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상황과 관련해 언론·표현의 자유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본변호사연합회가 한국의 언론운동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 미디어 사정 조사단’을 꾸려 한국에 입국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가 조사단을 꾸려 한국의 언론운동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입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오는 11월 일본 와카야마에서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열리는 인권옹호대회를 앞두고 실행 위원을 구성, 한국의 표현의 자유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일 한국에 왔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변호사 자격이 주어지면 가입하게 되어 있는 공식 변호사 기구로, 약 3만 여명이 가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변호사연합회 관계자 15명은 3일 오전 9시30분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17층 대회의실에서 전국언론노조 노종면 YTN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3시간 여 동안 YTN사태를 비롯한 한국의 전반적 언론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일본변호사연합회 관계자 15여명이 3일 오전 9시30분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17층 대회의실에서 전국언론노조 노종면 YTN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 관계자들과 YTN사태를 비롯한 한국의 전반적 언론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송선영
“이명박 정권 탄생 후 한국 국민 어려운 상황 직면”

조사단은 이야기에 앞서 “한국에서는 1980년 민주화 항쟁 이후 인권이 신장되었고,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애도를 표현하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새로운 이명박 정권이 탄생된 이래로 한국의 많은 국민들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을 목도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에 저희들은 감명을 받았고, 표현의 자유가 구현되어야 하는 현장인 YTN 안에서 여러분들의 하루하루 소중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것을 배우러 왔다. 짧은 시간 동안 귀한 시간을 내 주셔서 알려 주시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사장 교체가 YTN사태의 발단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언론사 사장을 왜 바꾸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일본에는 구본홍 사장이 YTN 사장 공모에 의해 사장으로 선출된 인사로 보도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종면 지부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선 이후 임기가 남은 사장을 바꾼다는 것에 대해서 비상식적이라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언론계뿐만 아니라 공기업, 문화계 등 전방위로 사장 교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사퇴를 거부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감사를 하는 등 압력을 가해 결국 다 사퇴하게 됐다”고 말했다.

▲ 일본변호사연합회 한국 미디어 사정 조사단이 준비해 온 YTN에 관한 자료. ⓒ송선영
조사단은 지난해 10월 회사 쪽의 징계로 제작진 3명 가운데 2명이 해직 정직 통보를 받아 중단되었다가 지난 4월20일 부활한 <돌발영상>에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들은 노종면 지부장이 설명하는 돌발영상을 보고 크게 웃으며 “포맷과 형식을 일본에 맞게 하면, 일본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예전에 돌발영상이 결방되었다고 들었는데 (누가) 하지 말라고 요구했던 것이냐”며 “부활된 뒤 어려움은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노 지부장은 “‘돌발영상 같은 프로그램은 없어져야 한다’ ‘구본홍 사장에 반대하는 이들은 해고시켜야 한다’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이 작년 8월부터 있었고, 이러한 부분은 10월에 현실로 드러났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최근 돌발영상이 부활한 뒤 오늘 어떤 내용을 할 것인지 사전 확인을 해 정부에 불리한 내용이면 수정을 요구하는 등 간섭이 자꾸 들어온다”며 “지금까지의 개입 사례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방송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담당자 스스로 막을 수 있는 단계였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또 “이명박 정권 들어 노조 활동으로 인한 제재가 늘어났느냐”고 물었고, 이에 노 지부장은 “확실히 그렇다. 정부가 판단하기에 대든다고 생각하는 MBC YTN의 노조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YTN사태를 보도한 YTN 리포트와 <PD수첩>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높은 수위의 징계를 했다”고 말했다.

▲ 일본변호사연합회 관계자들이 YTN <돌발영상>을 보고 있다. ⓒYTN노조
“이명박 정권 이후 언론 자유 침해”

조사단 단장인 카즈유키 아즈사와씨는 “한국이 ‘표현의 자유’가 위태로운 상황이라서 여러 단체들이 대항하고 있는데, 이를 살펴보고자 한국에 오게 됐다”며 “열심히 언론 자유를 수호 하려는 이들이 있기에 한국의 언론 상황이 우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 서울시청 앞을 가득 매운 이들이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며 “지금 시청광장이 버스로 가로막혀 있지만, (한국 국민들이) 이를 잘 극복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의 언론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토 사키씨는 “이명박 정권 이전에는 언론인들의 보도 활동이 좋은 형태였는데, 이러한 부분이 이명박 정권 이후 침해되고 있는 것 같아서 놀랍다”며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오랫동안 대항하는 (언론인들의) 모습이 감동적이고, 용기를 얻었다. 일본은 워낙 언론 환경이 안 좋은 상황이니까 멀리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면담을 했으며, 추후 오마이뉴스를 방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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