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오마이뉴스 김준수 기자를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회사의 대표나 편집책임자가 아닌 편집기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언론 재갈 물리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2부(부장검사 이성규)는 지난 7일 김준수 기자를 공직선거법 58조의 2 투표참여권유활동 조항 등의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검찰이 문제 삼은 기사는 지난 4월 13일 총선 당시 하성태 시민기자가 작성한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투표하러 가십시오>로, 해당 기사는 '세월호 모욕 후보', '성 소수자 혐오 후보', '반값 등록금 반대 후보' 등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며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검찰은 이 기사가 여야 후보자의 이름을 명시하고, 투표를 독려했다며 문제 삼았는데, 김준수 기자는 '시민기자가 작성한 글을 검토해 내용의 문제점이 없는지, 오기·비문 등 형식상 문제는 없는지 등을 검토하고 편집해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에 게재했을 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수 기자는 '나쁜'을 '부적절한'으로 고치는 등 최소한의 편집 절차만 거쳤을 뿐이었고, 일반적인 시민기자 기사 검토와 마찬가지로 기사 내용에 관여한 것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예훼손 등 기사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때는 작성자나 언론사 대표에게 고소·고발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기사 내용에 크게 관여하지 않은 편집기자에게 법적 책임을 지라며 검찰이 공소권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마이뉴스라는 매체의 특성이 시민기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콘텐츠로 채워나가는 형태"라며 "개별 언론사의 보도에 실리는 독자들의 기고문 등 모든 글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고, 이 책임을 사측이 아닌 편집기자에게 일일히 묻는다고 하면 언론의 자유가 상당히 위축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1일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를 기소한 검찰에 드리는 조언>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김준수 기자에 대한 검찰의 기소 취하를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공소장 대로 해당기자가 선거후보자들의 실명을 노출한 기사를 그대로 배포했기 때문에 위법행위를 했다면, 같은 날인 선거 당일 후보자의 실명을 거론했던 기사를 포털뉴스에 노출한 포털사이트 뉴스홈 에디터 또한 기소돼야 한다"며 "시민기자 및 오마이뉴스 편집국 최종 책임자와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는다면, 뉴스홈의 에디터도 언론사 기자 및 네이버 기사배열 원칙 책임자와 공모했다는 혐의를 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이번 검찰의 기소는 달라진 매체 환경에 대한 무지를 떠나, 여전히 시민들의 정치적 의견 표현을 제약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58조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검찰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정치적 의사표현을 제약하는 이번 기소를 하루 빨리 취하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뻔한 성명서의 요구가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한 검찰의 무지를 신속하게 덮어주려는 언론노조의 배려로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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