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20대 국회 첫 국감은 시작 전부터 새누리당과 정세균 국회의장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파행으로 이어졌다. 정 의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을 이어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새누리당의 버티기에서 미방위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와 별개로 미방위 국감에는 간과할 수 없는 현안이 산적해 있었다. 특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문제제기는 빼놓을 수 없는 국민적 요구이다.

▲왼쪽부터 고대영 KBS 사장,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연합뉴스)

미방위에서 청와대의 KBS보도개입과 MBC 녹취록 파문 등의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와 길환영 전 KBS 사장,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 등에 대해 증인출석을 요구하는 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새누리당의 버티기는 미방위 국감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그러나 결국 야당은 새누리당의 버티기를 이겨내지 못했고 이번 국감은 방송 관련 일반증인 채택 없이 이뤄졌다.

하지만 방송 관련 일반증인 채택 없이 진행된 이번 국감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등이 국감에서 보여준 행동과 답변 때문이다. 새누리당 소속 신상진 위원장이 "유독 방송 관련 기관 증인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고대영 사장의 '언론 자유'는 "답변하지마"

그 중에서도 고대영 KBS 사장의 국감 참여 행태는 압권으로 평가된다. 유승희 의원이 김인영 KBS 보도본부장에게 KBS녹취록 파문을 질의하자 답변을 막아선 것이다.

▲고대영 KBS 사장. (연합뉴스)

"27기 기자들이 이정현 보도개입에 대해 작성한 단신기사도 무시했다는 성명서를 썼는데, 취재기자가 작성한 뉴스를 방송하지 못하게 한 이유가 뭐냐"고 유승희 의원이 질문하자, 고대영 사장은 "이 질문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심지어는 김인영 본부장에게 "답변하지마. 보도본부장"이라고 소리치며 국감 방해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질문을 막아선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받는 '국민의 방송' KBS의 수장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공영방송 이러한 고 사장의 태도는 공영방송 KBS에 대한 신뢰를 한꺼번에 무너뜨림과 동시에 "KBS가 과연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는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지난 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KBS에 기자협회보에 자사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올렸다가 보복인사를 당했던 정연욱 기자의 인사를 취소할 것을 명령했다. 정 기자는 KBS 보도개입을 침묵하는 KBS 간부들을 비판했다가 제주총국으로 발령이 나는 보복인사를 당한 바 있다.

고영주 이사장의 이념 편향적 사고, 자격 논란으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자질은 문제에서 비켜가지 못했다. 고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또 이승만 애국상 시상식 축사에 참석해 진보세력을 '종북', '좌익', '악마' 등으로 매도할 정도로 편향적인 인물이다. 미방위 국감에서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은 이를 각인시켰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연합뉴스)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 전 대표와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해 3000만 원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는데,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고 이사장은 방문진 회의에서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가 재판을 했기 때문에 민주당 판결이고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더민주 의원이 "전체국민 48%와 당대표를 뽑아준 당원들이 공산주의자를 지지했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고영주 이사장은 "만일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지지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직도 문재인 전 대표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함과 동시에 지난 대선에서 문 전 대표에 투표한 48%의 국민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공영방송 MBC를 관리하는 방문진 수장인 고영주 이사장의 편향적인 시각은 앞으로 MBC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지각 출석한 '법조인' 출신 최성준 위원장

최성준 위원장의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제 식구 감싸기'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고대영 사장의 행태를 지적하는 신경민 의원의 질문에 최성준 위원장은 "저는 보도로만 봐서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질문의 내용에 따라 대답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잘했다는 것은 아니고, 제가 평가할 지위가 아닌 것 같다"고 답변했다.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 동시에 "고대영 사장이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고영주 이사장의 이념 편향성을 지적하며 "방문진 이사장의 자격이 있냐"는 질문에도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국가공무원법 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최성준 위원장은 법적 내용만 가지고 답변함으로써, 법조인 출신 방통위원장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방송의 공정성, 공공성 등에 대한 고찰 없이 단순하게 법적 요건만 바라보는 시각은 공영방송을 관리하는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역할에 못미치는 입장표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국회를 무시하는 최 위원장의 지각 출석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인사를 단행한 고대영 사장이 이끄는 KBS, 이념 편향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고영주 이사장의 관리를 받고 있는 MBC,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최성준 위원장. 이번 국감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이유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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