(7일) 오전 네이버 메인화면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참여연대와 검찰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는 YTN의 뉴스를 뉴스 메인화면에 배치했고, 오후에는(화면 캡쳐 2시 25분) <‘삼성 수사’ 참여연대ㆍ민변-검찰 신경전>이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를 메인에 띄웠다.

▲ 네이버 뉴스 메인화면(11월7일 오후 3시)
삼성 비판적인 기사는 ‘삼성 관련 의혹 파장’이라는 별도 ‘섹션’ 하단에 배치

이 뿐만이 아니다. ‘삼성 관련 의혹 파장’이라는 별도 ‘섹션’의 삼성비자금 의혹 ‘코너’를 보면 (오후 3시 현재) 11개의 기사 가운데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 삼성에 비판적이거나 검찰 입장을 비판적으로 지적하는 기사는 없다. 뉴시스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아이뉴스24 이데일리 조선일보 헤럴드생생뉴스 등의 기사만 배치돼 있다.

▲ ‘삼성 관련 의혹 파장’이라는 별도 ‘섹션’의 삼성비자금 의혹 ‘코너’(오후 3시 현재)

하단에 ‘삼성 떡값 제공 의혹’이라는 코너 역시 마찬가지. 6개의 기사 가운데 세계일보 이데일리 파이낸셜뉴스 YTN 기사가 배치돼 있고, 그동안 삼성 비자금 의혹 문제를 적극적으로 보도해왔던 언론사 뉴스는 프레시안 정도가 배치돼 있을 뿐이다. (7일 오후 3시 현재)

물론 여기서 언급된 YTN이나 세계일보 기사 또한 '문제제기' 중심으로 보도한 것은 분명하다. 강조하고자 하는 건 '삼성 비판' 혹은 '검찰 비판'에 적극적인 언론사 뉴스가 네이버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되고 있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특히 네이버는 ‘삼성 떡값 제공 의혹’이라는 코너에서 삼성 비자금 보도에서 상대적으로 ‘적극성’을 보였던 서울신문 기사 가운데 유독 <삼성 “떡값 검사 리스트는 허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마지막으로 배치했다.

▲ ‘삼성 떡값 제공 의혹’이라는 코너 (오후 3시 기준)
특징적인 것은 삼성에 비판적인 기사는 ‘삼성 관련 의혹 파장’이라는 별도 ‘섹션’ 맨 하단에 배치돼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입력날짜’를 보면 며칠 전 기사인 것이 많아 시간순으로 밀려내려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자(7일) 경향과 한겨레와 같은 보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네이버의 편집방침이 대체 무엇일까 궁금증이 이는 대목이다.

▲ ‘삼성 관련 의혹 파장’이라는 별도 ‘섹션’맨 하단에 배치돼 있는 '이건희 회장, 로비 지시 문건 논란' 코너. (오후 3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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