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보도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 높은 가운데 내부 직능단체인 KBS PD협회와 기자협회가 편성본부장, 보도본부장 등 사측 간부와 임원들에 대한 신임 투표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KBS PD협회(회장 김덕재)는 4일부터 5일 저녁 10시까지 최종을 편성본부장, 조대현 TV제작본부장, 고성균 라디오본부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실시한다.

KBS PD협회는 3일 발표한 ‘이병순 사장! 아직도 숨어있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신임 투표에 들어가게 된 이유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관련 방송에 대한 이병순 사장의 대시청자 사과와 책임자 문책 등 PD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며 “KBS 직원들조차도 KBS 뉴스 및 시사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KBS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사내외를 막론하고 높아만 가고 있는데도 오히려 사측은 부사장이 노사 공방위에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물을 것을 자체 건의해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것처럼 두루뭉술한 언급으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한 KBS 카메라 기자가 레인커버를 카메라에 씌우고 취재를 하고 있다.
PD협회는 “이번 사태는 그동안의 조직문화와 사장과 경영진의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 부재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KBS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이미 위험수위를 넘고 있었다”며 “조직은 군대를 닮아가며 상명하복의 논리만이 판을 치고, 현장의 목소리는 물론 어떤 건설적인 논의도 사라진 지 오래이며, 사장 앞에서는 바른 소리하는 간부들조차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우리는 이번 신임투표를 통해 현재 간부진들이 과연 KBS를 책임질 수 있는지, 과연 이대로 좋은 것인지 확인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PD협회는 이병순 사장에 대해 “당신은 지금까지 이번 사태에 대해 한 마디의 언급조차 없었다. 이번 투표는 당신의 안일한 태도에 안주해 바른 소리 한번 못하는 책임자들에 대한 경고이자, 당신의 책임을 묻는 첫 번째 단계임을 밝혀둔다”며 “이번 신임 투표는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기 위한 장정의 첫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KBS 기자협회(회장 민필규)는 4일 저녁 6시 운영위를 열고 김종율 보도본부장과 고대영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 투표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 기자협회는 3일 저녁 개최한 기자총회에서 회원들에게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 투표 의견을 물은 결과 총 123명의 기자 중 113명이 찬성하고 8명 반대, 2명 기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민필규 기자협회장은 신임 투표가 자신의 뜻과 배치된다며 투표 직전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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