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차 의견청취를 끝으로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심사가 반환점을 돌아섰다. 방송위원회는 지금까지 심사결과를 토대로 재허가 추천여부를 결정해 오는 29일까지 정보통신부에 추천 의뢰하는 것으로 재허가 심사 일정을 모두 마치게 된다.

전국언론노조 민영방송노동조합협의회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일부 대주주의 비리의혹과 전횡, 불투명한 경영, 그리고 시청자 복지를 외면하는 행태 등 갖가지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왔다. 이 같은 폐단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기형적인 구조와 방송을 사유화한 대주주들의 불,탈법적인 행태, 단기 순이익에
급급한 사장들의 무소신 경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재허가 심사에서 민영방송의 정체성과 위상을 훼손하고 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마저 위협하고 있는 모순과 부조리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간절하게 기대했다. 민방을 바로 세우자는 처절한 외침임과 동시에 방송 현업인들의 절실한 양심고백이었다.

하지만 올해 재허가 심사는 솔직히 우리의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2차 의견청취 대상 방송사의 경우도 그렇다.

지난 2004년 재허가 심사에서는 3곳이 선정됐지만 올해는 강원민방과 CBS 2곳에 불과하다. 사실 이번 재허가 심사에서 드러난 지역민방의 온갖 폐해를 감안한다면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겉핥기 심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방송법 위반을 비롯해 방송위원회 권고사항인 소유와 경영분리 무시, 지역밀착형 콘텐츠 제작비 지출은 외면한 채 고액 배당에만 혈안이 돼있는 주주들, 그리고 주식 편법위장 분산, 아침뉴스를 전날 녹화해 방송하는 등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 또한 재허가 의견청취를 앞두고 전주방송 노동조합은, 방송을 돈벌이 수단으로 치부하는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13일째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방송의 공공성, 지역성 구현 차원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재허가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들을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1차 의견청취가 끝나고 방송계 안팎에서는 심사위원간 사전 철저한 준비에 따른 날카롭고 심도 있는 추궁이 아쉬웠다는 지적과 함께 특정 방송사와의 야합의혹마저 일고 있다.

이번 심사에서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가 적당히 넘어간 것으로 알려진 방송사조차 "심사위원들을 잘 만났다" “1차 의견청취는 통과의례에 불과했다”는 비아냥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민방 일부 사장은 이 참에 재허가 심사기간을 7년으로 늘리기 위해 각계를 상대로 홍보활동을 편다고 한다. 이런 속사정을 종합하면 이번 재허가 심사가 비리와 온상의 장본인들에게 면죄부를 준 요식행위에 머물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이번 재허가 심사에서 규제기관으로서 방송위원회의 위상과 권한도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 2004년 방송법 위반으로 가까스로 조건부 재허가 추천을 받은 강원민방의 대주주는 이행사항 가운데 하나인 소유와 경영 분리 위반사실을 추궁하는 심사위원들에게 '대주주의 당연한 권리'라는 등 상식 밖의 행태를 보였다.

이는 방송위원회의 권위에 도전하고 방송위원회 위상을 훼손하는 도발적 발언이다. 방송위원회는 더 이상 종이호랑이로 전락하지 말기를 바란다.

방송위원회가 고유한 업무인 재허가 심사에서 이런 저런 사정으로 제 역할과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어느 방송사가 방송위원회의 지침이나 말을 들을 것인가?

올 재허가 심사 최대 화두는 소유-경영분리, 그리고 경영의 투명성 확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노.사공동추천 제도와 사장 추천위원회, 우리사주조합의 조속한 도입을 통해 방송의 공적책무를 다해야 한다. 아울러 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보도. 편성제작국장의 직선제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

2천여 지역민방 종사자들은 지역민방이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받고 진정한 지역민의 대변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다. 요식적인 절차로 봐주기식, 형식적 재허가 심사가 계속될 경우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불편부당하고 엄격하게 심사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07년 11월 6일
전국언론노조 민영방송노조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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