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공표한 검찰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또 그대로 받아쓰기한 언론의 책임론 역시 만만치 않게 대두됐다.

▲ 6월3일 최문순 의원 주최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검찰·언론의 책임을 묻다' 긴급토론회ⓒ나난
그러나 오늘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3일 최문순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검찰·언론의 책임을 묻다’ 토론회에서 “검찰이 언론에 흘린 것이 피의사실이냐 혹은 쪼가리 정보였냐?”라고 물으며 ‘피의사실 공표’ 프레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언론이 단순히 ‘받아쓰기’였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검찰이 언론에 흘린 것은 사표로 ‘쪼가리 정보’

김종배 평론가는 검찰이 언론에 흘린 것은 ‘공표사실’이 아니라 ‘사표’였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이 문제는 피의사실 공표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 수사 보도가 어떤 식으로 진행했는지 기억해보면 분명해 진다”면서 “홍만표 수사기획관이 기자실에서 따끈한 사실을 속 시원하게 정보로 제공한 적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특정 언론사에서 ‘단독’으로 보도하면 검찰은 나머지 물먹은 언론사 기자들에게 홍 수사기획관이 사실 확인을 해주는 정도였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검찰의 ‘책임’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에서 이 문제는 굉장히 중요할 수 있다. 김종배 평론가는 이것을 통해 검찰은 언론으로 하여금 노 전 대통령의 피의사실을 구성하도록 만들고 혐의를 단정하도록 했다고 피력했다. 그래서 법정에 가기 전에 여론재판을 거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러한 사실은 나중에 책임소재를 따지더라도 ‘언론이 앞서나가기 보도를 했다’며 검찰의 수사 정당성을 합리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검찰은 지난 월요일, 수사는 정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평론가는 언론의 책임은 그렇게 “특정 언론사에서 ‘단독’ 보도한 내용을 검증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단독으로 보도된 내용들이 검찰이 주장하듯 ‘포괄적 뇌물수수’라는 범죄 구성요건을 가지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것’,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사실의 체계를 잡아줘야 하는데 거의 모든 언들론들 역시 ‘~라면’이란 기사를 양산하기에 바빴다는 것이고, 그래서 ‘사실이라면, 노무현은 나쁜 XX'라는 기사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검찰과 언론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찾고자 했다. 그 결론은 검찰의 언론플레이와 정보차단, 조중동이라 통칭되는 보수언론의 “그렇지 않아도 밥맛이었는데, 너 잘 걸렸다”는 식의 보도, 경향·한겨레 등 진보언론의 알려진 사실에 대한 검증 실패 및 여건 능력의 부족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나쁜 빨대는 피의사실공표죄로 처벌 가능?

이날 발제를 맡은 박주민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는 ‘검찰 수사의 특이성’에 집중했다. 박 변호사는 ‘주기적인 언론브리핑’을 문제삼았다. 그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이렇게 하는 수사는 처음 봤다’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박 전 대표는 23년간 검찰에 있었던 베테랑”이라며 마치 스포츠중계를 연상케 했다고 덧붙였다.

또 노 전 대통령은 측근들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장기간에 걸친 치밀한 주변수사’로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습을 봐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지목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경우, 2007년 대선자금을 수사대상에서 제외시켰으며, 이상득 의원 등은 실패한 로비로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수사대상의 제한’ 역시 문제였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검찰은 ‘피의사실공표죄’로 처벌이 가능할까?

박 변호사는 대법원이 ‘피의사실 공표죄’로 처벌되지 않기 위해서는 ▲발표하는 사안이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이 대상이 되는 사안이어야 하며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수사결과를 발표할 권한을 가진 자가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발표하여야 하며 ▲유죄를 속단하게 하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여야 하고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발표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검찰수사의 특이성 등을 봤을 때 위법성을 조각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구체적인 위법성 판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지금까지 검찰이 ‘피의사실공표죄’가 적용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적용은 가능할 수도 있으나 실제 처벌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른다는 이야기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국가권력에 의한 예속성을 완화했지만 그 방식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칼로 사용하지 않는 방식에 그쳤다. 그 때문에 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검찰이 다시 정권의 칼로 사용되게 되었다”면서 “민주당이 책임을 지고라도 검찰개혁을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발제를 마쳤다.

