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이 닭장차로 막혀버린 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시청 지하철역에서 광장으로 통하는 출구마저 전경들이 진을 치고 있어 부근에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진입할 수조차 없는 상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고유권한인 광장사용권을 경찰에 넘겨준 채 방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5월23일부터 봉쇄된 광장을 29일 노제 때에만 경찰이 잠시 열어줬을 뿐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서울시청지부 관계자는 2일 “서울시가 경찰청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오세훈 서울시장 ⓒ여의도통신
국가기관(경찰)이 서울시의 지방자치행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헌재의 결정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1조 1항에 따르면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 당해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전공노 관계자는, 경찰 차벽 철수시키라는 요구를 강력히 해야만 하고 안 받아들여지면 헌재에 의뢰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는 변호사 출신 “시장이 바보다. 헛소리만 늘어놓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광장을 24시간 에워싸고 있는 경찰버스에서 정차시 사용되는 보조엔진의 소음이 행인들을 괴롭히고 기름값도 엄청나다”면서 위기 상황도 아닌데 대낮에도 막아놓는 행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광장에서 열리기로 예정됐던 각종 민간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4일부터 계획된 시 문화행사도 개최 여부가 불확실하다.

서울시 소유의 서울광장임에도 오 시장이 개방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는 자체도 이상하다. 행안부는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지난 2006년 참여정부 시절 오 시장은 당시 행정자치부의 종합감사를 거부하기 위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제출했었다. 행자부와의 극한 대립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서울시가 현재 행안부의 거절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 24일 노 전 대통령의 장례의식을 국민장으로 치르기 위해 한승수 국무총리가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 참석한 바 있다. 26일의 (정례) 국무회의는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했다.

국무위원들 앞에서 오 시장이 경찰의 서울시 고유 권한 침해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했는데 거절당했다면 청와대의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제기조차 하지 않았다면 1천만 시민 대표로서의 직무유기가 아닌가 싶다.

전공노 조합원 소속이 아닌 서울시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경찰에 보호 요청한 바 없다”고 밝혔고, 서울시의 입장을 묻자 “입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중앙)정부가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 시장이 국무회의에서 광장 봉쇄 철회를 요구했나’라는 질문엔 “모르겠다”고 답했다. 오 시장이 직접 답변해야 할 대목이다.

내년에 서울시장 선거가 있고 오 시장은 이미 재출마를 선언했다. 재선을 위해서는 정권으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이 필요하지 눈치 보는 자세로 일관한다면 결코 표를 얻지 못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1조 2항은 “제1항의 심판청구는 피청구인(경찰청)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권한 침해 정도가 아니라 박탈 또는 약탈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촛불’이라는 이유로 광장의 주인인 시민들은 소위 ‘겁략’ 당했고 ‘창탈’ 당한 것이다.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2009년의 5월과 6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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