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이면 수도권 지역을 시작으로 지상파 UHD 방송이 개시된다. 2017년 2월부터 KBS, MBC, SBS가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작한다. 광역시권과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평창과 강릉 지역은 2017년 12월부터 지상파 UHD 방송이 제공된다고 한다. 시·군 지역은 2021년까지는 지상파 UHD 전국방송을 시작하며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지상파 UHD 본방송이 시작된 10년 뒤인 2027년에는 현재의 HD 방송이 종료될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의 UHD 방송과 관련해서는 네 가지 그룹의 이해관계자가 있는 듯하다. 일단 직접적으로 UHD 방송을 접하게 되는 ‘시청자 혹은 소비자’가 있으며 다양한 이유에서 UHD 방송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정부’가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UHD 방송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방송사업자’가 있고 단말기를 제조하는 ‘가전사’가 있다.

연합뉴스TV 제공

그런데 이러한 UHD 방송 추진과 관련한 논의가 결국은 정부, 방송사업자, 가전사들의 필요에 의해 주도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DTV 전환 때도 그랬지만 전환을 추진하는 정부, 방송사업자, 가전사 등 주체들의 전환 준비가 능동적인 반면, 시청자들에 의한 UHD 방송 시대의 준비행위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시청자 혹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UHD 방송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UHD 방송을 통해 양방향 서비스 등 진화된 기술을 선보일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서비스는 더 낳은 화면과 음향 서비스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양질의 화면과 음향 서비스를 요청한 적 있었는가?’, 그리고 시청자들은 ‘현재의 화면과 음질에 불만을 갖고 있는가?’가 궁금하다. 과연 UHD 방송 서비스를 시청자가 정말 요구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즉, 이는 DTV 전환에 이어 UHD로의 전환이 시청자 입장에서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는 의미다. 게다가 재정적으로 부담도 된다.

지상파 UHD 방송이 시청자 혹은 소비자에게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재정적 부담이 되더라도 UHD 방송을 해야 하는 당위성이 알려져야 한다.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소비하는 텔레비전 시청 행태를 바꾸고, 기기의 교체와 개선에 투자하는 비용이 더 큰 보상을 가져다 줄 때, 또는 그럴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을 때, 시청자들은 UHD 방송으로의 진입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양질의 화면과 음향 보다 더 납득할 수 있는 동기가 부여돼야 한다. 차별화된 서비스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면, 체험을 예고할 수 있을 만큼 그 계획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필자가 판단컨대,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결국 직접수신의 획기적 개선이다. UHD 방송의 실현을 통해 자유롭게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을 할 수 있고, 선택적으로 또한 자유롭게 유료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시청환경이 조성된다면 충분한 유인 동기 혹은 당위성이 확보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홍보, 정책적 판단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가전사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UHD 방송과 관련해 내장형 안테나가 가장 뜨거운 이슈다. 방송사업자 측에서는 내장형 안테나를 통해 직접 수신이 매우 향상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DTV 전환 때 좋지 않은 경험을 갖고 있긴 하지만, 또 다시 그런 우를 범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그 주장을 믿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가전사들이 내장형 안테나의 설치를 반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반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TV 안테나가 내장된 사례가 없다는 것, 기술력의 부족, 해외 판매 문제, 디자인 문제 등이 언급된다. 상식적으로 내장형 안테나의 설치가 어렵다면, 이로 인한 직접 수신률 향상이 불가능하다거나, 내장형 안테나로 인해 발생하는 단말기의 치명적 결함 등이 설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무임승차하면서 단말기 판매 증가라는 혜택만 누렸던 곳이 가전사다. 때문에 이들도 시청자, 소비자들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아야 한다. 게다가 지금까지 UHD TV광고를 통해 유럽식 기술이 적용된 UHD TV를 판매한 곳이 가전사이며, 이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상당수다. 내장형 안테나로 인해 직접 수신이 가능해지고, TV 수신환경이 시청자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면 그들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한편,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가전사와 방송사업자 사이에서 입장의 충돌이 있다면, 중재와 조정을 해야 하는 곳이 정부다. 그리고 그 중재는 철저히 시청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장 안테나 문제에 대한 입장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원 및 향후 방향도 과거 DTV 전환 당시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미방위 추혜선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방통위는 직접 수신율 제고 방안에 대해 ‘시청자의 자율적 선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TV 수신환경에 있어서 이미 시청자들의 선택권이 ‘자율’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방통위가 시청자의 ‘자율’을 언급한 것은 매우 타당하지 못하다. 보편적 서비스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한 사람들은 유료 플랫폼을 가입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시청자의 자율 선택권을 복원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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