조중동, “인격모독도 이 정도면 명문장”

또 다른 발제자인 박상주 미디어오늘 논설위원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의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박 논설위원은 각 보수신문의 지면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어떻게 표현됐는지를 설명했다.

◇ ‘노무현씨를 버리자’(조선일보 4월 27일): 노무현 게이트에 얽힌 돈의 성격과 액수를 보면, 그야말로 잡범수준이다. 정치자금도 아니고 그저 노후자금인 것 같고 가족의 ’생계형‘ 뇌물수수 수준이다. 그래서 더 창피하다. 2~3류 기업에서 얻어 쓰고 세금에서 훔쳐간 것이 더 부끄럽다.

◇ ‘화류관문, 금전관문’(중앙일보 4월 11일): 만지지 말아야 할 돈을 만지면 그것이 똥이 되는 것이다. 그 똥을 먹고 자신의 얼굴에 처바르고 온몸 전체에 뒤집어쓴 사람들이 지난 시절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고 그 부인이었으며 아들이었고 활개치며 내로라하는 얼굴들이었다니….

◇ ‘노무현 씨를 법정에 세워야 하는 이유’(동아일보 5월 4일): 피의자이자 꾀바른 변호사인 그의 방어전술은 할리우드의 법정추리물을 보는 듯하다.

박 논설위원은 “인격모독도 이 정도면 명문장이다”라고 씁쓸해하며 “대통령 권력은 5년이지만, 모 신문의 권력은 천년만년 간다. 그래서 절대 그 신문과 싸우면 안되고 찍히면 안된다”는 말까지 등장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는 “오늘 가서 그 찌라시 신문들 바로 절독하라”고 주문했다.

검찰과 언론에 대한 성토는 끊임없이

이날 토론회에는 검찰과 언론에 대한 성토대회처럼 토론자들 역시 각각 한마디씩 보탰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검찰을 정치적으로 중립시키면 국민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중립화보다는 검찰의 ‘민주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상 변호사는 검찰과 언론의 책임소재에 있어서 ‘오십보백보’라며 검찰의 수사브리핑 자료가 기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동등하게 접할 수 있는 창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정치권을 향해 “수사기법을 역으로 이용하라”고 주문했다. 검찰은 피의자가 많은 말을 하도록 유도하고 그 속에서 약한 고리를 찾아 꼬투리를 잡듯,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정당한 수사였다고 주장하면 “수사기록을 보자”고, 이명박 대통령이 정당하다고 한다면 “어떤 보고를 받았느냐”고 묻고, 검찰의 약한 고리인 ‘빨대’에 대한 꼬투리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검찰이 두려워하는 유일한 것으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법원’, 그리고 감시비판하는 ‘언론’이 있다”면서 “대통령은 ‘언론관계법’ 등 서로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할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서로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고, 법원은 검찰을 견제할 만한 힘이 없었고, 언론은 조중동을 제외하고 정권의 탄압이 있었기 때문에 견제비판을 하기 어려운 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최 위원장은 ‘사회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힘이 커, 사회적 압박과 통제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이 곳 민주주의의 방향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광우병의 약자인 CJD와 조중동의 CJD가 같은 것이 우연일까?”라고 물었다. 또 “MB씨에 저항하는 MBC가 겹치는 것이 우연일까?”라며 “경향과 한겨레, MBC도 조중동이 만들어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문제가 있지만 먼저 책임의 정도를 따져 조중동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회 진행도중 최문순 의원은 “현재 임채진 검찰청장이 ‘인간적인 고뇌로 더 이상 검찰을 지휘하기 어렵다’는 사퇴의 변을 발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으며 토론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더 빨리 사퇴했어야 했다”는 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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