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의 ‘봉쇄된 광장, 연행되는 인권’ 편이 방영된 다음날인 3일 새벽부터 시청자들의 격려와 응원이 쏟아졌다. 나도 TV를 통해 봤고, 정말이지 요즘 같아선 PD수첩 보는 낙으로 사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시민은 물론이거니와 여고생과 지적장애인 등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고 일본인 관광객을 패고 아이를 겁주는 대한민국 경찰의 현주소를 화면에 담았다. 진노했다. 안 그래도 답답한 가슴팍에서 천불나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뉴라이트 등 수구진영의 비열한 반격이 예상됐고, 조중동이 뭐라고 또 써댈지 그 시나리오가 삽시간에 그려지기도 했다. 이들 역시 분노(그들만의 색다른 분노)했을 것이고, 이미 PD수첩 ‘왜곡’의 증거 따위를 찾아 나섰을지 모른다.

작년 광우병 방송 때처럼 편파·왜곡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을 부단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이들 진영에서 들끓는 ‘분노’를 옮겨본다.

보수단체 <선진미래연대>의 차기식 조직국장이 첫타자로 나선 모양이다. 칼럼에서 차 국장은 “제2의 촛불로 도발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면서 PD수첩이 “경찰 측의 작전 상황만 보여주어 과잉진압으로 몰아가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악다구니를 쓰며 경찰 방패를 붙잡고 늘어지는 사람들, 경찰을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붓는 여학생들, 작전을 해야 함에도 시민이 다칠까봐 작전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경찰 수뇌부 모습들도 보여줘야 한다”며 다음 주엔 경찰 측의 입장에서 방송을 내보내주길 희망했다.

또한 “공권력에 지속적으로 도전해온 자들에게는 결코 광장을 주어선 안 되며 바로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임을 공영방송을 자처하고 있는 PD수첩은 말했어야 옳았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에 개설된 <안티MBC>카페에 올라온 글들은 그 수위가 더 높다.

“어제 피디수첩을 보고 열 받아서 죽는 줄 알았네요. 공영방송이 어떻게 저렇게 방송을 할 수 있죠? 완전 시위자의 입장에서 경찰의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편파로 방송하는데 정말 빨갱이xx들 집단 같더라구요.”

“정부에 불만을 가지고 계속해서 저런 식으로 방송하면 무지하고 정부에 불만 있는 사람들에게 정부를 더 공격하라고 촛불 들고 거리로 나와 폭동 시위하라고 선동하는 꼴로 밖에 안보입니다.”

“MBC는 자살자를 영웅으로 만들지 말고 공정방송이라는 시늉이라도 해봐라.”

▲ 6월2일 MBC PD수첩 '봉쇄된 광장, 연행되는 인권' 화면 캡처.

PD수첩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경찰은 지하철 종로3가역 출구를 봉쇄하고 역사 밖으로 나가려는 시민들에게 곤봉 세례를 가했다. 전경들 사이로 빠져나가다 뒤에서 머리를 가격당한 한 남성은 바로 실신했고 머리에 일곱 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노모와 명동을 지나다가 전경들에게 ‘묻지마’ 구타를 당하고 갈비뼈에 금이 세 개나 간 40대 일본인 관광객에 대해, 경찰은-구타의 주체가 전경(들)임에도 불구하고-이 관광객이 ‘불상자(신원을 알수 없는 사람)’에 의해 폭행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PD수첩이 인터뷰에서 사건경위 등이 남긴 문서를 확인해주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한 “일본인이라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사과 한 마디 없는 한국경찰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전경차 안으로 끌려간 아빠를 돌려달라고 외쳐도 이를 외면하는 경찰의 모습도 보였다.

한 여고생은 유치장에 48시간 갇혀 있었고 어느 지적장애인 2급인은 체포된 뒤 아직까지 풀려나지 못했다.

PD수첩이 보도한 경찰의 논리에 의하면, 지휘관이 나서서 긴 막대 등을 시민에게 휘두르는 행위는 흥분한 전경들이 나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것을 <선진미래연대> 차 국장이 “시민 다칠까봐 작전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경찰 수뇌부 모습”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전경 위에 현장지휘관이 존재하고 현장지휘관 위에 경찰청장이 존재하고 그 위에 청와대가 존재한다. 청와대가 과연 시민들의 부상을 염려할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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